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삼성 최성근(오른쪽)이 주심으로부터 퇴장 명령을 받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퇴장에 억울함을 표현하며 선수대기실이 아닌 벤치 앞에서 머물렀던 최성근(오른쪽 두 번째)을 향해 주심이 재차 그라운드에서 빠져 나가라고 요청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대구, 이성필 기자] "도대체 화면은 왜 확인하지 않아요?"

프로축구 K리그는 올 시즌 주요 라운드마다 판정 논란에 휘말렸다. 대표적으로는 수원FC 박지수가 3경기 연속 오심의 희생양이었고 심판을 관리하는 주체인 대한축구협회와 리그를 끌어가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불신의 늪에 섰다.

비디오 분석(VAR, Video Assistant Referee)이라는 문명의 이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장면을 보고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느냐는 지적이다. 기술이 있어도 최종 판단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21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11라운드 대구FC-수원 삼성전 후반 19분, 시끄러운 상황이 나왔다.

대구 안용우의 슈팅을 최성근이 달려와 막는 과정에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대구는 환호했고 수원은 낙담하며 김영수 주심에게 항의했다. 김 주심은 비디오 판독실과 교신을 7분 넘게 이어간 뒤 최성근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최성근은 퇴장이 억울하다고 주심에게 호소한 뒤 중앙선 부근으로 나와서도 대기심에게 어필했다. 중계 화면으로는 최성근의 무릎에 맞고 튀어 오르는 것이 뻗어 올린 오른손에 맞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아니기도 했다.

▲ 최성근의 퇴장 당시 긴 VAR을 한 주심이 수원 삼성 벤치로 다가와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 위). 그러나 경기 후 박건하 감독과 수원 선수단은 심판진을 향해 항의했다.(사진 아래)
▲ 최성근의 퇴장 당시 긴 VAR을 한 주심이 수원 삼성 벤치로 다가와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 위). 그러나 경기 후 박건하 감독과 수원 선수단은 심판진을 향해 항의했다.(사진 아래)


박건하 감독과 코칭스태프도 격렬하게 항의했고 김 주심이 뛰어와 제지했다. 수원 벤치는 분노했고 에드가의 페널티킥 성공으로 0-1 패배로 끝난 뒤, 마무리 인사 과정에서 심판진은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퇴장이 억울했던 최성근은 선수대기실에서 나와 다시 항의했다. 결국, 수원 프런트와 코칭스태프는 터널 안에서 심판진을 향해 성난 목소리를 쏟아냈다. "(오심이) 몇 개 째야", "아니 이게 말이 되는 판정입니까"라는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박 감독과 선수단은 답답한 표정으로 선수대기실로 들어갔다.

박 감독은 "(해당 장면을) 확인해봤다. 화면상으로는 무릎에 맞고 그냥 나갔던 것 같다. (판정에 대해서는) 드릴 말이 없다"라고 말을 아꼈다.
 
'VAR 프로토콜'에 따르면 VAR은 골 장면, 페널티킥 판정, 직접 퇴장 상황, 신원 오인(잘못된 선수에게 경고나 퇴장 징계가 내려졌을 경우)의 경우에만 가동된다.

또 주심만 온 필드 리뷰가 가능하며 VOR(Video Operation Room)에서 논란의 장면을 확인하는 VAR, 보조 VAR(assistant VAR)은 권유만 할 수 있다. 최종 결정은 주심이 하며 경기장 밖에 위치한 VAR 모니터로 온 필드 리뷰(on-field review)를 한다.

김 주심은 온 필드 리뷰 없이 판정을 내렸다. 이런 규칙을 완벽히 모르는 팬들은 확인 없이 교신만으로 판정을 내리는 주심의 권한에 의문을 품는다. 애매한 경유 최종 결정권자가 직접 확인하는 수고가 필요했는데 최성근의 장면이 그랬다. 보는 각도에 따라 볼이 최성근의 몸에 맞고 나가는 장면이 애매하게 느껴졌다.

수원은 인천 유나이티드전 강현묵의 골 취소, 제주 유나이티드전 주민규의 결승골 판정에 의문을 품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성근의 퇴장은 잠자고 있던 항의 본능에 불을 붙인 셈이 됐다.

수원 관계자는 "(심판진으로부터) 정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매경기 힘들게 준비하는 선수들의 노력이 판정 하나로 헛수고가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전했다.

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라운드가 끝나면 판정 소위원회가 열린다. 대구-수원전 판정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기가 어렵다. 아마도 손에 맞았다고 생각해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페널티지역 안에서) 명백한 상황에서 득점 기회를 방해한 동작으로 봤다면 페널티킥과 퇴장 징계가 맞다"라며 정심과 오심 여부를 놓고 보겠다고 설명했다.

만약 판정이 뒤집힐 경우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은 더 커지고 육성, 관리에 대한 의문이 다시 한 번 축구계를 감싸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심으로 나와도 피해 의식이 커 불만을 잠재우기는 더 어렵다. VAR이 있어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선수로부터 '이것이 축구냐?'라는 말을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다.



스포티비뉴스=대구,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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