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리아. 제공ㅣ좋은날ENT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구슬픈 정통 트로트를 금발의 푸른 눈 소녀가 부르면 그 감동은 확실히 남다르다. 미국인 마리아 엘리자베스 리스(21)가 트로트를 부를 땐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해야 했다. 목소리 주인이 마리아라는 것을 재차 확인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뜬 것이다. 눈을 감고 들으면 분명 본토 한국인의 구수한 목소리였다.

마리아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2(이하 '미스트롯2')'에서 정통 트로트를 부르는 금발 소녀로 사랑받았다. 외국인 참가자로는 최초로 올하트를 받았고, 2만 명이 넘는 지원자 속에서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외국인 참가자로는 놀라운 성과다. 더욱 놀라운 것은 '외국인치고는' 잘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참가자들과 견주어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가 톱7 안돼서 조금 아쉽지만, 준결승까지 올라가서 감사하다. 프로그램으로 인해 저를 많이 사랑해주셔서, 가수의 꿈을 이룬 것 같다. 현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많은 사람이 된 느낌이다. '미스트롯2'은 보는 사람도 긴장하게 만드는 것 같다. 보면서도 막 설렌다. 프로그램을 하는 입장에서는 비디오 게임 하는 느낌이라 집중이 확 된다.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드디어 좋은 회사도 만나고 가수 활동도 할 수 있게 됐다. 파워 있는 프로그램인 것 같다."

마리아는 트로트가 좋아 '미스트롯2'에 지원하게 됐다고. 호기롭게 지원했지만, 막상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단다. "트로트를 좋아해서 '미스트롯'을 보게 됐다. 그걸 보면서 '미스트롯2'에 나오고 싶어지더라. 그래서 지원했다. 그런데 지원하는 사람이 2만 명이나 되고, 외국인인 제가 한국인들과 대결해야 해서 1라운드에서 떨어질 줄 알았다. 또 다른 외국인 참가자들 보면서 라이벌이라는 생각에 걱정을 좀 했다. 같은 외국인이라 괜히 더 비교될까 봐 걱정했다. 그런데 제가 첫 마스터 오디션에서 올하트를 받게 됐다. 당시 노력하고 힘들었던 순간들이 생각났다. 돌려받는 느낌이었다. 이후에는 '미스트롯2'을 하면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걱정은 많았다. 그래서 최선을 다했다."

마리아게 가장 어려운 것은 트로트 정서가 되는 '한(恨)'이었다. 트로트의 맛깔나는 한국 정서를 외국인이 표현하기엔 결코 쉽지 않다. 마리아는 '한'이 어려웠다면서도, 트로트를 좋아한 계기가 '한'이었다고 고백했다.

"원래 '한'이라는 것을 잘 몰랐다. '정'은 금방 익숙해졌는데, '한'은 뭔지 잘 모르겠다. 그나마 예전 영화 보면서 많이 이해했다. 정말 한국 사람이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한'이었다. 그런데 감정 있는 슬픈 트로트를 좋아한다. 사실 트로트를 좋아한 계기도 영화 '귀향'을 보면서다. 친구가 한국 역사에 대해 잘 알 수 있다며 영화 '귀향'을 추천해줘서, 영화를 보게 됐다. 그런데 거기서 판소리가 나오는데, 살면서 들은 것 중에 가장 슬프더라. 너무 좋아서 찾아보다가, 주현미 선생님의 유튜브를 보고, 트로트 곡들을 많이 들게 됐다. 삶에 대한 이야기, 고향 그립다는 이야기,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더라. 한국에 혼자 있고, 부모님이 멀리서 응원해 주고 있는 제 상황이라 마음에 와닿았다."

'한' 말고는 한국어 가사가 어려웠다고 전했다. "나훈아 선생님의 '물레방아 도는데'를 부르는데, 처음 시작하는 가사가 "돌담길 돌아서며 또 한 번 보고"다. 그런데 '돌담길'이라는 단어가 발음이 어렵더라. 또 옛날 단어가 들어가는 가사들은 검색해도 잘 안 나오더라. 그래서 가사를 이해하는 데 오래 걸렸다."

이처럼 외국인에게는 여러모로 녹록지 않은 것이 트로트다. 그럼에도 외국인이 부르는 트로트기 때문에 특별한 점도 있을 터다. 마리아는 "외국인이 트로트를 부르기 때문에 좋은 점으로는 일단 베이스가 팝송이다. 제가 외국인이라 그런지 저랑 비슷한 음색이 한국에는 없는 것 같다. 음색이 달라 노래마다 느낌이 다르다"고 자부했다.

마리아는 3년 전 한국에 왔다. 당시 19세였던 마리아는 K팝이 정말 좋아, 한국에서 가수가 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낯선 땅을 밟았다. 처음에는 부모님의 반대도 심했다고 밝혔다.

"저는 한국에서 가수가 하고 싶어서 혼자 미국에서 왔다. 그때가 19살이었다. 하고 싶은 것은 무조건 해야 한다는 그 생각 하나로 온 것이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절 말릴 수 없다. 저는 일단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집중력이 굉장히 좋다. 그래도 부모님은 걱정이 많으셨다. 제가 처음 한국 간다고 했을 때 엄마가 특히 걱정을 많이 하셨다. 제가 막내딸인데, 혼자 한국에 가는 막내딸이 갑자기 어른이 된 느낌을 받으셨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마음에 안 드셨지만 제가 너무 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엄마도 '우리 딸의 행복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보내주셨다.

하지만 지금은 부모님이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라고.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못 만난 지 오래돼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부모님은 제가 부르는 트로트를 들으시고 저랑 어울리는 장르인 것 같다고 하셨다. 코로나 터지기 전에 봤는데, 지금 1년 3개월 정도 못 보고 있다. 시차도 있으니 연락하기도 쉽지 않다. 부모님이 관객석에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외로운 타향살이에도 마리아는 꿈을 잃지 않고 노력했다. 특히 유창한 한국어는 마리아의 남다른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한국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는 것도 있지만, 마리아는 정공법으로 공부했다. 한국인들이 영어를 배울 때처럼, 마리아도 한국어 단어를 쓰고 외우고를 반복한 것이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비결은 MP3로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사이트를 많이 참고했다. 가장 많이 쓰이는 한국어 단어 100개를 외운 것도 도움 됐다. 또 한국 음악을 들으면서 가사를 읽는 연습을 했다. 제일 좋아하는 단어는 '즙'이다. 뭔가 발음이 재밌어서 좋다. 호박즙 같은 단어를 좋아한다."

▲ 마리아. 제공ㅣ좋은날ENT

최근 좋은날ENT와 전속계약까지 체결하며 본격적인 연예계 활동에 들어갔다. 현재는 신곡 준비에 한창이란다. 마리아는 외국인이라는 장점을 살려 영어로 부르는 콘텐츠도 계획 중이라고 귀띔했다.

"제가 신곡을 내려고 여러 작곡가들에게 곡을 받고 있다. 그 중에 완벽한 것을 찾는 중이다. 콘서트도 준비하고 있고, 촬영도 열심히 하고 있다. 무엇보다 트로트를 K팝처럼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게 노력하겠다. 트로트를 여러 언어로 부르거나, 트로트와 K팝과 연결해보는 등을 계획하고 있다."

가장 출연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복면가왕'이라고. 또 한국에 오기 전부터 좋아했던 K팝 보이그룹 더보이즈도 만나고 싶단다. "'복면가왕'에 제일 나오고 싶다. 너무 나오고 싶다. 재밌을 것 같다.'아는 형님'하고 '런닝맨'도 출연하면 좋겠다. 거기 나오면 성공하는 것이라더라(웃음). 그리고 더보이즈를 좋아한다. 사실 더보이즈 데뷔 때부터 좋아했다. 그때도 인기가 많아질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엄청 떴더라. 마치 엄마가 아들 보는 느낌처럼 뿌듯하더라. 제가 나이로는 여동생겠지만, 뿌듯한 느낌이 있다. 그런데 한국에 온 뒤로는 한번도 더보이즈 공연을 못 봤다. 사실은 일부러 안 봤다. 제가 크게 성공해서 시상식 같은 곳에서 만나는 것이 제 목표다."

마지막으로 마리아는 희망의 메시지가 주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저는 여러 장르 소화할 수 있는 재능 많은 가수가 되고 싶다. 세계적으로 트로트를 알리고 싶다. 사람들이 저를 보면서 꿈을 향해 달릴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마리아도 한국 가서 꿈을 이뤘는데 나도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u_z@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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