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기, 이희준, 경수진, 박주현(왼쪽부터 시계방향). 제공ㅣtvN
[스포티비뉴스=심언경 기자] 해도 해도 너무하다. 사실상 남자 주연 투톱 드라마라고 해도, 주체적인 설정의 여성 캐릭터들을 민폐로 만들 필요까지 있었을까. '마우스'의 이야기다.

지난 3월 3일 시작된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극본 최란, 연출 최준배)는 자타 공인 바른 청년이자 동네 순경인 정바름(이승기)과 어린 시절 살인마에게 부모를 잃고 복수를 향해 달려온 형사 고무치(이희준)가 프레데터와 대치 끝에 운명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속도감 있는 전개, 몰입도를 더하는 연출,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진 '마우스'는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순항 중이다. 특히 정바름 역의 이승기, 고무치 역의 이희준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연기력과 캐릭터와 혼연일체 된 소화력으로 호평받고 있다.

이승기는 성요한(권화운)의 뇌를 이식받은 뒤 180도 바뀐 정바름의 면면을 확연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희준은 복수를 원동력으로 인생을 살아왔지만 따뜻한 심성과 정의감을 타고난 고무치를 실감 나게 표현해내는 중이다. 매력 있는 캐릭터에 뛰어난 연기까지 더해지니 흠잡을 데가 있을 리 없다.

하지만 '마우스'의 주연은 놀랍게도 이승기, 이희준을 포함해 총 네 명이다. 바로 오봉이 역의 박주현, 최홍주 역의 경수진이다. 그러나 이들의 활약은 두 남자 주연에 비하면 미미하기 그지없다. 심지어 한서준 역의 안재욱이 선사하는 임팩트가 훨씬 더 강할 정도다.

이쯤 되면 박주현, 경수진의 연기력을 의심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마우스'를 정주행한 시청자라면, 결코 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그저 대본 속 캐릭터를 성실하게 표현할 뿐이다.

박주현, 경수진의 착실한 연기가 안타까울 정도로 오봉이, 최홍주의 행보는 매번 의아함을 자아낸다. 무술 도합 10단이라는 오봉이는 매번 피를 흘리며 당하기 일쑤고, 프레데터 때문에 가족을 잃은 거나 마찬가지인 최홍주는 성요한의 아들을 낳아 기르고 있다.

또한 오봉이가 위험에 처할 때면 언제나 정바름이나 고무치가 '백마 탄 왕자님'처럼 등장한다.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한 오봉이의 몸부림은 번번이 실패로 끝이 난다. 무한 반복되는 오봉이의 좌절은 성장을 위한 발판이 아닌 '민폐'로 인식되기 딱 좋은 전개다.

최홍주 역시 답답한 캐릭터다. 매번 의뭉스러운 언행으로 혼란을 안기더니, 뜬금없이 출산까지 하고 돌아왔다. 성요한을 향한 최홍주의 감정선도 여전히 시청자들에게 난제로 남아 있다. 곧 최홍주만의 속사정이 드러날 것으로 보이나, 벌써 '마우스'는 반환점을 돈 상태다. 이미 뇌리에 박힌 최홍주의 인상을 완전히 반전시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오봉이, 최홍주의 캐릭터 정보를 보면 더욱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못 하는 운동이 없는 무술 도합 10단의 문제적 고딩' 오봉이, '취재를 위해서는 물불 안 가리는 능력치 만렙 시사교양 PD' 최홍주, 이들이 극 중에 존재하는 인물이 맞긴 한지 묻고 싶다.

▲ '마우스' 방송화면 캡처

스포티비뉴스=심언경 기자 notglasses@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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