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신인 돌풍을 예고한 KIA 이의리(왼쪽)와 롯데 김진욱.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바야흐로 루키 전성시대다. 올 시즌 KBO리그 개막과 함께 영건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야구계의 관심이 앳된 얼굴의 신인들에게 쏠리고 있다.

최근 들어 대세가 된 신인 돌풍의 시작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인공은 ‘바람의 손자’ 이정후(23·키움 히어로즈)다.

당시 휘문고를 졸업하고 곧장 프로로 뛰어든 이정후는 2017년 데뷔와 함께 144경기를 모두 소화하며 타율 0.324 47타점 11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기존 포지션이었던 내야수를 내려놓고 외야수로 전향하면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를 모두 극복하고 아버지 이종범도 받지 못한 신인왕을 차지했다.

이정후의 등장 이후 KBO리그는 신인 돌풍이 계속해 몰아닥쳤다. 2018년 kt 위즈 강백호, 2019년 LG 트윈스 정우영 그리고 지난해 kt 소형준이 나란히 고졸 루키 자격으로 신인왕을 차지하며 명맥을 이었다.

그리고 올해에는 더 치열한 신인왕 다툼이 예고되고 있다. 사실 이미 경쟁은 시작됐다. 계약금으로만 9억 원을 받은 키움 장재영을 필두로 KIA 타이거즈 이의리, 롯데 자이언츠 김진욱 등이 개막 초반부터 1군 무대에서 각자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이처럼 어느 때보다 뜨거운 루키 경쟁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이가 있다. 바로 이정후다. 직속 후배 장재영과 함께 뛰고 있는 이정후는 8일 고척 KIA전에선 이의리를 상대한 뒤 9일 사직 롯데전에선 김진욱과 승부를 겨뤘다.

롯데전 직후 만난 이정후는 “어제 이의리도 그렇고 오늘 김진욱도 그렇고, 모두 최근 메이저리그로 떠난 김광현과 양현종 선배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선수들이라고 느꼈다. 나도 아직 어리지만, 강백호나 소형준 그리고 올해 신인들처럼 좋은 선수들이 계속 많이 나오고 있다. 다 같이 성장해서 과거 선배님들처럼 우리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 키움 이정후가 9일 사직 롯데전에서 3회초 싹쓸이 2루타를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배들을 향한 평가도 덧붙였다. 이정후는 이의리와 승부에선 2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침묵했지만, 김진욱에겐 2타수 1안타 1볼넷 3타점으로 매운맛을 선사했다.

이정후는 “이의리는 투구폼이 간결하고 빨랐다. NC 다이노스 구창모 선배님과 비슷했다. 반대로 김진욱은 와일드한 투구폼이었다. 김광현 선배님처럼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 투구폼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4년 전 신인왕은 올 시즌 루키 경쟁 구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전망을 묻자 답변 대신 후배들을 향한 진심이 먼저 나왔다.

이정후는 “이 시기는 신인왕을 생각하는 대신 그저 1군에서 뛰면 좋을 때라고 본다. 아프지 않고 지금처럼만 뛴다면 누가 신인왕을 타도 이상하지 않을 시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신인왕은 장재영이 잘해서 탔으면 좋겠다. 또, 히어로즈는 신인왕 출신들이 많지 않느냐”며 직속 후배를 향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았지만, 이날 4타수 2안타 4타점을 기록하고 7-2 승리를 이끈 이정후는 “주중 3연전을 모두 지고 부산까지 내려왔다. 오늘 게임도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태에서 치르는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득점권이 왔을 때 살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타격감은 오늘 한 경기 가지고는 모르겠다. 조금 더 치러봐야겠다. 그래도 원하는 스윙이 나와서 좋다. 선수들끼리도 오늘부터 새로운 시작이라고 서로 격려했다”고 웃은 뒤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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