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논란으로 시작해 사과로 끝난 80번째 한일전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지난 25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친선경기에서 0-3으로 완패했다.

첫걸음부터 난망했다. 한일전 성사 시점부터 여론 반응은 싸늘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네 자릿 수를 기록하는 일본으로 원정이었다. 아울러 일본 정부가 10년 만의 한일전을 도쿄 올림픽 정상 운용의 시범 케이스로 삼으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덧대지면서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 80번째 한일전 마지막 신은 대한축구협회 사과였다. ⓒ 대한축구협회

그럼에도 경기는 강행됐다. 남은 선택지는 하나였다. 피치 위에서 좋은 경기력과 승리라는 '결과'를 거머쥔다면 여론을 설득할 명분은 챙길 수 있었다. 흘러가는 상황이 그랬다. 하나 그런 일은 없었다. 구현되지 않았다.

유럽파와 J리거를 대상으로 최정예를 소집한 일본에 한국은 예상대로 고전했다. 스코어는 물론 전술에서도 완패했다. 벤투 감독은 이날 4-2-3-1 대형을 축으로 이강인 제로톱 기용을 실험했다. 파격적인 수(手)로 친선경기 의의를 획득하려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대실패였다. 펄스 나인 포지션은 볼 간수와 연계, 포백 라인 배후로 찔러주는 패스가 강점인 이강인 캐릭터를 철저히 억눌렀다.

키 173cm에 불과한 2선 미드필더 성향의 선수가 상대 센터백을 상대로 공중볼을 따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따금씩 전방으로 날카로운 침투 패스가 이어져도 속도가 떨어지는 이강인은 이를 예리하게 채지 못했다.

더 아쉬운 선택은 교체였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이강인을 벤치로 불러들여 다른 가능성은 확인하지 않고 실험을 끝냈다. 자신이 중용하는 황인범(25, 루빈 카잔)과 경쟁자로서 가능성, 2019년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기성용, 구자철 후임자로서 가능성 등을 물색하지 않고 45분 만에 자신의 파격 수를 거둬들였다.

벤투 감독은 코로나19로 잠시 멈춘 세대교체의 시간을 어렵게 성사한 친선경기를 통해 재가동시켜야 했다. 하지만 과연 그 의미에 부합한 '경기 중 선택'을 보였는지 의문이다.

대한축구협회는 몸을 낮췄다. 26일 정몽규 회장 명의로 10년 만에 열린 한일전에서 대패한 것과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요코하마 참사'에 대한 사과와 향후 더 나은 협회 운영을 약속했다. 벤투 감독을 사실상 재신임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논란으로 시작해 사과로 끝난 한일전이었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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