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개막 초반 KBO리그가 불문율 논란으로 뜨겁다. 최대 이슈는 역시 야수의 마운드 등판이다. 승부가 기운 경기 막판, 지는 쪽이 투수 대신 야수를 마운드로 올려 경기를 마무리하는 장면이 계속 연출되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이 된 상황은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린 17일 창원NC파크에서 나왔다. 8회말 4-14로 뒤진 한화가 2사 3루에서 외야수 정진호를 등판시켰다. 불펜진 소모를 최소화하려는 뜻이었다. 앞선 10일 대전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비슷한 상황에서 마운드를 밟았던 정진호는 첫 타자 나성범을 상대했다.

정진호는 초구와 2구째, 3구째 모두 볼을 던졌다. 그리고 가운데로 몰린 4구째를 나성범이 때려 파울을 기록했다. 그런데 이때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돌연 손가락 3개를 들어 보이며 불쾌감을 표했다. 덕아웃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분을 참지 않았다. 3볼에서 어떻게 타격할 수가 있느냐는 항의였다.

그러자 NC 벤치에서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동욱 감독을 비롯해 코치들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맞섰다. 그리고 이 장면은 다음날인 18일까지 뜨거운 감자로 작용했다.

키움 히어로즈와 수원 홈경기를 앞두고 만난 kt 위즈 이강철 감독도 전날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해당 불문율과 관련해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모습이 나왔다.

이 감독은 “우리나라에선 빨리 치면 좋은 것 아닌가 생각한다. 사실 시범경기나 페넌트레이스에서 점수차가 많이 벌어지면 덕아웃에서 상대 타자 보고 ‘안 치고 뭐하냐’는 이야기가 나올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와는 문화가 다르다고 본다. 3볼에서 쳐주면 고맙다”며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불문율은 각국 문화와 전통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 이번 장면이 대표적이다. 메이저리그에선 점수차가 많이 벌어졌을 때, 이기는 쪽이 3볼에서 공을 공략하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선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경기 중에는 이러한 상황 판단이 잘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사령탑의 입장에선 더욱 그렇다.

이 감독 역시 “경기를 크게 지고 있으면 무언가 언짢은 부분이 나올 수는 있다”면서 “나도 그래서 우리가 크게 이기고 있을 때 상대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한다. 최근에도 뛰어도 되는 상황이지만, 스타트를 걸지 않은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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