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워커 로켓이 에이스 임무를 착실히 해내고 있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부산, 김민경 기자] "플렉센이 '기회를 무조건 잡아라. 정말 좋은 경험이었고, 분명 도움이 됐다고 조언하더라."

두산 베어스 새 외국인 투수 워커 로켓(27)은 한국행을 결심하기 전 친구 크리스 플렉센(27, 시애틀 매리너스)에게 조언을 구했다. 플렉센과 로켓은 뉴욕 메츠 시절 인연을 맺었다. 

플렉센은 지난해 두산에서 쌓은 커리어 덕분에 한 시즌 만에 메이저리거로 돌아갈 수 있었다. 정규시즌은 부상 탓에 21경기, 8승4패, 116⅔이닝, 평균자책점 3.01에 그쳤지만, 포스트시즌 5경기에서 2승1패, 1세이브, 28⅓이닝, 32탈삼진, 평균자책점 1.91로 맹활약하며 준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두산 코치진과 동료들의 도움 속에서 커브를 더욱 날카롭게 가다듬고, 직구 제구력도 다듬으면서 한 단계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로켓은 친구의 성공을 지켜본 뒤 기회를 잡기로 마음을 먹었다. 두산은 지난해 토론토 블루제이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로켓에게 접근하면서 공을 많이 들였고, 계약금 25만 달러, 연봉 55만 달러, 이적료 20만 달러 등 총액 100만 달러를 안기며 영입에 성공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사실 로켓보다는 좌완 파이어볼러 아리엘 미란다(31)를 1선발로 생각했다. 미란다의 구위 자체가 좋기도 했고, 일본과 대만 등 아시아 야구를 두루 경험한 만큼 훨씬 안정적일 것으로 생각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로켓이 훨씬 안정적이었다. 로켓은 미란다가 개막 직전 삼두근 통증으로 이탈하면서 급작스럽게 1선발 임무를 맡았는데, 본인의 강점으로 어필한 이닝이터 능력을 충분히 보여줬다. 4경기에서 2승1패, 24⅓이닝, 평균자책점 1.48로 맹활약했다. 선발진이 기록한 퀄리티스타트 3개 가운데 로켓이 2개를 기록했다. 한 경기를 치를 때마다 조금씩 더 나은 투구를 펼치며 플렉센의 뒤를 이을 '육성형 에이스'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로켓은 22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KBO리그 데뷔 이래 최고의 투구 내용을 보여줬다. 7이닝 5피안타 3볼넷 7탈삼진 1실점 호투로 13-1 대승에 기여했다. 주 무기 투심 패스트볼(52구)을 적극 활용하면서 롯데 타선을 잠재웠다.  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1km까지 나왔다. 여기에 체인지업(39구)과 커브(15구)를 섞어 던졌다. 

▲ 지난해 두산 베어스와 함께한 크리스 플렉센. 로켓은 친구의 뒤를 따르고 싶다고 했다. ⓒ 스포티비뉴스DB
로켓은 "오늘(22일)은 투심 패스트볼이 정말 잘 떨어져서 투심 패스트볼을 많이 활용했다. 유리한 카운트를 많이 가져가려고 했고, 몸쪽을 활용하려 했다. 2가지가 잘되다 보니까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땅볼 유도형 투수인 만큼 내야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로켓은 이날 28타자를 상대하면서 11타자를 땅볼로 돌려세웠다. 로켓은 "두산이 수비에 특화된 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경기 때마다 놀라고 있다. 오늘 같은 경기도 그런 수비력이 없었으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로켓은 친구 플렉센이 달았던 등번호 34번을 이어받았다. 플렉센 전에는 조쉬 린드블럼(34, 밀워키 브루어스)이 선택했던 등번호다. 린드블럼과 플렉센 모두 34번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은 뒤 메이저리그로 금의환향하는 선례를 남겼다. 린드블럼은 2019년 KBO리그 MVP 투수였다. 

당연히 로켓은 이들의 뒤를 따르고 싶다. 그는 "린드블럼과 플렉센이 34번을 단 것을 알고 있고, 34번을 단 선수들이 잘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긍정적인 번호인 것도 알고 있다. 앞으로 이 번호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스포티비뉴스=부산,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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