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부산, 김민경 기자] "이제 할 때가 됐다. 압박을 이겨내야 선수가 되는 것이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이 포수 장승현(27)에게 남긴 말이다. 장승현은 지난 17일 잠실 LG전부터 안방을 지키고 있다. 주전 포수 박세혁(31)이 안와골절로 수술대에 오르면서 자리를 비운 탓이다. 20일에는 포수 최용제(30)를 불러올려 안방을 보강했다. 

박세혁이 자리를 비우자 트레이드설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당장 포수가 급해진 두산이 아직 FA 시장에 남아 있는 투수 이용찬(32)을 사인 앤드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았다. 대상 구단으로는 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등이 언급됐다.

두산은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두산 내부적으로는 장승현과 최용제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또 건강했을 때 이용찬의 가치와 맞바꿀 자질을 갖춘 포수가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좋은 선수를 키워볼 기회를 뒤로하고 굳이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이유는 없다. 

두산 관계자는 "박세혁이 올 때까지 1~2개월은 장승현과 최용제로 버틸 것이고, 버틸 수 있다. 장승현은 타격이 약간 아쉬워도 수비가 안정적이고, 최용제는 수비가 약간 아쉬워도 타격에 강점이 있다. 두 선수로 버틸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의 생각도 같다. 김 감독은 "(장)승현이를 칭찬하는 것보다 압박이나 부담이 많이 되는 경기를 끌고 가는 게 힘드니까. 앞으로 그런 상황이 많이 있을 것이다. 더 발전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길 텐데, 압박을 이겨내야 선수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승현은 2013년 제물포고를 졸업하고 4라운드 36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수비로는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경찰청에서 제대하기 전까지는 1군에서 기회가 없었다. 양의지(현 NC), 최재훈(현 한화), 박세혁이 당시 포수 라인업이었다. 주전 포수 3명이 한 팀에 모여 있었으니 신인 장승현이 낄 틈이 없었다. 2018년부터 1군 경기에 조금씩 나가기 시작해 올해까지 4시즌 동안 86경기에 나간 게 전부다. 

출발은 좋았다. 장승현은 17일 LG전 3-1, 18일 LG전 9-1 승리를 이끌며 걱정을 덜어줬다. 그동안 투수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던 만큼 한마디라도 더 대화를 나누며 투수들과 맞춰 나가려 노력한 결과였다. 박세혁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지도 컸다. 

하지만 20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은 악몽 같았다. 이영하가 3이닝 74구 8피안타(2피홈런) 4볼넷 1탈삼진 9실점에 그치고 마운드를 내려갈 때 장승현도 같이 포수 마스크를 벗어 최용제에게 넘겼다. 이영하의 제구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린 게 가장 큰 문제였으나 김 감독은 장승현도 벤치로 불러 생각할 시간을 줬다. 두산은 5-10으로 패했다. 

장승현은 이영하가 3회에만 볼넷 4개를 쏟아내며 8점을 내주는 과정을 함께했다. 1사 만루 위기에서 정훈과 마차도가 2타점씩 쓸어 담아 1-5로 벌어진 뒤 한 차례 더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때 안치홍에게 좌월 만루포를 얻어맞으면서 1-9로 벌어져 경기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갔다. 

김 감독은 만루 홈런을 맞은 뒤에도 이영하와 장승현이 3회 남은 아웃 카운트 하나까지 직접 책임지게 한 뒤 교체를 선택했다. 이 경험은 장승현이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발판이 될 수 있을까. 구단은 이제는 '때'가 된 포수에게 먼저 기회를 주겠다고 언론에 못을 박았다. 주어진 1~2개월 안에 구단의 믿음에 부응하는 새로운 포수가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부산,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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