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에인절스전에서 투수로 나선 윌리안스 아스투디요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이강유 영상 기자] 16일 LA 에인절스와 미네소타와 경기는 에인절스의 승리로 기울고 있었다. 8회초까지 스코어는 10-3으로 에인절스의 리드. 그러자 미네소타는 8회말 마운드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선수를 올린다. 벤치에서 대기하고 있던 포수 윌리안스 아스투디요였다.

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 가운데 메이저리그 통산 두 번째 투수 등판에 나선 아스투디요는 차분하게 아웃카운트를 잡아내기 시작했다. 46마일(74㎞) 공이 한복판에 떨어지자 현지 중계진은 웃음을 찾지 못했다. 에인절스 타자들도 쳐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두 차례 날카로운 타구가 3루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며 놀랍게도 무실점 이닝이 만들어졌다.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물론 정말 던질 투수가 없어서 연장전에 야수가 마운드에 등판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크게 뒤진 상황에서 역전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을 때 불펜 소모를 막기 위해 야수들이 마운드에 오른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다들 공을 한 번씩 던져봤을 법하지만, 그래도 엄연히 야수들인 만큼 투수들의 공과는 비교하기 어렵다. 그래도 나름의 팬서비스라고 인정을 받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야수 등판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은 흥미롭다. MLB의 트렌드와 연관이 있다. MLB는 최근 선발에서 불펜 쪽으로 무게중심이 조금씩 이동하는 모습이다. 예전에 선발이라면 6이이닝 이상을 던져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불펜 교체 시점이 한 박자 빨라졌다. 여기에 불펜데이, 오프너, 텐덤 등이 상당 부분 확산됐고 예전과 달리 불펜 중심의 경기 운영을 하는 팀도 늘어나고 있다.

2016년까지만 해도 야수가 마운드에 오른 사례는 총 26번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75번으로 세 배 정도 늘어났다. 이런 오름세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선발투수들의 투구 이닝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불펜투수를 아끼기 위해 넘어간 경기는 야수들이 남은 이닝을 책임지는 사례가 많아질 공산도 크다.

오타니 쇼헤이를 필두로 타격과 마운드 모두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들이 하나둘씩 나온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같은 값이라면 투수 경력자가 우대를 받는 시대가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이강유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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