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플리터의 예리함을 앞세워 마운드에서 힘을 찾아가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보세요, 공이 아래로 사라져요”

21일(한국시간) 텍사스전에 선발 등판한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의 한 구종에, 현지 해설진은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바로 오타니의 결정구라고 할 만한 스플리터였다. 현지 해설진은 홈플레이트에서 뚝 떨어지며 상대 타자들의 헛방망이를 유도하는 스플리터가 나올 때마다 탄성을 내질렀다.

이날 오타니는 6개의 4사구를 내주며 제구에 있어서는 다소 고전했다. 그러나 피안타는 단 한 개였고, 결정적인 순간 번뜩이는 구위를 선보이며 스스로 위기를 빠져나왔다. 인플레이타구를 허용하면 안 되는 상황에서 보여준 탈삼진 능력에는 스플리터가 중심에 있었다. 홈플레이트에서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는 오타니의 스플리터에 텍사스 타자들은 철저히 당했다. 이날 아웃카운트 12개 중 7개가 탈삼진, 그리고 7개 탈삼진 중 6개를 스플리터로 낚았다.

현지에서는 스플리터로 분류하지만 오타니는 포크볼과 큰 차이는 없다. 포심패스트볼의 위력이 있는 투수가 섞어 쓰면 효과는 배가된다. 아무래도 빠른 공에 포커스를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스플리터는 타자들의 타격 시동 시점까지 분간이 안 되기 때문이다. 얼마나 마지막 순간 잘 떨어지느냐가 관건인데 시속 100마일(161㎞) 포심에 짝을 이루는 평균 142㎞의 스플리터는 현재 마구의 위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

오타니의 스플리터는 데뷔 시즌부터 찬사를 받았다. 2018년 스플리터 피안타율은 단 3푼6리였다(55타수 2안타). 올해도 위력은 여전하다. 오타니는 올 시즌 14개의 탈삼진 중 11개를 스플리터로 잡아냈다. 피안타율은 6푼7리에 불과하다. 헛스윙률은 무려 57.1%에 이른다. 스플리터에 반응한 타격의 절반 이상이 헛스윙이었다는 의미다. 리그에서 이런 구종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기에 스플리터만 생각하고 들어갈 수도 없다. 오타니는 올해 포심패스트볼 48.3%, 스플리터 26.2%, 슬라이더 17.4%, 커브 8.1%의 구사 비율을 보이고 있다. 스플리터·슬라이더·커브 모두 리그 평균보다 수직 무브먼트가 좋다. 여기에 언제든지 100마일의 강속구가 들어올 수 있으니 타자들은 결국 하나를 선택하고 들어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헛스윙은 세금과 같다. 패스트볼과 스플리터 제구가 되는 이상, 오타니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이충훈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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