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존스는 프란시스 은가누와 싸우게 될까?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예상외 전개였다. UFC 헤비급 랭킹 4위 시릴 가네(30, 프랑스)와 5위 알렉산더 볼코프(32, 러시아)가 오는 6월 27일(이하 한국 시간) UFC 파이트 나이트 191에서 맞붙는다.

가네는 무에타이 출신의 영리한 타격가. 헤비급답지 않은 가벼운 스텝과 높은 파이트 IQ를 자랑한다. 주니어 도스 산토스와 자이리지뉴 로젠스트루이크 등 타격가를 타격으로 잡았다. 전적 8승 무패.

볼코프는 극진가라테 출신이다. 전적 41전 33승 8패로 경험이 많다. 특히 키 201cm를 활용한 원거리 펀치와 킥이 강하다. 지난 2월 알리스타 오브레임을 TKO로 꺾었다.

기술적인 타격가 대 타격가! 매치업 자체는 매우 좋다. 두 파이터 모두 새 챔피언 프란시스 은가누(34, 카메룬)를 위협하는 랭커들이다. <파워형 스트라이커> 은가누와 대비되는 <전략형 스트라이커>라 상성이 까다롭다.

가네와 볼코프의 경기 승자는 곧바로 타이틀 도전권을 요구할 것이다.

▲ 시릴 가네와 알렉산더 볼코프가 맞붙으면서 데릭 루이스의 다음 상대가 누굴지 관심을 모은다.

그렇다면 데릭 루이스(36, 미국)는 누구와 싸우게 되는 걸까?

루이스는 지난 2월 커티스 블레이즈를 KO로 잡은 뒤 "오브레임과 붙고 싶다"고 했고, 오브레임이 UFC에서 방출되자 "가네와 싸울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가네도 원하고 루이스도 원하니, 당연히 둘이 붙을 것으로 예상됐다.

가네를 제외하면 랭킹 2위 루이스가 대결할 만한 파이터는 위치상 1위 스티페 미오치치(38, 미국)뿐인데, 미오치치는 몸을 추스르고 한참 후에나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곧 이유가 밝혀졌다. UFC가 가네와 볼코프를 붙이고, 루이스를 남겨 놓은 데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었다. 은가누와 루이스의 재대결을 추진하기 위해서였다. 이것 또한 예상외 전개.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지난해부터 전 라이트헤비급 존 존스(33, 미국)를 은가누와 미오치치 경기 승자와 붙이겠다고 밝혀 왔다. 은가누가 미오치치를 2라운드 KO로 꺾어 존스와 매치업이 유력했다.

▲ 데릭 루이스가 존 존스의 경쟁자로 떠올랐다.

그런데 존스와 UFC의 사이에 냉기류가 흐르면서 판이 바뀌었다.

결국엔 돈 문제다. 존스는 은가누와 맞대결에 높은 파이트머니를 요구 중이다. "800~1000만 달러(약 89~110억 원)도 이 경기의 무게감을 생각하면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 이상을 바라고 있다.

"인생에서 몇 번 안 오는 기념비적인 경기다. 내 헤비급 첫 경기에서 은가누를 꺾는 건 특별한 일이 될 것이다. UFC가 성사한 무하마드 알리와 조지 포먼의 경기와 같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 팬들이 관심을 가질 슈퍼 파이트니까 그에 맞는 파이트머니를 달라는 얘기다.

존스는 UFC가 미온적으로 나오자 "차라리 계약을 해지하라"며 강수를 두기도 했다.

지금도 현재 진행형. "난 잃을 게 전혀 없다. 싸우지 않아도 된다. 내가 받아야 한다고 믿는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한, UFC 경기에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옳다고 믿고 그 위치를 지키는 건 강력한 대응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UFC는 결국 자신들이 고집불통이고 내가 특별한 선수라는 것을 깨닫게 될 거다. 나와 중간에서 만나려고 할 거다"고 큰소리쳤다.

▲ 프란시스 은가누가 자이르지뉴 로젠스트루이크를 쓰러뜨린 뒤 걱정하고 있다.

반면 루이스는 존스의 저런 태도가 '땡큐'다. "난 800만 달러면 무조건 한다"고 받아쳤다. 게다가 챔피언 은가누에게 2018년 판정승을 거둔 바 있다는 게 크다. 4연승의 상승세, 2위 랭킹, 1차전 승리 등 명분이 충분하다.

실제로 UFC는 최근 은가누에게 루이스와 재대결하라는 출전 오퍼를 던졌다. ESPN 기자 아리엘 헬와니는 "UFC는 오는 6월 13일 은가누와 루이스의 경기를 추진했다. 그런데 은가누가 조금 더 시간을 달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은가누의 출전 희망 시기인 오는 8월, 또다시 루이스와 2차전이 추진될 수 있다. 헬와니는 "UFC가 존스를 만나려고 할까? 반면 루이스는 이미 준비돼 있다. 의욕적이다. UFC가 여름 또는 가을에 은가누를 루이스와 붙이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지금 같아선 존스의 파이트머니 조건을 맞춰 주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존스에게 그나마 희망적인 변수가 있다면, 은가누가 존스와 대결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오는 8월 존스와 붙은 뒤, 올해 말 루이스와 재대결하는 걸 이상적으로 생각한다.

"UFC와 존스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는 모른다. 다만 존스가 일 처리를 잘못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내 비즈니스는 아니다. 많은 도전자들이 있다. 우선 난 싸우는 챔피언이 될 것이다. 사람들을 기다리게 하지 않을 것이다. 상대를 선택할 수 있는 위치다. 올해 두 경기를 더 뛰고 싶다. 일단 존스와 경기가 성사되길 바란다."

은가누가 새 챔피언이 되고 UFC 헤비급이 들끓고 있다. 존스는 UFC와 줄다리기 중이고, 그 틈을 루이스가 비집고 들어온다. UFC는 루이스를 존스 견제용 협상 카드로 쓰고 있다.

물론 판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지난해 파이트머니 인상을 요구하며 UFC와 대립각을 세운 호르헤 마스비달(36, 미국)은 7월 길버트 번즈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양성반응으로 빠지자 경기 일주일을 앞두고 대체 선수로 들어가 챔피언 카마루 우스만과 붙었다. 물론 UFC가 어느 정도 마스비달의 요구 조건을 수용한 결과였다.

UFC, 은가누, 존스, 루이스가 뒤섞여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 궁금하다.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힘든, 변수가 많은 투기 종목 '종합격투기(MMA)'. 재밌게도 백스테이지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협상도 늘 예상외 전개가 펼쳐지는 곳이 이곳 종합격투기 판이다.

이교덕 기자는 격투기 전문기자로 2004년부터 글을 써 왔습니다. 현재는 SPOTV에서 UFC 해설 위원으로도 활동 중입니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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