▲ '조선구마사' 포스터. 제공| SBS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SBS가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린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방송 취소를 결정했다.

SBS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해 '조선구마사' 방영권 구매 계약을 해지하고 방송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방송사가 드라마와 관련된 논란으로, 그것도 방송 2회 만에 방영 취소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조선구마사'는 시청자들의 반발 뿐만 아니라 '불매 운동' 등 시청자들의 계속되는 압박으로 제작지원, 일반 광고를 진행한 업체들이 손을 떼면서 더 이상의 정상적인 제작이 힘들다는 판단으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극본 박계옥, 연출 신경수)는 지난 22일 첫 방송 이후 중국 전통 요리, 의상 등 중국식 소품을 사용하고 실존 인물인 태조, 태종, 충녕대군(훗날 세종), 양녕대군 등을 데려와 조선 역사를 왜곡하고 폄훼했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았다. 

SBS는 25일부터 드라마 폐지를 두고 긴급 회의를 이어갔다. 연출을 맡은 신경수 PD는 배우들에게 직접 전화를 돌려 '조선구마사'가 폐지될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경수 PD는 25일 스포티비뉴스와 나눈 통화에서 배우들에게 상황 설명을 위해 전화를 돌렸다며 "무슨 말을 하든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상황이 어렵다. 말을 아끼겠다"고 한 바 있다. 폐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아닌 SBS가 결정할 일이라고도 했다. 

25일 드라마 폐지에 무게를 두고 논의했던 SBS는 26일 오전 결국 '조선구마사' 방영 취소를 결정했다. 다만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서는 따로 사과하지 않았고, 제작사로부터 방영권을 구매해 자리를 내어준 것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 '조선구마사' 포스터. 제공| SBS
SBS는 "본 드라마의 방영권료 대부분을 이미 선지급한 상황이고 제작사는 80% 촬영을 마친 상황"이라며 "방송사와 제작사의 경제적 손실과 편성 공백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SBS는 지상파 방송사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방송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부 시청자들은 자발적으로 모금해 SBS 앞에서 트럭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청자들은 'SBS 역사왜곡 맛집', '역사적 상상력은 동북공정의 비겁한 변명일뿐' 등의 문구로 '조선구마사'를 강력히 규탄하면서 '세계로 뻗어나가는 K-드라마, 세계로 뻗어나가는 역사왜곡, SBS는 조선구마사 해외송출 중단하라'라고 국내 방영뿐만 아니라 해외 송출 역시 즉각 멈추라고 촉구했다.

'조선구마사'의 갑작스러운 폐지로 SBS의 월요일, 화요일 공백이 불가피하다. SBS는 '조선구마사' 빈 자리를 메꿀 프로그램에 대한 편성을 논의 중이다. 

'조선구마사'가 다른 플랫폼을 찾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SBS는 제작사로부터 방영 권리를 획득해 방영한 것으로, 이 방영권을 제3자가 취득한다면 새로운 플랫폼에서 방영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수백억이 들어간 대작 사극인 만큼 제작사에서 쉽사리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계속되는 역사 왜곡 논란으로 새로운 플랫폼에서도 실질적인 방영은 어려운 상태다. 약 80% 정도 제작을 마쳤지만 '조선구마사'가 이대로 빛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mari@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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