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영 감독. 출처|CGV아트하우스 ‘한국영화인 헌정 프로젝트’ 포스터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배우 윤여정이 고(故) 김기영 감독을 소환했다. 칸영화제에서 그에게 영광을 돌렸던 봉준호 감독에 이어서다.

윤여정은 26일(한국시간) 오전 미국 로스엔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나리'(감독 정이삭)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여유 넘치는 위트로 화제가 된 수상소감 말미, 윤여정이 떠올린 이름은 다름아닌 고 김기영 감독이었다. 그녀는 50년 전인 1971년, 김기영 감독의 '화녀'로 스크린에 처음 발을 디뎠다. 이듬해에는 역시 김기영 감독의 '충녀'에 출연하기도 했다.

윤여정은 "김기영 감독에게 감사하다. 저의 첫 영화를 함께 만드셨는데, 아주 천재적인 감독이셨다. 살아계셨다면 수상을 기뻐하셨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뒤이은 기자회견에서도 김기영 감독에 대한 그녀의 고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김기영 감독을 만난 건 사고나 다름없다"고 떠올리면서 "정말 죄송한 것은, 그분에게 감사하기 시작한 건 그 분이 돌아가시고 난 다음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다 천재라는데 저에게는 힘든 감독이었고 싫었다. 지금도 후회하는 일이다"라며 "뒤늦게 그것이 감사한 일이라는 걸 알았다"고 털어놨다.

윤여정은 "김기영 감독은 어려서 만났고 정이삭 감독은 늙어서 만나지 않았나"라면서 "김기영 감독님에게 못한 것을 지금 정이삭 감독이 받는 것 같다. 제가 감사를 아는 나이가 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김기영 감독의 이름은 2년 전 2019년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의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거머쥔 제 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도 언급됐다. '기생충'을 만든 봉준호 감독을 통해서다. 김기영 감독에 대한 열성적인 팬심을 드러낸 바 있는 봉준호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어느날 한국에서 갑자기 이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다. 한국영화 역사에는 김기영 감독님 같은 위대한 감독님이 계시다"며 "구로사와 아키라, 장이머우 등 아시아의 거장들을 능가하는 많은 한국의 마스터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 윤여정. ⓒ게티이미지
▲ 2019년 칸영화제의 봉준호 감독. ⓑ게티이미지

1919년생인 고 김기영 감독은 강렬한 개성, 대담하고 파격적인 작품 세계로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스타일리스트다. 임상수 감독의 동명 영화로 리메이크 되기도 한 한국영화사의 걸작 1960년 영화 '하녀'를 비롯해 '충녀' '화녀' '육체의 약속' '이어도' '반금련' '살인나비를 쫓는 여자' 등을 연출했으며 이는 박찬욱, 봉준호 등 후대 감독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1990년작 '천사여 악녀가 되라' 이후 일선에서 물러났으나, 1997년 부산국제영화제 회고전을 계기로 젊은 관객들의 큰 주목을 받았고, 이에 고무돼 다음 작품 '악녀'의 제작을 준비하기도 했다. 그러나 베를린영화제 특별전 초청을 앞두고 있던 1998년 2월 자택에서 발생한 불의의 화재로 아내와 함께 별세했다

마침 윤여정의 오스카 수상을 즈음해 그녀의 데뷔시절을 재조명하는 윤여정의 데뷔작 '화녀' 재개봉이 결정됐다. 고 김기영 감독이 손에서 시작된 배우 윤여정의 시작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5월 1일부터 CGV 시그니처K관에서 상영된다.

▲ 영화 '화녀' 스틸. 제공|다자인소프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