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안지혜. 제공|화인컷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액션부터 로맨틱 코미디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배우 안지혜의 각오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건, 그녀가 이미 경지에 오른 액션 여배우이기 때문이다. 기계체조 선수 출신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가다 운명처럼 배우의 길에 접어든 그녀는 10년째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중이다. 지난 8일 개봉한 영화 '불어라 검풍아'(감독 조바른)는 액션 스타로서 그녀의 매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제목부터 B무비 감성이 물씬 풍기는 '불어라 검풍아'는 주인공을 꿈꾸다 우연히 평행세계로 가게 된 스턴트 여배우에게 벌어지는 일을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스타일리시한 액션으로 풀었다. 안지혜는 주인공 연희 역을 맡았다. 화장실까지 따라가 프로필을 돌리는 열정적인 무명배우이자, 도움이 필요한 이를 좀처럼 지나치지 못하는 그녀는 검술 실력이 곧 파워가 되는 판타지 세상에서 새롭게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무협지와 서부극, 판타지 게임을 뒤섞은 듯한 저예산 장르영화는 호쾌한 액션을 선보인 안지혜 덕에 더욱 즐길 만한 볼거리로 거듭났다. 전작 '갱'으로 주목받은 조바른 감독은 안지혜의 출중한 액션 실력을 알고는 처음부터 그녀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

"감사했죠. 믿고 제안해 주신 것이 기뻤어요. 저를 두고 시나리오를 쓰셨다니 배우 입장에서는 더 좋았죠. 운명인가 싶었어요. 몸 바쳐서 열심히 했습니다.(웃음)"

▲ 배우 안지혜. 제공|화인컷
연습 기간은 약 2개월이었지만, 촬영은 한 달 안에 18회차를 끝내야 할 만큼 빠듯했다. 허나 일단 기본기가 남다른 데다, 안지혜는 과거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 출연하면서 검 액션을 익혔고, 이후에도 꾸준히 검 액션을 연마해 온 터. 진검을 휘두르며 촬영할 수는 없으니 현장에선 가검을 썼지만, 연습 때는 더 무거운 검을 쓰면서 힘을 길러 보다 날렵하고 가볍게 현장을 누볐다.

"대역을 쓸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어요. 저예산 영화인 만큼 배우들이 직접 하길 원하셨고, 저 역시 동의했어요.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액션 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드리고 싶었고, 체조 기술을 가져와서 잘 버무려 보이고도 싶었어요."

안지혜는 현실세계와 평행세계에서 외적 내적으로 성장한 연희의 모습을 분명히 그리는 데 중점을 뒀다. 강력한 여전사지만 검을 휘두르지 않을 때는 열정적이고 긍정적인 캔디형 캐릭터를 그리며 숨 쉴 곳을 더했다. 액션 여전사를 넘은 그녀의 또다른 매력을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저에게는 에너지를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액션영화라 좋았어요. 현실 세계에서는 자신을 뽐내기 위한 검을 썼다면 평행 세계에서는 약자를 위해서 검을 드는 셈이죠. 두 개를 대비시켜서 진정성을 담으려고 했어요. 점점 변화된 연희의 모습을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좋아하는 코믹 연기를 할 수도 있었죠. 불쌍하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한 캐릭터잖아요. 로맨틱 코미디를 꿈꾸며 지냈는데, 이번에 한풀이를 조금 했네요."

엘리트 코스를 밟아오던 운동선수에서 벗어나 배우로 살아온 지 10년. 코로나19 탓에 오디션도 대부분 비대면으로 전환돼 사람 아닌 카메라를 마주하고 연기하는 시간들도 늘었다. 극 초반, 감독이 캐스팅 퇴짜를 놓는 장면의 실망한 모습을 두고 "연희로서 봤는데도 너무 아팠다. 그 순간은 리얼 표정"이라고 고백한 안지혜는 그러나 "연기가 나의 길이자 꿈"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해서 그럴까요, 인내력이 강한 것 같아요. 힘들어서 넘어질 때도 있고 쓰러질 때도 있죠. 그럴 땐 맛있는 것 먹고 다시 땀 내고 운동하며 저를 다잠아요. 그렇게 큰 것이 필요하지 않아요. 그렇게 다음을 위해서 저의 에너지를 충전합니다. 제가 하는 모든 것이 연기와 연관된 것 같아요. 지치지 않으려 여전히 운동하고, 배우고 또 배우는 거죠."

액션스타에 머물지 않고서 다채롭게 여러 장르를 오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안지혜의 롤모델은 전도연. 안지혜는 "연기를 잘 하는 배우, 그분은 나의 로망"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 배우 안지혜. 제공|화인컷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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