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임창만 영상기자] 최두호를 KO로 이긴 것으로 유명한 제레미 스티븐스(34, 미국)는 최근 4연패 부진에 빠져 있다.

지난 18일(이하 한국 시간) UFC 온 ESPN 22 코메인이벤트 드래커 클로스(33, 미국)와 라이트급 경기에서 연패 탈출을 노렸다.

스티븐스는 날이 바짝 서 있었다. 경기 전날인 17일 계체 때부터 이미 '전투 모드'에 들어가 있었다.

클로스의 사기를 꺾기 위한 기선 제압에 나섰다. 페이스오프(face-off)에서 클로스와 입술이 닿을 정도로 가깝게 붙더니 양손으로 클로스의 가슴을 강하게 밀었다.

누구도 예상 못 한 기습 공격에 클로스는 뒤로 한참을 밀려났다.

주위에서 대기하던 안전 요원들이 두 선수를 떼어 놓지 않았더라면 한바탕 유혈 사태가 일어날 뻔했다.

▲ 코너 맥그리거는 신체 접촉 없이 그림을 만드는 데 전문가다.

기선을 잡았다고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씨익 웃은 스티븐스, 그러나 이 공격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클로스의 부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클로스는 계체 이후 목과 팔의 마비 증상으로 고통을 호소했다. UFC 경기력 연구소(PI)에서 물리치료를 받았지만 소용없었다.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휴식을 취해도 호전되지 않았다.

결국 대회 몇 시간 전 경기가 취소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스티븐스에게도, 클로스에게도, 경기를 기대한 팬들에게도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스티븐스는 시도 때도 없이 공격성을 드러내는 파이터다. 2017년 UFC 행사에서 마주친 정찬성에게 다짜고짜 "내가 널 죽여 버릴 거야"라며 시비를 건 일화도 유명하다.

이번엔 말 그대로 과유불급이었다.

▲ 제레미 스티븐스는 기선 제압을 위해 드래커 클로스를 밀었는데 이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스티븐스는 신경전의 달인 코너 맥그리거(32, 아일랜드)에게 배워야 한다. 맥그리거는 신체 접촉을 하지 않으면서도 상대를 살살 약 올리는 것에 능숙하다.

대표적인 장면은 2018년 10월 UFC 229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와 페이스오프다. 하빕이 닿지 않을 거리에서 데이나 화이트 대표가 자신을 말리게 한 다음, 발차기를 찼다.

영상으로도 사진으로도 그림이 됐다. 공격 의도가 전혀 없었지만, 공격 의도가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계산된, 연출 장면이었다.

스티븐스와 클로스의 경기가 언제 다시 잡힐지 알 수 없다. 1년 공백기를 거치며 준비한 대결이 허무하게 날아간 스티븐스는 또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임창만 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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