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 이강유 영상 기자] 벤투호의 한일전 대패 충격이 좀처럼 가시질 않습니다. 하루가 지난 뒤에도 완패의 원인 분석과 대응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가장 입길에 오르는 건 벤투 감독의 '이강인 활용법'입니다. 선발로만 출전하면 세계 최고 리그인 라리가에서도 번뜩이는 재능을 발휘하는 공격형 미드필더를 전방 제로톱으로 기용하면서 논란을 빚었습니다.

사실상 말만 제로톱일 뿐 경기를 보면 2선 미드필더 성향의 이강인에게 최전방을 홀로 맡겼습니다. 이강인의 전진배치는 U-20 월드컵과 현 소속 팀 발렌시아에서 간혹 봐온 광경이지만 어제처럼 전반 내내 몸싸움을 시도토록 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요시다-도미야스에게 막힌 'LEE'…빌드업 실종

키 173cm에 불과한 이강인이 일본이 자랑하는 세리에A 센터백 듀오를 상대로 공중볼을 따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이 탓에 한국은 후방에서 전방으로 연결하는 킬러 패스를 거의 선보이지 못했습니다. 큰 틀에서 빌드업을 위한 도구로 숏패스와 롱볼이 있다고 하면 두 축 가운데 하나가 완벽히 사라진 것입니다.

▲ 이강인(앞줄 왼쪽에서 둘째)은 좋은 '공격형 미드필더'다. ⓒ 대한축구협회
이강인에게 제로톱은 전혀 어울리는 옷이 아니었습니다. 경기 시작과 함께 전방에서 고립됐고 이는 전반 종료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최대 강점인 볼 간수와 연계, 포백 라인을 허무는 침투 패스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환경이었던 것입니다. 이강인은 이날 단 한 개의 슈팅도 때리지 못해 톱 공격수로서 역할도 다하지 못했습니다.

"이강인의 최적 위치는 역시 제로톱보다는 공격형 미드필더다. 스피드를 주무기로 삼는 선수도 아니다. 빠르게 깔려 들어가는 롱패스가 있어도 뒷공간 연결이 어려웠다. 전방 배치는 아무리 제로톱이었어도 실패였다."

이강인을 펄스 나인에 배치하면서 전체적인 대표 팀 공수 밸런스가 급격히 흔들린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일본은 한국의 패스 길을 정확히 꿰고 있었습니다. 공만 잡으면 빠르게 두세 명이 에워싸 공수 전환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미드필드에서 볼을 소유해도 종 방향의 패스나 백패스가 잦아 파이널 서드까지 공 투입이 여의치 못했는데 이 탓에 이강인의 제로톱 기용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상당합니다.

벤투 감독이 역대급 실패작으로 남은 '이강인 가짜 9번'의 전례를 참고삼아 제대로 된 활용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 이강유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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