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포수 장승현은 당분간 박세혁의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박)세혁이 형이 최대한 빨리 올 테니까 힘내라고 하더라고요. 형 올 때까지 제가 열심히 해보겠다고 했죠."

포수 장승현(27)을 비롯한 두산 베어스 선수들에게 16일 밤은 평소보다 더 깜깜했다. 안방마님 박세혁(30)은 이날 잠실 LG 트윈스전 8회 타석에서 상대 좌완 김대유가 던진 공에 얼굴 쪽을 맞고 크게 다쳐 곧장 응급실로 향했다. 박세혁의 부상을 옆에서 지켜본 이들은 쉽게 잠들 수 없었다. 다친 동료를 향한 걱정 반, 팀 전력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를 잃은 걱정 반이었다. 

두산 선수들은 16일 경기를 마치고 분위기가 가라앉은 가운데 한자리에 모였다. 박세혁 이외에도 김재호(출산 휴가), 오재원(흉부 타박상) 등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선수들이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다. 젊은 선수들이 더 흔들리지 않게 분위기를 다잡을 필요가 있었다. 

장승현은 "우리 팀이 이제 어떻게 보면 다 어린 선수들밖에 없으니까. (남은) 형들이 다들 모이자고 해서 '잘해보자, 너무 한숨 쉬고 못 한다고 하지 말고 다 같이 응원하면서 재미있게 해보자'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동료들의 간절한 바람에도 박세혁은 큰 부상을 피하지 못했다. 박세혁은 17일 안와골절 소견을 듣고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로 했다. 수술 일정은 아직이다. 수술을 받은 뒤 복귀 시점을 가늠할 수 있는데, 장기 이탈은 불가피하다. 

당장 박세혁의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장승현은 하루 사이 누구보다 많은 응원을 받았다. 17일 아침에 들은 박세혁의 목소리가 특히 힘이 됐다. 박세혁은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장승현에게는 따로 전화를 걸어 부담을 덜어줬다.

장승현은 "세혁이 형이 다쳤을 때 진짜 너무 많이 놀랐다. 나도 마음이 안 좋아서 어제(16일)는 잠도 잘 못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까 세혁이 형 전화가 왔다. 형이 '마음 편하게 하라'고, '최대한 빨리 갈 테니까 힘내라'고 했다. 아침에 그래도 목소리는 조금 괜찮은 목소리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형에게 '빨리 나아서 돌아와라. 형 올 때까지 내가 열심히 해보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내야수 허경민과 외야수 박건우도 장승현을 살뜰히 챙겼다. 장승현은 "(박)건우 형이랑 (허)경민이 형은 어제(16일)부터 계속 연락이 왔다. 경민이 형은 어제 야구장에서 경기 끝나고 계속 이야기했다. 형이 '어쩔 수 없다. 네가 해줘야 한다. 부담 갖지 말고. 못해도 되니까 하늘이랑 땅만 보지 말고 즐겁게 하자'고 했다. 오늘 경기에서도 잘 안 되는 게 있었는데 '우리 오늘은 하늘이랑 땅 보는 거 아니다'라고 해서 으쌰으쌰 했다. 자신 없는 얼굴로 기분 안 좋게 있지 말고, 한 팀으로서 같이 응원해주자고 (더그아웃에서) 계속 이야기를 했다"고 지난 이틀을 되돌아봤다.  

이어 "건우 형은 오늘 경기 전에 점심을 같이 먹고 왔다. 부담 갖지 말라고 옆에서 계속 응원해주더라. 내가 정말 좋은 형들을 뒀다"고 덧붙이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박세혁과 동료들의 응원 덕분일까. 장승현은 17일 잠실 LG전에서 든든하게 안방을 지키며 팀의 3-1 승리에 힘을 보탰다. 선발투수 최원준의 6이닝 1실점 호투와 함께 필승조 박치국(⅔이닝)-이승진(1⅓이닝)-김강률(1이닝)의 무실점 투구를 리드했다. 타선에서는 5번타자 양석환이 4타수 3안타 2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분위기 반전을 이끌었다.

장승현은 "세혁이 형만큼은 아니겠지만, 가능한 차이가 느껴지지 않게 열심히 했다. (최)원준이가 잘 던져서 잘된 것 같다. 경기 전에 조금은 부담됐는데, 형들이 '이제 네가 해줘야 한다'고 계속 옆에서 응원해줘서 그나마 조금 마음 편하게 경기에 들어갔던 것 같다. 아직 내가 투수들과 많이 맞춰보지 않아서 투수들이 불편할 수 있다. 잘 따라와 줘서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안도했다. 

이어 "코치님들께서는 원래 잘했으니까. 하던 대로 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이야기해주셨다. 투수들이랑 대화를 많이 하고 경기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투수들이랑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김)강률이 형이 마지막에 '승현아 내일(18일)은 잘 던질게'라고 했다(웃음). 투수들이 많이 따라와 주려고 해서 고맙다. 투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포수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첫 단추를 잘 끼운 장승현은 박세혁이 건강히 돌아올 때까지 빈자리가 조금이라도 덜 느껴지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번 더 다짐했다. 

장승현은 "방망이는 솔직히 잘 치면 좋겠지만, 좋은 형들이 쳐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투수들의 최소 실점에 집중하려고 한다. 한 점도 안 주면 좋겠지만, 가능한 점수를 안 주는 게 내 목표다. 팬들께서는 내가 세혁이 형보다 답답하겠지만, 많이 응원해주시면 세혁이 형 빈자리가 안 느껴지게 잘하겠다. 세혁이 형 올 때까지 버텨서 잘해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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