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올 초 신임 회장을 선임해 새 집행부를 꾸린 대한하키협회가 폭행 지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도마 위에 올랐다.

'클린 하키'를 새로운 기치로 내세웠지만 사실상 첫 시험 무대였던 폭행 지도자 징계 심의에서의 처벌 수위가 피해 선수들 눈높이에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신임 회장의 취임 일성과도 동떨어진 징계라는 비판이 쇄도해 향후 협회 대응에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1월 12일 이상현 회장은 제30대 대한하키협회장으로 선임돼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취임 일성으로 내세운 키워드는 '스포츠 윤리'였다.

비하키인 출신으로 대대적인 내부 개혁 의지를 천명한 이 회장은 경기단체 가운데 최초로 스포츠윤리담당 부회장직을 신설해 주목받았다. 지난달 22일에는 윤리의식 강화를 위한 '클린하키 캠페인'을 열어 집행부와 지도자, 선수에 이르기까지 국내 하키계 전반에 스포츠윤리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인권을 존중하는 공정한 하키 문화가 조성될 때 국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깨끗한 하키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윤리의 문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윤리가 기반되지 않은 채 얻은 메달은 결코 빛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하키협회 행보는 신임 회장 임기 초부터 무성한 뒷말을 낳고 있다. 하키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미성년자를 상대로 폭행을 저지른 지도자에게 솜방망이 징계를 내려 논란을 빚은 것이다.

하키협회는 지난달 30일 스포츠공정위를 열어 수원 소재 중학교 하키부 코치이자 수도권 모 대학 재능 기부 감독 등을 역임한 A감독의 징계를 논의했다.

공정위는 A감독의 폭행과 폭언, 금품 수수 등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자격정지 3년 징계를 내렸다. 해당 지도자는 잘못을 뉘우치지도, 피해 선수에게 사과조차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규정상 가장 가벼운 처벌 정량인 3년 자격정지 징계에 그쳐 입길에 올랐다.

공정위는 피해 선수들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다고 판단, A감독의 폭행 폭언이 '중대한 경우'의 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별했다.

공정위 규정에 따르면 중대한 경우의 폭력은 3년 이상의 자격정지 또는 영구제명 징계를 내릴 수 있다.

그런데 공정위는 일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고 상해를 입힌 시점이 상당 기간 지났다는 점을 들어 중대한 폭력을 처벌하는 징계 중 가장 낮은 3년 자격정지를 내리는 데 그쳤다.

A감독을 신고한 선수들은 공정위의 처벌 수위가 너무 낮다며 허탈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한 피해 선수는 “A감독이 3년 후에 하키계에 다시 발을 들여 마주칠 것을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며 "지금도 그는 잘못을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있다. 그러긴커녕 (우리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징계를 심의·주관하는) 협회가 오히려 지도자의 죄를 감싸주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솜방망이 처벌 논란으로 이 회장이 일관되게 강조해온 '클린 하키'에 대한 신뢰도 역시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새 집행부의 첫 본선 무대였던 공정위 심의가 논란에 휩싸이면서 협회의 구호도 결국 공염불로 그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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