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외국인타자 라이온 힐리.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무언가 결과를 내려고 책임감 있게 임하는 모습이었다.”

한화 이글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전날 나왔던 상황 하나를 복기했다. 외국인타자 라이온 힐리의 기습번트 장면이었다.

힐리는 4월 30일 사직 롯데전에서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1회초 첫 타석에서 몸 맞는 볼로 출루했지만, 2회 2루수 땅볼, 4회 유격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그러는 사이 동료 타자들은 힘을 내면서 8-7로 앞서게 됐지만, 힐리의 마음은 편치 못했다.

그렇게 맞이한 5회 4번째 타석. 힐리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추가점을 낼 수 있는 1사 1·3루에서 서준원을 상대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뜻밖의 장면이 연출됐다. 곧장 번트 자세를 취한 것이다. 그런데 이는 페이크 동작이 아니었다. 힐리는 실제로 번트 타구를 만들어내고 1루로 뛰었다.

물론 이 기습번트는 안타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서준원이 공을 잡아 홈으로 던져 3루 주자 노수광을 잡아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 희생플라이만 나와도 되는 타점 찬스에서 4번타자 겸 외국인타자가 기습번트를 댔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는 화제가 됐다.

다음날 만난 수베로 감독도 전날 상황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칭찬과 함께였다.

수베로 감독은 “힐리의 기습번트는 개인적인 판단이었다. 최근 타석에서 감이 좋지 않음을 인정하는 것이었다”면서 “외부에선 바보처럼 볼지 몰라도 감독 입장에선 선수가 무언가 결과를 내려고 책임감 있게 임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그러한 이타적인 플레이는 칭찬해주고 싶었다. 또, 다행히 다음 타석에서 좋은 타구도 만들어냈다”고 미소를 지었다.

사령탑의 설명대로 힐리는 이날 경기 전까지 21게임 타율 0.247 1홈런 9타점으로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을 남기고 있었다. 이날 경기 초반 역시 마찬가지. 그러자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기습번트로 돌파구를 찾았다.

사령탑의 신뢰 속에서 4번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는 힐리는 바로 다음날 경기에서 중심타자다운 활약을 펼쳤다. 1회 1사 1·2루에서 좌중간 적시타를 때려내고 선취점을 올렸다. 또, 4-0으로 앞선 4회 무사 만루에선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때려내 1타점을 추가했다. 이날 경기 성적은 4타수 2안타 2타점이었다.

이날 11-3 대승을 이끈 힐리는 “올 시즌 성적은 올 시즌 성적은 시간이 흐른 뒤 알 수 있겠지만, 오늘은 느낌이 좋았고 타석에서 편했다”고 웃었다.

이어 전날 기습번트 상황을 놓고는 “상대를 놀라게 할 수 있는 예상 밖 플레이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살지 못해도 점수를 뽑을 수 있으리라고 판단해 기습번트를 댔다”면서 “내가 번트를 잘 대는 선수는 아니지만, 1점을 짜내면 좋은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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