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민규 기자]메이저리그의 2005년은 많은 일이 일어난 시즌이었다. 휴스턴과 애틀랜타의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는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역사상 가장 긴 18이닝 경기(5시간 50)가 벌어졌으며 1917년 이후 8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블랙삭스 스캔들의 저주가 풀리기도 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 인근 BALCO 연구소에서 터져 나온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파문이 의회 청문회까지 이어지면서 메이저리그는 어둡고 부끄러운 단면을 보이기도 했다.

2005년 시즌은 또한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전성기이기도 했다. 2005년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한국 선수가 뛴 시즌이었다. ‘코리안 특급박찬호(42)를 포함해 모두 7(출생지로 따지면 토미 펠프스까지 8)의 선수들이 그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다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들이 전성기를 누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즌 도중 텍사스에서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 된 박찬호는 2001년 이후 4년 만에 두 자릿수 승(12)를 달성했지만 평균자책점은 5.74(FIP 4.22)로 좋지 않았다. 보스턴에서 콜로라도로 둥지를 옮긴 김병현(36)은 선발과 불펜을 오갔지만 512패 평균자책점 4.86으로 역시 좋지 못했다. 구대성(46)은 초반의 기세를 끝까지 유지하지 못했으며 김선우(38) 역시 쿠어스필드에서 완봉승을 거둔 경기를 제외하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아시아 대표로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 참가했던 최희섭(36)133경기에 출장해 15홈런(ISO .200)을 기록했지만 2006년 마이너리그 생활을 끝으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해 22살이던 추신수(33)는 시애틀에 입단한 2001년 이후 4년 만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당시 메이저리그 최고 외야수 가운데 한 명인 스즈키 이치로(42)에 밀려 10경기 출전에 그쳤다.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는 메츠의 서재응(38)이었다. 2004510패 평균자책점 4.90으로 부진했던 서재응은 2005년 시즌을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했다. 이 때문에 8월 전까지 빅리그에서 단 3경기 등판에 그쳤던 서재응은 그러나 8월 초에 콜업 돼 후반기 11경기에서 좋은 투구를 했다. 그해 서재응은 14경기에 등판해 82패 평균자책점 2.59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코리안 메이저리거 2005년 시즌 성적

박찬호 : 30경기 1285.74ERA 155.1이닝 113탈삼진 80볼넷 1.9 fWAR

김병현 : 40경기 5124.86ERA 148이닝 115탈삼진 71볼넷 1.3 fWAR

서재응 : 14경기 822.59ERA 90.1이닝 59탈삼진 16볼넷 1.9 fWAR

김선우 : 24경기 634.90ERA 82.2이닝 55탈삼진 21볼넷 1.1 fWAR

구대성 : 33경기 006홀드 3.91ERA 23이닝 23탈삼진 13볼넷 0.0 fWAR

최희섭 : 133경기 .253/.336/.453 15홈런 42타점 1.1 fWAR

추신수 : 10경기 .056/.190/.056 0홈런 1타점 (-0.2 fWAR)


11년이 지난 2016년 현재, 메이저리그를 누비게 될 한국 선수는 6. 5 드래프트를 거쳐 에인절스로 자리를 옮기고 메이저리그 출장전기회를 보장 받은 최지만까지 합한다면 모두 7명이다. 이들의 2015년 시즌을 되돌아보고 2016년 시즌의 목표를 알아보자.

추추 트레인

지난해 추신수는 자크 오펜바흐가 작곡한 오페라 '천국과 지옥'의 주인공 오르페처럼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4월 한 달 동안 안타 5(타율 .096)만을 때려 내는데 그친 추신수는 5월에 타율 .295 6홈런 18타점으로 나아지는 듯했으나 결국 .221/.305/.384 11홈런 38타점의 좋지 않은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쳤다. 게다가 지난해 추신수의 전반기 타율과 출루율은 그의 메이저리그 커리어 가운데 가장 낮았으며 볼넷 비율(BB%)10%대를 넘지 못하고 9.2%에 그친 것 역시 처음이었다.

지난해 전반기 동안 추신수가 그토록 부진했던 이유는 일명 추 존(Choo Zone)’으로 불리는, 좌타자의 바깥쪽 높은 코스에 대해 심판들의 콜이 지나치게 후해진 나머지 볼이 스트라이크로 둔갑하며 그의 최대 강점인 선구안이 무너졌기 때문. 그 여파로 추신수는 투수들과 볼카운트 싸움에서 많은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강한 타구(Hard)의 비율은 31%로 매우 낮은 수준은 아니었지만 잡아당긴 타구가 너무 많은(47.8%) 나머지, 수비 시프트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플라이볼보다 안타가 될 확률이 더 높은 땅볼을 50.7%나 생산했지만 전반기 BABIP.265에 불과했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나 추신수는 후반기 들어 달라지기 시작했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세 경기 만에 아시아 출신 선수 가운데 처음으로 히트 포 더 사이클을 달성한 추신수는 후반기 69경기 동안 .343/.455/.560/1.060의 성적을 기록하며 전반기와는 차원이 다른 활약을 펼쳤다추신수가 9월 한 달간 기록한 타율(.387)과 출루율(.500)은 메이저리그 전체 1, fWAR(2.2)은 브라이스 하퍼와 함께 전체 공동 2위였다(1위 크리스 데이비스 2.3). 또한 같은 기간 wRC+(조정 득점 창출력) 200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크리스 데이비스(220), 하퍼(219), 추신수(203) 세 명 뿐이었다.

그렇다면 추신수는 어떻게 반등에 성공한 것일까.

지난해 9, 필자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전반기 내내 추신수를 괴롭혔던 추 존은 후반기에도 역시 그를 괴롭혔다. 전반기, ‘추 존에 구사된 투구는 282. 그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된 것은 70(24.8%). 이때 심판이 스트라이크 선언을 한 투구는 48구로 70구 가운데 68.6%를 차지했다. 후반기 들어 같은 코스에 구사된 투구는 265. 그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선언된 것은 58(21.8%)로 전체 스트라이크 비율은 떨어진다. 그러나 심판이 콜을 해 스트라이크가 된 것은 44구로 추 존의 전체 스트라이크 가운데 무려 75.8%로 오히려 심판의 스트라이크 콜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추신수는 추 존에 대해 스윙을 줄이고 더욱더 노골적으로 공을 골라 냈으며 당겨치는 타구를 줄이고 밀어치는 타구의 비율을 높였다. 또한 볼카운트 승부를 길게 끌기보다는 ‘early count(빠른 볼 카운트상황에서 적극적인 타격으로 투수들을 상대했다. 추신수의 후반기 ‘early count’ 타율은 .505(95타수 48안타)로 메이저리그 전체 3위로 매우 높았다(75타수 이상). 같은 기간 초구 상대 성적은 매우 압도적이었는데 추신수의 초구 타율은 .586(29타수 17안타)로 메이저리그 타자 가운데 가장 높았다(20타수 이상). 추신수의 새로운 전략은 빠른 볼 카운트 상황에서 패스트볼을 노리자였다. 그리고 그는 2013년 보여 줬던 패스트볼 킬러’로 돌아왔다.


추신수의 타격 기록 변화(전반기→후반기)

[Pull] 47.8% → 39.7% [Center] 29.7% → 39.7% [Opposite] 22.6 → 20.6%

추 존스윙 스트라이크 비율 : 31.4%(22/70) → 24.1%(14구/58구)

패스트볼 상대 타율 : .285(158타수 45안타) → .403(149타수 60안타)

우완 상대 타율 : .260(196타수 51안타) → .351(148타수 52안타)

좌완 상대 타율 : .153(111타수 17안타) → .330(100타수 33안타)

볼넷 비율 : 9.2% → 14.4%


올해로 메이저리그 12년째가 된 추신수는 어느덧 33세의 베테랑이 됐다. 지난해 1보스턴 글로브에 따르면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로 조사한 결과, 야구 선수들이 전성기를 맞이하는 시기는 대체적으로 26세에서 28세이며 이후 곧바로 노쇠화가 시작된다. 또한 아직까지 확인된 바는 없지만 평균적으로 동양인의 선수 수명이 서양인보다 짧은 것이 사실이다. 이제 추신수에게 남은 과제는 건강과 꾸준한 페이스.

코리안 몬스터

2013년과 2014, 류현진(28)은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내셔널리그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투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시즌 동안 류현진의 평균자책점(3.17)FIP(2.97)300이닝 이상을 던진 내셔널리그 투수 가운데 각각 12위와 4위였다. 류현진보다 낮은 FIP를 기록한 투수는 클레이튼 커쇼(2.12)와 아담 웨인라이트(2.71) 그리고 클리프 리(2.86) 뿐이었다. 더불어 FIP를 기반으로 계산되는 fWAR7.5로 리그에서 9번째로 높았다. 이 기간 류현진에게 아쉬웠던 것은 2014, 부상자 명단(DL)에 두 번 오르며 규정 이닝(162)을 채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순항하던 류현진에게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지난해 318(이하 한국시간), 텍사스와의 시범경기에서 류현진이 투구를 하다 통증을 느낀 것. 마운드에서 내려온 류현진은 소염 주사 치료를 받고 휴식을 취하고 5일 뒤, 투구를 재개하려 했으나 다시 통증을 느끼고 훈련을 취소했다. 42재활에 전념하던 류현진은 다시 한번 불펜 피칭을 했으나 최고 구속이 80마일(약 132km)에 그치면서 투구를 중단하고 말았다. 결국 520,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이 수술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류현진은 왼쪽 어깨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됐다. 불행 중 다행은 더 정도가 심한 회전근개 파열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최근 의술이 발달하면서 선수들의 팔꿈치 수술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어깨는 여전히 손대기 까다로운 부위다. 메이저리그에서 어깨 수술을 받은 이후 성공적인 복귀를 한 투수는 많지 않다. 2011, ‘저널 오브 어슬레틱 트레이닝에 실린 의학 논문에 따르면 어깨 관절와순 수술을 받고 복귀에 성공한 투수는 커트 실링(49)과 마이클 피네다(26·뉴욕 양키스) 뿐이다. 피네다는 2012년 수술을 받은 이후 지난해 풀타임으로 복귀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 두 투수 외에 관절와순 수술을 받은 대표적인 투수로는 라몬 마르티네스(47), 롭 넨(46), 마크 프라이어(35), 벤 시츠(37), 브랜든 웹(36) 등이 있지만 이들 모두 수술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은퇴하고 말았다.


팔꿈치 수술과 어깨 수술을 받은 투수들의 성적 변화

팔꿈치

수술 이전 마지막 시즌 : 3.75ERA / 3.99FIP /패스트볼 평균 91.49마일

수술 이후 첫 번째 시즌 : 4.06ERA / 4.03FIP / 패스트볼 평균 91.04마일

수술 이후 두 번째 시즌 : 3.60ERA / 3.61FIP / 패스트볼 평균 91.38마일

어깨

수술 이전 마지막 시즌 : 3.79ERA / 4.13FIP / 패스트볼 평균 90.36마일

수술 이후 첫 번째 시즌 : 4.49ERA / 4.35FIP / 패스트볼 평균 89.08마일

수술 이후 두 번째 시즌 : 3.94ERA / 4.09FIP / 패스트볼 평균 88.93마일


류현진의 수술은 잘 마무리됐다. 프랭크 조브 박사의 후계자이자 다저스의 수석 팀 닥터인 닐 엘라트라체 박사에 따르면 그가 집도한 류현진의 수술은 찢어진 근육을 정리하고 꿰매는 수준으로 경과가 매우 좋아 건강한 어깨로 공을 던지는 것을 기대해도 좋다고 한다재활 운동에 전념하고 있는 류현진은 몰라보게 체중을 감량했으며 지난 15일과 17, 아무런 통증 없이 불펜 피칭을 마쳤다. 복귀를 위한 첫걸음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류현진은 올해가 어깨 수술을 받은 이후 첫해인 만큼 수술 이전의 구위와 구속을 되찾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만약 구속을 회복할 수 없다면 류현진은 수술 이전과는 다른 투구 내용을 바탕으로 타자들을 상대해야 한다. 류현진은 코리안특급박찬호 이후 첫 한국인 풀타임 선발투수로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많은 이들이 돌아올 류현진의 활약을 기다리고 있다.

킹캉(King Kang)

20141220, 강정호(28)의 포스팅 결과가 발표됐다. 강정호에 대한 포스팅 최고 응찰액은 5002015달러. 이는 포스팅을 신청한 역대 야수 가운데 스즈키 이치로(13125000달러)와 니시오카 츠요시(5329000달러)에 이어 역대 3위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강정호 포스팅에서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구단은 피츠버그였다. 국제 스카우팅 시장에서 아시아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고 팀 페이롤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던 피츠버그는 주전 선수를 제외한 내야수들의 층이 얇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년간 1100만 달러를 강정호에게 안겨 주며 그를 영입했다.

시즌 초반, 많은 이들이 강정호에게 기대했던 것은 백업 내야수로서 2할대 중, 후반의 타율과 두 자릿 수 홈런이었다. 그러나 강정호는 이들의 예상을 뛰어넘고 동양인 내야수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시선을 바꿔 놓았다. 시즌 개막 첫 달이었던 4(29타석 타율 .269 6타점)은 강정호에게 고난의 연속이었다. 좀처럼 선발 출장 기회를 잡지 못했던 강정호는 그러나 54, 세인트루이스의 마무리 투수 트레버 로젠탈(25)의 시속 82마일 커브를 받아쳐 시즌 첫 홈런을 만들어 내며 살아나기 시작했다.

20157,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가장 좋은 활약을 펼쳤다(97타석 .379/.443/.621 3홈런 9타점). 강정호의 7OPS1.064로 피츠버그 구단 역사상 90타석 이상 소화한 역대 신인 선수 월간 OPS 가운데 가장 높았다(2위 1926년 폴 워너 1.052). 강정호는 7월의 뛰어난 활약을 바탕으로 2003년 4월 최희섭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이달의 신인상을 받았다.

강정호가 7월의 반전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비결은 타구 속도. 4월과 5월 그리고 6, 세 달 동안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에 어느 정도 적응을 마친 강정호가 자신만의 타격을 살려 본격적으로 타구에 힘을 싣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강정호의 4(23.8%)5(27.3%) 그리고 6(23.2%)의 강한 타구의 비율이 모두 30%를 넘지 못했던 반면 7월에는 44.9%(NL 3)였다. 또한 강정호는 4월부터 6월까지 타구 속도가 시속 89.9마일에 그쳤던 반면 7월에는 무려 3마일 가량이 상승한 92.1마일(NL 13)이었다. 때마침 강정호는 콘택트 비율이 같이 상승(74.6%72.9%76.9%80.0%)하고 있었다. 좋은 질의 타구가, 서서히 콘택트 비율을 높이고 있던 강정호에게 날개를 달아 준 셈이다.

126경기 .287/.355/.467/.816 15홈런 58타점 3.9 fWAR

지난해,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서 거둔 성적이다918일 컵스전, 1회 무사 만루 상황에서 병살 플레이를 하다 크리스 코글란(30)에게 태클을 당하고 정강이 골절 및 무릎 내측 인대 파열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지만 강정호는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에서 3위에 오르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리고 강정호의 훌륭한 활약은 한국 타자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기폭제가 됐다.

두 번째 'PARK'

메이저리그에서 강정호에 이어 KBO 리그 출신 두 번째 한국인 내야수가 탄생했다. 지난해 112,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포스팅을 요청한 박병호(30)에게 가장 높은 금액인 1,285만 달러를 적어 낸 구단은 미네소타 트윈스였다. 그러나 포스팅 금액에 비해 계약 규모는 아쉬웠다. 미네소타는 박병호에게 41,200만 달러(2020년 팀 옵션)를 제시했고 아무런 고민 없이 계약서에 사인한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평균 수준의 연봉(380만 달러)을 받는 데 그치고 말았다.

미네소타의 테리 라이언 단장은 박병호의 입단 기자회견에서 주전 1루수는 조 마우어(32), 3루수는 트레버 플루프(29)이며 박병호는 지명타자로 출장한다는 시즌 계획을 밝혔다별개의 포지션으로 인정 받고 있는 지명타자는 과거보다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 그러나 수비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포지션에 비해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팬그래프는 5%의 인플레이션을 적용해 WAR 1당 적정가를 800만 달러로 보고 있다. WAR이 연봉 계산에 절대적인 잣대는 아니나 현재로서는 가장 효율적인 선수 평가 지표라고 할 수 있다. WAR은 단순히 타석에서의 활약으로만 산출되지 않는다. 때문에 WAR은 수비를 보정해 포지션 가중치가 포함돼 계산되는데 그 가중치가 (-17.5)로 가장 떨어지는 포지션이 수비를 하지 않는 지명타자다. 미네소타가 지명타자박병호에게 왜 높은 연봉을 제시하지 않았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ESPN’ 에릭 론진하겐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살펴보면 박병호의 파워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2년 연속 50홈런(52홈런, 53홈런)을 달성한 박병호의 지난 2년간 ISO(순장타율)은 각각 .383, .371에 이른다(지난해 메이저리그 평균 ISO는 .150). 론진하겐은 ‘20-80 스케일을 기준으로 강력한 손목 힘과 힙 턴에서 나오는 박병호의 파워를 60~70점으로 매겼다많은 삼진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으나 미네소타가 박병호에게 기대하는 것은 중심 타자로서 훌륭한 장타 생산력이다.

미네소타의 홈 구장인 타깃필드는 홈런을 때려 내기가 쉽지 않은 구장이다. 왼쪽 103m-좌중간 115m-가운데 125m-우중간 111m-오른쪽 100m로 잠실 구장과 비슷한 크기인 타깃 필드는 외야가 매우 넓은 구장 가운데 하나다. 지난 3년간 타깃 필드의 홈런 팩터는 94로 메이저리그 전체 19, 아메리칸리그 10위에 불과하다. 오른쪽 담장 높이가 7m나 되어 좌타자들이 홈런을 생산해 내기 어려우며 2013-2015 좌타자 홈런 팩터 또한 90으로 아메리칸리그 11위에 처져 있다. 같은 기간 우타자 홈런 팩터는 96으로 아메리칸리그 8위다. 그러나 좌타자보다는 환경이 더 좋기 때문에 우타자들이 홈런 갈증을 풀어 줘야만 한다. 박병호의 임무가 중요한 이유다.


2015년 미네소타 우타자 홈런 순위

1. 브라이언 도저(2B) : 28홈런

2. 트레버 플루프(3B) : 22홈런

2. 토리 헌터(CF) : 22홈런 *은퇴

4. 미겔 사노(OF) : 18홈런 *335타석

5. 커트 스즈키(C) : 5홈런


박병호는 메이저리그에서 유니폼에 ‘PARK’을 단 두 번째 선수가 됐다. 첫 번째는 박찬호였다. 야구팬 들이 박찬호가 삼진을 잡고 승리를 얻었을 때 기뻐했던 것과 같이 박병호의 홈런에 열광할 날을 기대해 본다.

또 다른 도전자

박병호에 이어 김현수(28)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볼티모어의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한 김현수는 FA 신분으로 2년간 700만 달러를 받는 계약서에 사인했다. KBO 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세 번째 야수가 탄생한 것이다. 김현수는 추신수에 이어 메이저리그의 두 번째 한국인 외야수이지만 KBO 리그 출신 첫 번째 외야수다. 김현수는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한 셈이다.

김현수의 강점은 뭐니 뭐니 해도 콘택트와 출루 능력이다. ‘스탯티즈에서 추적이 가능한 지난 2년간 기록을 살펴보면 김현수의 콘택트 비율은 85.3%1,000타석 이상 타자 가운데 김상수(85.5%)에 이어 4위에 올라 있다. 또한 김현수는 스프레이 히터다밀어치는 능력이 뛰어난데 지난해 김현수의 밀어친 타구의 비율은 34.5%, 타율은 .336였다. 박병호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작성한 론진하겐은 김현수의 이 능력을 주목했다.

지난해 16%의 훌륭한 볼넷 비율을 기록한 김현수의 통산 볼넷 비율은 12.5%. KBO 리그에서 통산 3,00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 가운데 14위이다. 김현수의 통산 출루율은 .406다. 더 놀라운 것은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지난해 김현수의 볼넷/삼진 비율이다. 지난해 김현수가 101개의 볼넷을 얻어 낼 동안 당한 삼진은 63개에 불과하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볼넷 100개 이상을 얻어 낸 타자는 조이 보토(143), 브라이스 하퍼(124), 폴 골드슈미트(118), 호세 바티스타(110), 카를로스 산타나(108)이며 그 가운데 삼진이 볼넷보다 적은 타자는 보토(135삼진)와 바티스타(106삼진) 뿐이다김현수의 기록을 메이저리그에 그대로 대입할 순 없지만 만약 그가 스트라이크존 적응을 마치기만 한다면 상당수의 볼넷을 얻어 낼 것이다. 이것이 지난 5년간 팀 출루율이 .312(ML 23)에 그쳤던 볼티모어가 김현수를 영입한 이유다.

오른쪽 담장까지 거리가 97m인 캠든 야즈는 좌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이다. 박병호가 쓰게 될 타깃 필드와는 달리 캠든 야즈는 홈런 팩터가 매우 높다. 지난 3년간 캠든 야즈의 홈런 팩터는 119로 양키스타디움(127)에 이어 아메리칸리그 2위이며 좌타자 홈런 팩터는 137로 아메리칸리그 구단 구장 가운데 가장 높다김현수는 입단 기자회견에서 잠실 구장과 비교했을 때 조금 가깝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투수들의 공이 더 빠르니까 장타가 더 많이 나올 것 같진 않다는 개인적 소견을 겸손하게 밝히기도 했다.

김현수는 신고 선수로 프로에 입단했을 때부터 매 순간이 도전의 연속이었다. 김현수가 볼티모어에 입단하면서 한국인 야수들의 새로운 시대가 열린 현재, 김현수는 또 다른 도전을 앞두고 있다


명예 회복

선발엔 류현진, 불펜엔 오승환

두 투수의 소속팀이 다르긴 하지만 국내 야구 팬들의 오랜 꿈이 실현됐다. 돌부처오승환(33)이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하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것. 올 시즌 오승환은 500만 달러의 연봉을 받게 되며 세인트루이스가 팀 옵션을 실행하지 않을 경우 2017년에 FA 신분을 얻게 된다. 만약 팀 옵션이 실행된다면 오승환은 600만 달러의 연봉을 받고 2017년에 세인트루이스 소속으로 뛰게 된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지만 많은 이들에게 환영 받지 못하고 있다해외 원정 도박을 했기 때문이다. 201411월 말, 오승환과 임창용(39)은 마카오에서 각각 4000만 원 정도의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오승환과 임창용에게 1,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미국 프로 스포츠, 특히 메이저리그는 스포츠 도박을 엄격하게 처벌한다. 1919블랙삭스 스캔들과 피트 로즈의 경기 승부 조작에 관련된 이들이 받은 처벌은 영구 자격 정지였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스포츠 도박이 아닌, 개인적 여흥을 위한 도박은 처벌하지 않는다. 세인트루이스가 오승환을 영입한 것도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에 문의한 결과 개인적 여흥을 위한 도박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와 계약을 맺고 돌아와 인천국제공항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인터뷰에서 "팬들께 죄송스럽다. 야구로 보여 드리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 입단식 당시 오승환의 이렇게 큰 사건이 될지 몰랐다. 도박이 불법인지도 몰랐다는 발언은 많은 팬들을 실망시키고 말았다.


룰 5 드래프트

2010, 19살의 나이로 미국 생활을 시작한 최지만(25)이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 시애틀에서 줄곧 기회를 받지 못하고 지난해 11, 볼티모어와 계약한 최지만은 룰 5 드래프트를 거쳐 LA 에인절스로 자리를 옮겼다. 이대로라면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는 최지만을 볼 수 있다.

해마다 12월에 열리는 룰 5 드래프트는 각 팀의 40인 로스터에 포함되지 않는 선수를 대상으로 한다. 해당 선수를 지명한 팀은 원 소속팀에 5만 달러를 지불하고 25인 로스터에 등재해야 한다. 올 시즌 최지만의 메이저리그 데뷔 가능성이 높아진 이유는 선수를 지명한 팀은 최소 90일 이상 지명 선수를 25인 로스터에 포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룰 5 드래프트를 거쳐 성공한 선수는 매우 드물다.

 만약 에인절스가 최지만을 마이너리그로 내려 보낸다면 원 소속팀인 볼티모어는 25000달러를 지불하고 그를 다시 데려갈 수 있다. 볼티모어가 최지만을 다시 데려왔는데 마이너리그로 내려 보낸다면 웨이버 공시를 해야만 가능하다. 이때 다른 구단들은 클레임을 걸어 최지만을 영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최지만까지 메이저리그 데뷔에 성공한다면 올 시즌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선수는 모두 7명이 된다. 이대호까지 진출한다면 8명이 된다. 코리안 메이저리거 전성시대가 다시 한번 열리게 되는 것이다


기록 참조 : 베이스볼 레퍼런스, 팬그래프닷컴, 베이스볼 서번트, 스탯티즈

[사진 1] 박찬호 ⓒ Gettyimages

[사진 2] 추신수 ⓒ Gettyimages

[사진 3] 류현진 ⓒ Gettyimages

[사진 4] 강정호 ⓒ Gettyimages

[사진 5] 박병호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사진 6] 김현수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사진 7] 오승환 ⓒ Gettyimages

[사진 8] 최지만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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