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알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롯데 내야수 배성근.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기회가 왔다 싶었습니다.”

똘망똘망한 눈은 손아섭을 닮았고, 근성 넘치는 플레이는 문규현을 떠올리게 한다. 롯데 자이언츠의 악바리 계보를 이을 새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인공은 입단 8년차 무명 내야수 배성근(26)이다.

배성근은 아직 국내 야구팬은 물론 롯데팬들에게도 이름이 낯선 선수다. 2014년 김유영, 이인복 등과 함께 입단했지만, 육성선수로 5년을 보낸 뒤 2019년에야 정식선수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통산 기록도 별 볼 일은 없었다. 지난해까지 성적은 타율 0.176 2타점 4득점 1도루. 통산 홈런은 아직 때려내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아직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던 배성근은 올 시즌에도 개막 엔트리로 합류하지 못했다. 내야진에는 딕슨 마차도와 안치홍, 한동희 등 쟁쟁한 선수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회는 예상치 못하게 찾아왔다. 주전 유격수 마차도가 6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사구 부상을 입고 전열에서 이탈하면서였다. 허문회 감독은 바로 다음날 배성근을 1군으로 콜업했다.

▲ 롯데 배성근이 9일 사직구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 고봉준 기자
부랴부랴 짐을 싼 배성근은 곧장 깜짝 활약을 펼쳤다. 이날 9번 유격수로 나와 올 시즌 첫 안타를 때려낸 뒤 수비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다음날 NC전에선 4타수 3안타 3타점 맹타를 휘두르면서 기존 내야수들의 입지를 위협했다.

키움 히어로즈와 홈 개막전이 열린 9일 사직구장에서 만난 배성근은 “개막 엔트리에서 탈락해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2군에서 잘 준비했다. 쉬는 날에도 래리 서튼 2군 감독님의 지도 아래 훈련하면서 몸을 만들었다”고 최근 활약 비결을 밝혔다.

이어 “정말 오랜만의 선발 출전이었다. 그래서 ‘기회가 왔다’ 싶어서 집중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허 감독이 배성근을 대체 유격수로 택한 이유는 하나다. 바로 수비다. 마차도가 없는 상황에서 센터 라인이 힘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 머릿속을 스쳤고, 후보군 중에서 가장 수비가 탄탄한 배성근을 주전 유격수로 발탁했다.

사령탑의 칭찬을 전해 들은 배성근은 “수비는 원래 자신이 있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수비는 기본적으로 가져가면서 타격 약점을 보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마차도를 보면서 좋은 부분은 받아들이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배성근은 9일과 10일 사직 키움전에서도 탄탄한 수비를 뽐내며 주전 도약의 희망을 키웠다. 또, 타석에서도 타율 0.385(13타수 5안타) 3타점 3득점을 기록하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처럼 배성근이 하나뿐인 기회를 완벽하게 살리자 주위에서도 많은 축하를 보내고 있다. 7년째 무명으로 지내던 선수의 반전 활약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매일같이 울리고 있다. 특히 롯데 2군 팜에서 모처럼 나타난 내야수의 등장을 반기는 분위기다. 배성근은 “주위에서 내가 7년 만에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웃었다.

마차도가 라인업으로 복귀하면 다시 경쟁의 늪으로 돌아가야 하는 배성근은 끝으로 “열심히 하는 선수가 기억되고 싶다. 오늘 당장 잘하기보다는 꾸준하게 노력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러다 보면 팬들에게도 그렇게 기억되리라 생각한다”고 소망을 말했다.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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