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내야수 김하성 ⓒ조미예 특파원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내야수 김하성이 그토록 원했던 메이저리그 성공의 열쇠 하나를 찾았다.

김하성은 11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와 원정경기에 9번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5회 텍사스 선발 조던 라일스를 상대로 좌월 솔로포를 때려냈다.

김하성의 타구는 하늘 높이 치솟았고 좌측 파울폴을 때린 뒤 그라운드 안으로 떨어졌다. 파울인가 잠시 멈춰 쳐다보던 김하성도 타구의 방향을 바라본 뒤 확신을 가지고 뛰기 시작했다.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데뷔 8경기 만에 첫 홈런을 기록했다.

이날 4사구 2개도 의미가 있지만 김하성에게 장타라는 갈증이 풀린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김하성은 지난해 30홈런-100타점을 기록하면서 KBO리그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내고 메이저리그로 진출했다. 메이저리그는 그가 20홈런-20도루를 2차례나 기록한 '호타준족'이라는 점에 그를 눈여겨봤다.

그런데 안타는 물론 유독 장타가 터지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다. 김하성은 시범경기에서도 19경기 42타수 7안타 1타점 1득점 타율 0.167을 기록했는데 7개가 모두 단타였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에는 이날 전까지 7경기에서 기록한 안타 3개 모두 1루에서 멈췄다. 

타구 속도나 발사각이 좋을 때도 있었지만 멀리 뻗지 못하고 야수들에게 잡히면서 메이저리그 공에 화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팀 주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유격수 어깨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기회가 주어졌을 때 빨리 장점을 어필하며 스스로 활용가치를 높여야 하는 김하성에게는 그래서 이날 홈런 한 방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홈런이 나오고 나서야 제이스 팅글러 샌디에이고 감독이 김하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메이저리그에 적응하고 있다"에서 "점점 편안해지고 있다"로 바뀌었다. 메이저리그 담당기자들도 경기 후 온라인 인터뷰에서 김하성에게 "메이저리그에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인사를 건넸다.

낯선 환경에서 계속해서 자신을 다독이고 발전해나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김하성은 온라인 인터뷰에서 "안 힘들다면 거짓말이다. 확실히 한국에서보다 힘들다. 혼자만의 시간이 많은 것 같다. 나빴던 생각을 최대한 하지 않고, 오늘 경기는 지나간 것이라고 생각하고 내일 경기를 준비했다"고 그동안 조급해질 수 있던 시간을 이겨낸 비결을 밝혔다.

▲ 김하성.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온라인 인터뷰 캡처

주변 사람들도 그의 기운을 북돋웠다. 김하성은 "가족들도 많은 도움을 주고 박병호 선배, (이)정후 같은 한국 선수들, 미국에서 강정호 선배와 통화를 많이 한다. 타지에 혼자 나와서 경기를 하는데 큰 힘이 된다. 주변에서 자주 연락을 해주고 내가 연락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를 따라와주신 염경엽 감독님께도 감사하다. 나를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 시즌 마지막에 웃고 싶다"고 말했다.

무섭도록 냉철한 곳. 자기 자리는 자기가 만들어야 하는 곳이 메이저리그. 김하성은 그동안 자신의 가치를 높여주고 이름을 수식해줄 만한 키워드를 찾아다녔다. 타지에서 홀로 되뇌인 긍정의 힘, 그리고 주변의 따뜻한 도움이 김하성을 계속해서 '메이저리 꽃길'로 이끌 수 있을까.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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