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유희관(왼쪽)과 장원준이 나란히 승리를 합작했다.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의 전성기를 이끈 좌완 듀오 유희관(35)과 장원준(36)이 드디어 함께 웃었다. 아직은 끝이 아니라는 알리는 역투를 펼쳤다. 

유희관은 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팀간 시즌 3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10피안타 1볼넷 1탈삼진 4실점(2자책점)을 기록하며 시즌 첫 승(두산 8-5 승)을 신고했다. 피안타 10개, 투구 수 111개가 설명하듯 순탄하진 않았지만, 끝내 5이닝을 버텼다. 주무기 싱커가 31구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27에 이를 정도로 효과적으로 들어갔다.  

장원준은 2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장원준을 올해부터 왼손 스페셜리스트로 활용할 계획을 밝혔고, 1일 잠실 SSG전부터 기용하기 시작했다. 장원준은 3타자를 상대하면서 ⅔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해 승리에 기여했다. 최고 구속 140km 직구(7개)에 체인지업(5개)과 슬라이더(3개) 커브(2개)를 섞어 던졌다.

5년 전만 해도 두 투수가 한 경기에 함께 등판하는 장면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장원준과 유희관은 해마다 10승 이상을 책임지는 두산 대표 좌완 에이스들이었다. 장원준은 KBO리그 통산 129승, 유희관은 이날 경기 포함 98승으로 둘이 더해 227승을 기록했다. 

장원준은 2015년 FA로 두산 유니폼을 입자마자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고, 2016년에는 유희관, 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과 함께 70승을 합작하며 '판타스틱4'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해 두산은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장원준과 유희관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두산이 6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라 3차례 우승(2015, 2016, 2019년) 차지하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3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조금씩 영광의 순간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장원준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거의 3시즌 동안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허리, 무릎, 고관절 등 각종 잔부상에 시달렸고, 구속이 130km 후반대로 떨어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유희관은 지난해까지 8년 연속 10승을 달성하긴 했지만, 지난해부터 조금씩 고전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이날 전까지 4경기에서 2패, 15이닝, 평균자책점 9.60에 그치며 위기에 놓였다. 

김 감독은 "유희관의 공 자체는 달라진 게 없다. 상대 타자들이 잘 대처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일단 계속 선발 로테이션을 돌게 하면서 추후 상황을 보겠다고 했다. 

유희관은 0-0으로 맞선 2회 정의윤과 이흥련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면서 실점 위기에 놓였다. 1사 2, 3루에서 김성현에게 좌전 적시타, 1사 1, 3루에서 추신수에게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0-2가 됐다. 

2-2로 맞선 4회 1사 1, 3루에서는 추신수에게 1루수 땅볼을 유도했다. 실책이 나오면서 2-4로 뒤집혔다. 1루수 양석환은 포수 최용제에게 송구해 홈 승부를 선택했다. 최용제는 런다운에 걸린 3루주자 박성한을 몰아가는 상황에서 3루수 박계범의 글러브를 벗어나는 악송구를 저질렀다. 공은 좌익수 앞으로 빠졌고 그사이 2, 3루 주자가 모두 득점해 2-4로 뒤집혔다. 

불펜에 계속 몸을 푸는 상황. 4회말 김인태가 역전 3점포를 날려 5-4로 경기를 뒤집으면서 유희관에게 한번 더 기회가 왔다. 4회까지 투구 수는 89개였다. 유희관은 5회 2사 2, 3루 위기까지 갔지만, 김성현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면서 힘겹게 올해 첫 5이닝을 채웠다. 

장원준은 양석환의 3점포에 힘입어 8-4로 달아난 6회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추신수를 1루수 땅볼로 돌려세우고, 김강민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늘려나갔다. 2사 후 최정을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박종기와 교체됐지만, 팬들은 마운드에서 내려가는 장원준에게 박수를 보냈다.  

유희관과 장원준 모두 전성기 때와 비교하면 완벽하진 않지만, 조금 더 마운드 위에서 머무르기 위한 노력을 보여줬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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