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인천 SSG전에서 KBO리그 첫 퇴장을 당한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터졌다. 6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한화와 경기 중 8회 말에 있었던 일이었다.

한화는 1-2로 뒤진 8회 2사 1루에서 투수교체를 선택했다. 최정을 잡기 위해 우완 주현상 투입을 결정했다. 불펜에서 나온 주현상이 랜더스필드의 마운드에 섰다. 그런데 전광판에 적힌 한화의 다음 투수는 강재민이었다. 여기서부터 그라운드가 혼란에 빠졌다. 심판진이 바쁘게 뭔가를 확인했고, 한화 더그아웃을 찾아가 뭔가를 이야기했다.

어쩌면 주현상이 마운드에 서 있는 것도, 전광판에 강재민의 이름이 떠 있는 것도 다 맞는 것이었다. 한화는 ‘분명히’ 주현상에게 출격을 지시했다. 그런데 심판진이 통보받은 선수는 주현상이 아닌 강재민이었다. 그 사이에 착오가 있었다. 통역이 심판에게 강재민으로 잘못 통보했다. 한화 더그아웃 내에서 뭔가 의사 전달의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수베로 감독은 통역의 단순 실수이니 교체를 인정해달라고 했고, 심판진은 규정에 따라 그럴 수 없다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수베로 감독의 감정이 다소 격해졌다. 수베로 감독은 화난 표정, 그리고 답답한 표정을 번갈아지으며 심판진에 어필을 이어 갔다. 주현상이 다시 불펜으로 들어가고, 강재민이 마운드에서 연습투구를 할 때까지도 수베로 감독의 어필은 끊이지 않았다. 

심판진은 진정하라고 다독였다. 퇴장으로 가는 건 심판진도 별로 바라지 않는 눈치였다. 그러나 어필이 길어지자 결국 규정에 따라 퇴장 조치했다. 올 시즌 KBO리그 내 첫 퇴장이자, 수베로 감독의 KBO리그 첫 퇴장이기도 했다. 수베로 감독은 이날 경기가 한화 감독 경력의 두 번째 경기였다. 감독직을 맡은 뒤 두 경기 만에 퇴장 경력을 쓴 진기록의 주인공으로 역사에 남았다.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 강재민이 몸을 풀 시간을 벌 수 있도록 시간을 끌었다는 해석도 있다. 다만 이번 퇴장은 기존 외국인 감독들의 퇴장과는 다소 결이 달랐다.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 트레이 힐만 전 SK 감독, 맷 윌리엄스 KIA 감독도 모두 ‘한 성격’을 하는 감독들로 퇴장 경력이 있다. 그러나 사유는 수베로 감독과 조금 다르다. 몰랐거나, 작심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로이스터 감독은 2009년 5월 19일 잠실 두산전에서 퇴장을 당한 기록이 있다. 그런데 심판 어필이 아닌, 규정 위반이었다. 당시 이상화가 초구를 던지기 전 페르난도 아로요 투수코치가 먼저 마운드에 한 차례 방문한 상황이었는데, 초구를 던진 뒤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자 로이스터 감독이 직접 마운드로 향했다. 심판진은 야구규칙 ‘마운드행 제한’에 따라 로이스터 감독이 퇴장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말렸지만, 로이스터 감독이 그냥 올라가 버렸다. 규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퇴장시켰고, 벌금이나 추후 제재는 없었다.

이미 감독 경력에서 굵직한 퇴장 경력이 많은 힐만 감독과 윌리엄스 감독은 모두 비디오 판독 불복에 따른 퇴장이었다. 즉, 자동 퇴장이었고 감독들도 약간의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힐만 감독은 2018년 6월 20일 대구 삼성전에서 비디오 판독 결과에 항의하다 퇴장 당했고, 윌리엄스 감독은 지난해 8월 23일 고척 키움전에서 비디오 판독이 ‘3분’을 넘겨 번복되자 강하게 항의하고 퇴장됐다. 

어쩌면 한화 코칭스태프 구성에서 과도기적 측면도 있다. 한화는 수베로 감독을 비롯, 케네디 수석코치, 워싱턴 타격코치, 로사도 투수코치까지 주요 보직이 죄다 외국인들이다. 투수 교체 통보는 보통 투수코치나 수석코치가 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못하다보니 통역을 거쳐야 했던 것이다. 거치는 단계가 많으면 많을수록 실수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첫 퇴장으로 기억될 이번 경기는 수베로 임기 내내 교훈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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