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펜이 총 31승을 날린 불운의 상징 제이콥 디그롬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제이콥 디그롬(33·뉴욕 메츠)은 리그에서 가장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 중 하나다. 2018년과 2019년은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였다. 2020년도 못한 시즌이 아니었다. 

그런 디그롬에게 없는 게 몇몇 있다. 일단 돈복은 크지 않았다. 디그롬은 2019년부터 시작되는 5년 1억3750만 달러에 계약했다. 연 평균 2750만 달러. 당시로는 꽤 큰 금액처럼 보였지만 지금 시세를 생각하면 구단 친화적인 계약이다. 돈복보다 더 없는 게 바로 승운이다. 잘 던져도 승리를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유도 가지가지였다. 디그롬이 마운드에 서 있는 동안 팀 타선이 제대로 된 득점 지원을 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불펜 난조다. 디그롬이 어떻게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고 내려가면, 불펜이 그 승리를 날려먹는 경우가 많았다. 불펜도 문제지만 넉넉한 점수차를 만들어주지 못한 타선도 할 말은 없었다. 메츠는 디그롬이 등판하는 날 이런 문제가 더 도드라진다.

201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디그롬은 올해까지 통산 184경기에 나가 70승51패를 기록 중이다. 통산 평균자책점이 2.60에 불과한 것을 생각하면, 통산 경기의 38%에서만 승리를 거둔 디그롬의 불운은 도드라진다. 그런데 불펜만 잘했어도 이보다는 통산 승수가 훨씬 더 늘어날 수도 있었다. 

선발투수의 승리를 불펜이 날리는 건 어느 팀에나 있는 일이지만, 디그롬은 정도가 조금 더 심하다. 워싱턴의 코로나19 사태로 개막전 등판이 취소된 디그롬은 6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 원정길에 시즌 첫 등판을 가져 6이닝 3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2-0으로 앞선 7회 마운드를 넘겼다. 그런데 불펜이 8회 5실점하며 디그롬의 승리투수 요건, 그리고 팀 승리가 모두 날아갔다.

불펜이 디그롬의 승리를 날린 건 이번이 통산 31번째. 불펜이 절반만 지켜줬어도 디그롬은 올해 통산 100승이라는 상징성 있는 기록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과연 디그롬의 불운이 올해는 끝이 날지 주목된다. 디그롬은 11일 마이애미 원정 경기에서 시즌 첫 승에 재도전한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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