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하키협회가 중학생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저지른 지도자에게 '솜방망이 징계'를 내려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대한하키협회는 지난달 30일 스포츠공정위를 열어 수원 소재 중학교 하키부 코치이자 한 대학의 재능 기부 감독으로 활동한 A감독에 대한 징계를 논의했습니다. 

대한하키협회 공정위는 A감독의 폭행과 폭언, 금품 수수 등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자격정지 3년' 징계를 내렸습니다.  

중학생 시절 A감독에게 폭행과 폭언을 당한 피해 선수의 숫자는 상당했습니다. A감독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하고,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충격적인 폭로가 터져 나왔습니다. 

[피해 선수] 

"(중학교) 1학년 때인데 왜 맞았는지 모르겠는데 (대학 하키장) 지하 장비실에서 밟히고 맞고, '빠따' 맞고…운동도 못 그만두게 하고, 저는 운동이 정말 너무 하기 싫은데, 그것 때문에 (중학생 때) 차에도 몇 번 뛰어들고.”

[피해 선수]

“중학교 때 되게 많이 맞았어요. 맞고 집에 가면 엄마, 아빠도 많이 힘들어하셨고…. 할머니가 봐도 애 몸이 이렇게 멍이 많은데 이렇게 가만히 둬도 되겠냐. 그때는 그게 당연한 건 줄 알고, 그냥 했어요. 선생님 눈치라는 눈치는 다 보이고, 중학교 때 이후로 사람들 눈치를 되게 많이 봐요. 그게 좀 심해져서.”

A감독은 차마 중학생에게 했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폭언도 수시로 했습니다. 

[피해 선수]

“욕은 기본적인 욕들. X발, X 같은 년아. 남자친구 사귀다 걸리면 애 쳐 배서 나중에 뭐가 되려고 그러냐. 귓구멍이 막혔냐. 귀 드릴로 뚫어줄까. 이겨도 맞고 져도 맞았다."

A감독은 2016년 중학생 선수를 하키채로 폭행해 팔꿈치 골절 상해를 입힌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공정위는 피해 선수들의 진술도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금품 수수 혐의까지 인정됐습니다. 

그런데도 하키협회 공정위는 ‘3년 자격정지’ 징계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습니다. 폭행과 상해를 입힌 시점이 몇 년 지났다는 이유로 3년 뒤 지도자 복귀의 길을 열어준 것입니다. 

피해 선수들은 하키협회의 결정에 분노를 참지 못했습니다. 

한 선수는 “A감독이 3년 후에 하키계에 다시 발을 들여 마주친다고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며 “지금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사과조차 하지 않는데 협회가 지도자의 죄를 감싸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키협회는 ‘중학생 폭행’ 지도자를 감쌌지만, A감독의 3년 자격정지 징계가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문체부 산하의 스포츠윤리센터는 A감독의 폭행과 폭언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4월 중 심의위원회를 열어 A감독의 징계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스포츠윤리센터 관계자는 “심의위원회에서 3년 자격정지보다 더 센 징계가 나오면 하키협회는 다시 징계를 내려야 한다”며 “A감독과 관련해 심각한 사건이 많아 하키협회의 징계보다 적게 나올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키협회는 과거에도 솜방망이 처벌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습니다. 김해시청 B코치가 선수를 폭행해 갈비뼈에 금이 갔지만, 2019년 경남하키협회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후 경남체육회에서도 6개월 자격 정지 징계를 내리는 데 그쳤고, 해당 코치는 김해시청에 재임용돼 현재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중학생을 무자비하게 폭행한 지도자가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대한하키협회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고(故)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 이후에도 폭행 지도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체육계의 안이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제2의 최숙현’은 언제든지 다시 나올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스포티비뉴스=정형근, 배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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