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박정현이 2일 사직 롯데전에서 4타수 3안타 2타점 맹타를 휘두르고 5-4 승리를 이끌었다. ⓒ곽혜미 기자
-롯데, 2일 한화전 패배로 단독 꼴찌 추락
-삼성 김지찬 이어 한화 박정현에게 속수무책
-박정현 “감독님께 ‘내가 치겠다’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579일. 롯데 자이언츠가 다시 단독 10위로 내려앉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롯데는 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홈경기에서 4-5로 졌다. 선발투수 노경은이 4이닝 7피안타 2볼넷 5탈삼진 3실점으로 고전한 가운데 타선마저 경기 중반부터 침묵하면서 최근 4연패를 당했다.

이날 패배는 여러 의미를 지녔다. 물론 좋지 못한 방향으로였다. 먼저 이번 한화와 3연전 전패로 올 시즌 처음으로 싹쓸이 패배를 당했다. 한화전 스윕패는 2015년 5월 27~29일 이후 처음이다. 또, 사직에서의 한화전 싹쓸이 패배는 2008년 5월 6~8일 이후 13년 만이다.

더 뼈아픈 대목도 있었다. 최하위 추락이다. 전날까지 롯데와 한화는 나란히 10승14패를 거두고 공동 9위를 기록 중이었다. 그러나 이날 희비가 엇갈리면서 한화는 단독 8위, 롯데는 단독 꼴찌가 됐다. 2019년 10월 1일 페넌트레이스 최종전을 단독 최하위로 마쳤던 롯데는 579일 만에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앉았다.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욱 아쉬운 장면이 많았다. 2회말 정훈의 3점홈런과 3회 이대호의 솔로홈런으로 4-0 리드를 잡은 롯데였지만, 노경은과 김대우가 차례로 무너지면서 결국 역전을 허용했고, 경기 막판까지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얼마 전 겪었던 악몽도 되살아났다. 롯데는 4월 17일 사직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굴욕을 맛봤다. 상대 내야수 김지찬에게 1회에만 도루 3개를 내줬다. 1번 2루수로 선발출전한 김지찬은 첫 타석에서 2루수 방면 내야안타로 출루한 뒤 2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그리고 후속타로 홈을 밟았다.

그런데 삼성의 공격이 계속 이어지면서 김지찬은 1회 다시 타석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좌전안타를 때려낸 뒤 구자욱의 타석 때 2루와 3루를 연속으로 훔쳤다. KBO리그 역사상 한 선수의 단일 이닝 멀티히트 겸 도루 3개가 처음으로 작성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1회에만 8점을 내준 롯데는 이날 0-12로 졌다. 경기 막판에는 외야수 추재현과 내야수 배성근, 오윤석이 마운드로 올라 공을 던지기도 했다.

▲ 삼성 내야수 김지찬. ⓒ곽혜미 기자
그리고 이날 한화전 역시 롯데는 한 선수에게 좌지우지당했다. 승리 주역은 김지찬과 마찬가지로 2년차 신예인 내야수 박정현이었다.

주전 3루수 노시환을 대신해 9번으로 선발출전한 박정현은 3회와 4회 연속해서 좌전안타를 때려내며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3-4로 뒤진 6회 1사 2·3루에서 결승 2타점 우중간 적시타를 때려냈다.

지난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3안타 경기를 만들어낸 박정현을 앞세워 한화는 5-4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반면 롯데는 이 열세를 끝까지 뒤집지 못했다.

경기 후 만난 2년차 신예는 재미난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박정현은 “6회 타석을 앞두고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님과 대화를 나눴다. 감독님께서 ‘타점을 올릴 수 있겠느냐? 바꿔줄까?’라고 물으셔서 ‘제가 치겠습니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경험은 아직 적지만 패기 하나만큼은 일품인 박정현 그리고 체구(신장 163㎝·체중 64㎏)는 작지만 당돌함만큼은 으뜸인 김지찬에게 당한 롯데는 결국 최하위라는 성적으로 5월을 시작하게 됐다.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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