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은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유배 온 ‘정약전’이 머무는 거처로 제작진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공간인 ‘가거댁’ 초가집 세트. 이는 동양화를 전공한 이준익 감독이 직접 디자인했다. 대청마루가 집의 중앙을 관통하며 탁 트인 바다가 보이도록 하는 구조는 실제 한옥에서 볼 수 있는 구조는 아니지만 영화에 특색있는 분위기를 더하기 위한 이준익 감독의 영화적 선택이었다.

“아담하지만 멋스러운 ‘정약전’의 풍류가 오롯이 담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는 이준익 감독의 바람처럼 광활한 바다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절벽 위에 위치한 ‘가거댁’ 초가집 세트는 실제 한옥을 짓는 전문가들이 투입돼 그 완성도를 더했다. 전남 도초도에 위치한 ‘가거댁’ 초가집 세트는 '자산어보' 관람 후, 여운을 느끼고 싶은 관람객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자산어보'를 보면 잊을 수 없는 장면 중 하나가 설경구의 '먹방'이다. 정약전이 유배지 흑산도에서 생물 홍어를 처음 먹는 모습부터 문어 등 해산물으 듬뿍 들어간 국물을 흡입하는 장면 모두 관객의 침샘을 자극하며 화제가 됐다. 

이를 두고 설경구는 "'자산어보'를 찍으며 생물 홍어를 처음 먹었는데 바로 잡아서 먹으니 입에서 살살 녹았다. ‘창대’가 ‘정약전’의 몸조리를 위해 잡아온 문어와 전복을 넣고 끓인 국도 정말 맛있었다. '자산어보'에서 음식을 먹는 장면은 연기가 아니라 진심이었다”라고 털어놨을 정도.

‘창대’ 비주얼에는 배우 변요한의 아이디어가 더해졌다. 변요한이 맡은 ‘창대’는 흑산도에서 나고 자라 해양 생물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청년 어부다. 이처럼 거친 바다에서의 생활에 익숙한 어부 ‘창대’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변요한이 눈 위의 흉터를 이준익 감독에게 제안했고 감독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창대의 비주얼이 완성됐다. 

변요한은 “어부인 ‘창대’는 수시로 바다에 나가 물질을 한다. 그러다 보니 낚시 고리에 긁히거나 찍힌 흉터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라며 ‘창대’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심도있는 고민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