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3번의 등판에서 가능성과 불안감을 동시에 남긴 윌머 폰트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SSG 팬들에게 리카르도 핀토라는 이름은 그렇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다. 150㎞를 훌쩍 넘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로 기대를 모은 핀토는 제구에서 문제를 겪으며 팬들의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마운드에서의 성격도 호평보다는 악평에 가까웠다. 

유리한 카운트에서 이른바 ‘볼질’을 하기도 하고, 잘 던지다가도 갑자기 ‘볼질’을 하기도 하는, 종잡을 수 없는 투구였다. 외국인 에이스로 기대했던 닉 킹엄이 부상으로 빠져 졸지에 외국인 에이스가 된 상황이라 피로감은 더 컸을지도 모른다. 핀토는 162이닝에서 101개의 4사구를 내준 끝에 6승15패 평균자책점 6.17을 기록하고 한국을 떠났다. 역대 최악의 평균자책점에, 일부 팬들은 ‘금지어’ 수준이라고도 이야기했다. 

지난해 외국인 투수가 말썽을 부린 SSG는 올 시즌을 앞두고 윌머 폰트와 아티 르위키를 일찌감치 점찍었다. 이중 역시 에이스로 기대를 모은 선수는 바로 폰트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제법 많은 경력을 자랑하는 폰트는 3~4년 전까지만 해도 이적료가 100만 달러에 이르는 거물이었다. 역시 150㎞ 이상의 공을 던질 수 있고, 낙차 큰 커브도 갖추고 있다. 선발로 육성된 선수라 스태미너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첫 세 경기는 다소 불안했다. 폰트는 18일 인천 KIA전까지 총 3경기에서 12이닝을 던지며 1승1패 평균자책점 5.25를 기록했다. 해외여행허가서 문제로 입국이 예정보다 늦어 덩달아 캠프 합류 시점도 늦어졌고, 여기에 시범경기 도중 가벼운 어깨 통증으로 투구를 쉰 여파가 분명했다. 이제 막 시범경기 막바지 컨디션에 이른 상황이다. 김원형 SSG 감독도 시즌 전 폰트를 두고 “3경기 정도는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3경기가 끝난 지금, 가능성과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우선 구위 자체는 괜찮다. 18일 인천 KIA전에서도 최고 153㎞의 포심패스트볼, 그리고 최고 148㎞의 투심패스트볼을 던졌다. 주 2회 등판임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구속이었다. 주무기인 낙차 큰 커브에 우타자 바깥쪽으로 흘러 나가는 최고 140㎞의 고속 슬라이더, 여기에 평균 130㎞ 정도의 포크볼도 갖추고 있다.

실제 폰트의 패스트볼을 제대로 받아쳐 큰 타구를 만들어낸 타자는 NC 나성범 등 몇몇에 불과했다. 하지만 문제는 제구다. 공이 뜨거나, 혹은 로케이션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불리한 카운트가 되다보니 변화구 결정구를 활용하기 어렵고, 패스트볼 승부는 계속 커트돼 투구 수가 늘어나는 경향이 뚜렷했다. 제 아무리 좋은 공도 존에서 너무 벗어나면 타자들은 쉽게 골라내고, 다음 승부를 타자의 뜻대로 강요할 수 있다. 

이제 몸은 거의 다 풀렸다. 다음 등판부터는 자신의 진가를 보여줘야 하는 위치에 섰다. 다행히 18일 인천 KIA전에서는 5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기분 전환을 했다. 5회 급격하게 흔들리며 연속 3볼넷을 내준 것은 여전히 과제가 남아있음을 시사하지만, 구위에는 힘이 있었다. KIA 타자들은 좀처럼 타구를 멀리 보내지 못했다.

폰트 또한 경기 후 “볼넷을 줄이고 상대타자를 상대할 때 좀 더 공격적으로 피칭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더 이상 컨디션 핑계도 댈 수 없다. 공격적인 초구 스트라이크와 타자를 힘으로 이겨내며 위압감을 줄 수 있는 파워피칭. 핀토가 하지 못했던 피칭을 폰트에게 기대하고 있는 SSG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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