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30일 한화 윤호솔이 챙긴 프로 데뷔 첫승 기념구. ⓒ한화 이글스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고등학교 2학년 때 이미 전국대회 MVP를 수상했다. 졸업을 앞둔 이듬해에도 마찬가지. 초고교급 투수를 향한 프로의 관심은 당연했다. 신생 구단으로부터 우선지명을 받아 전체 수석을 차지했다. 6억 원이라는 계약금과 함께였다.

그러나 프로 무대는 녹록지 않았다. 2014년 2경기만을 뛴 뒤 부상이라는 벽과 오랫동안 싸워야 했다. 그렇게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2021년. 어느덧 20대 후반의 나이가 된 유망주는 그토록 그리던 첫승 기념구를 챙길 수 있었다. 한화 이글스 우완투수 윤호솔(27) 이야기다.

윤호솔은 4월 30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4회말 3번째 투수로 나와 1⅓이닝 무안타 2탈삼진 무실점 호투하고 11-7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그러면서 데뷔 후 첫 번째 승리의 감격을 맛봤다.

윤호솔은 천안북일고 시절부터 대형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다. 개명 전 윤형배라는 이름으로였다. 최고구속 152㎞의 빠른 직구와 우람한 상체 그리고 두둑한 배짱 등이 모두 장점으로 꼽혔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1년 대통령배 MVP와 이듬해 황금사자기 MVP 모두 윤호솔의 몫이었다.

이후 NC 다이노스로부터 6억 원의 계약금을 받은 윤호솔은 그러나 잦은 부상과 수술로 날개를 펴지 못했다. 팔꿈치가 문제였다. 두 차례 토미존 수술을 받으면서 오랜 기간 재활에만 매진해야 했다. 그러면서 이름도 윤호솔로 바꿨다.

결국 NC에서 자기 몫을 다하지 못한 윤호솔은 2018년 3월 포수 정범모와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올해 마침내 프로 첫승의 감격을 느낄 수 있었다.

▲ 한화 우완투수 윤호솔이 1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산, 고봉준 기자
다음날 만난 윤호솔은 “축화 전화를 몇 통 받았다”며 웃었다. 이어 “사실 경기 중에는 첫승을 따냈는지도 몰랐다. 게임이 끝난 뒤 형들이 찾아와서 ‘오늘 네 승리가 아니냐?’고 묻더라. 얼마 뒤에는 김범수가 찾아와 내 첫승을 확인시켜줘 알게 됐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사실 트레이드 이후 다시 존재감이 사라지던 윤호솔이었다. 2019년 3경기 그리고 지난해 6경기만을 뛰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시즌 연습경기(3월 6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최고구속 149㎞를 뿌리며 다시 주목을 끌었다.

공교로운 일도 있었다. ‘9억팔’ 장재영(19)과 비교였다. 윤호솔은 “같은 날 장재영이 최고시속 155㎞를 기록하면서 함께 관심을 받았다. 그래서 속으로 ‘내가 아직 죽지 않았다’고 느꼈다”며 웃었다.

잦은 부상과 수술로 야구를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윤호솔은 “부모님과 친구들이 큰 힘을 줬다. 내게 부담을 주지 않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용기를 줬다”고 말했다.

주위로부터 받은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윤형배는 “최근 슬라이더를 추가하고 싶어서 정말 많은 선수들에게 물어봤다. 현재 던지는 공도 사실 누구에게 배웠는지 까먹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최근 강재민이 ‘내가 알려준 것 아니냐’고 말해줘서 알게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데뷔 첫승의 기쁨을 맛본 윤호솔은 끝으로 “지난해 첫 번째 패배를 기록했고, 어제 데뷔승을 올렸다. 이제 첫 홀드와 첫 세이브를 기록하고 싶다”고 소박한 목표를 말했다.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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