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곽빈 ⓒ 스포티비뉴스DB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1044일. 1차지명 유망주가 부상을 털고 다시 마운드에 오르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팬들은 그를 직접 지켜보기 위해 빗속에서도 자리를 지켰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순간 기립박수를 보냈다. 두산 베어스 우완 곽빈(22)이 돌아왔다. 

곽빈은 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시즌 2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지난 2018년 6월 2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1044일 만에 1군 등판이었다. 곽빈은 4⅓이닝 3피안타(1피홈런) 4볼넷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고 승패 없이 물러났다. 아웃카운트 2개만 더 잡으면 승리 요건을 갖출 수 있었지만, 예정한 투구 수 80개(82개)를 넘기자 바로 교체했다. 두산은 연장 12회 2-5로 역전패했다. 

곽빈은 배명고를 졸업하고 2018년 1차지명으로 입단했다. 시속 150km 공을 던질 수 있는 오른손 정통파 투수로 기대를 모았다. 1군에서 필승조로 쓰일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팔꿈치 통증이 발목을 잡았다. 2018년 시즌 32경기, 3승1패, 1세이브, 4홀드, 31이닝, 평균자책점 7.55로 부진한 뒤 2군에서 시간을 보냈다. 복귀 속도를 올리려 하면 팔꿈치 통증이 심해졌고, 결국 그해 가을 수술을 받았다. 

돌아오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재활 단계에 머문 시간이 2년이 넘는다. 실전 복귀 준비를 시도해보기도 전에 팔꿈치 통증이 재발해 전 단계로 돌아가기를 여러 차례. 그래도 곽빈은 지치지 않고 다시 1군 마운드에 서는 순간을 그렸다. 그리고 올해 2군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돌며 다시 3년 전의 설렘을 안겼다. 마침 이영하와 유희관이 고전하고 있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경기에 앞서 "곽빈은 무리하게 할 상황은 아닌 것 같아서 80구를 생각하고 있다. 2군에서는 90개 이상 던졌는데, 2군과 1군은 던지는 상황이 또 다르다"며 관리에 조금 더 초점을 둘 뜻을 내비쳤다. 

곽빈은 이날 최고 구속 150km에 이르는 직구(41개)에 슬라이더(22개), 체인지업(12개), 커브(7개)를 섞어 던지면서 SSG 타선을 상대했다. SSG 타자들이 곽빈의 140km 후반대 직구에도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헛방망이를 돌릴 정도로 위력이 있었다.  

1회가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곽빈은 선두타자 추신수에게 우월 홈런을 얻어맞아 시작과 함께 0-1 선취점을 뺏겼다. 볼카운트 2-1에서 4구째 직구가 가운데로 몰리자 베테랑 타자는 놓치지 않았다. 실점한 뒤 조금은 얼어붙어 있었다. 다음 타자 김강민과 최정을 각각 2루타와 볼넷으로 내보내 무사 1, 2루 위기가 이어졌다. 곽빈은 다시 침착하게 제이미 로맥과 한유섬을 연달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한고비를 넘겼다. 2사 1, 2루에서 정의윤을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가 됐지만, 김성현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추가 실점을 막았다. 

포수 장승현이 곽빈의 부담을 덜어줬다. 2회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날리며 2-1 리드를 안겼다. 곽빈은 4회까지 실점하지 않고 버티며 선발로서 임무를 충분히 해줬다. 

5회 선두타자 추신수를 볼넷으로 내보낸 게 뼈아팠다. 다음 타자 김강민을 유격수 병살타로 돌려세우는 듯했지만, 2루수 박계범의 송구 실책이 나오면서 1사 2루 위기가 이어졌다. 투구 수는 82개. 벤치는 홍건희로 빠른 교체를 선택했다. 곽빈이 덤덤하게 마운드에서 내려오자 잠실야구장은 팬들의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팬들은 꿋꿋하게 버텨온 유망주를 향해 일제히 일어나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의미가 더 큰 박수였다.

김 감독은 곽빈이 꾸준히 좋은 투구를 펼치면, 선발 로테이션 한자리를 보장해 줄 예정이다. 승리까지 챙겼다면 더 좋았겠지만, 첫 테이프를 잘 끊은 것으로 만족할 만한 투구였다.   

박철우 두산 2군 감독은 곽빈이 1군 복귀를 준비할 때 "웬만하면 이런 이야기를 안 하는데, 기대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빈이가 이번에 1군에 올라가면 정말 큰 힘이 될 것이다. 3년 동안 재활을 했는데, 견딘 만큼 우리 빈이가 자신감을 갖고 공을 던질 것"이라고 힘을 실어줬다. 곽빈은 모두의 응원 속에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지며 본인과 팀의 미래를 밝혔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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