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빈센조'에 출연한 배우 송중기. 제공ㅣ하이스토리디앤씨
[스포티비뉴스=심언경 기자] 배우 송중기가 또 하나의 틀을 깼다. 줄곧 선역을 맡아온 그는 잔혹한 마피아로 분해 '인생캐릭터'를 경신했다.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안 했으면 어떡할 뻔했지'라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를 마친 송중기는 3일 오전 화상 인터뷰에서 "금가프라자 사람들을 연기한 배우분들과 상당히 깊은 결속력이 생겼다. 그런 의미에서 외롭지 않았고 부담도 거의 없었다. 다 같이 재미있게 잘 놀았다"며 지난 8개월을 회상했다.

'빈센조'는 조직의 배신으로 한국으로 오게 된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가 베테랑 독종 변호사와 함께 악당의 방식으로 악당을 쓸어버리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지난 2일 종영했다.

'빈센조'의 마지막 회는 14.6%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tvN 드라마 시청률 6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화제성도 대단했다. 각종 SNS와 커뮤니티에서 '빈센조'에 대한 호평이 쏟아진 것은 물론, 송중기의 연기력과 비주얼을 향한 찬사가 쏟아졌다.

"인기를 많이 실감해요. 회사 식구들한테 이야기도 들었고, 현장의 젊은 스태프들이 인터넷에서 어떤 신이 화제가 되는지 바로 얘기해줬었어요. 피드백을 받으면서 현장에서 배우들과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했었죠."

송중기는 극 중 이탈리아 마피아 '까사노 패밀리'의 콘실리에리 빈센조 까사노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정의는 뒷전이고 이익만 좇던 빈센조는 홍차영(전여빈)과 금가프라자 사람들을 만나면서 '쓰레기를 치우는 쓰레기'로 변화해간다.

빈센조는 연기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극이 전개되면서 가치관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그려야 했고, 홍차영을 향해 커져가는 마음도 설득력 있게 표현해야 했다. 무엇보다 '이탈리아 마피아'라는 설정인 만큼, 이탈리아어 연기와 액션이 필수였다.

"이탈리아어 연기는 개인적으로 만족하지 못해요. 사실 좀 더 오랜 시간 준비해서 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외국어 연기는 시간을 들인 만큼 결과가 나오거든요. 이탈리아어 선생님과 계속 연습했어요. 방법이 없었어요. 인토네이션이나 발음을 최대한 가까이 하려고 했어요. 액션 연기는 별로 힘들지 않았어요. 무술감독님께서 동작 위주로 액션을 만들어 주시지 않았고 감정 위주로 액션을 만들어 주셨어요. 보통 대사와 액션을 나눠서 찍는데 한 묶음으로 생각했어요. 되게 통쾌하고 재미있었어요."

빈센조의 속 시원한 응징은 마지막 회까지 이어졌다. 한승혁(조한철), 최명희(김여진), 장준우(옥택연)는 그간 무수한 악행의 대가를 치르듯 처참한 결말을 맞이했다. 잔혹한 마피아의 본성이 제대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20회 대본이 나왔을 때 의견이 많이 갈렸어요. 방송이 나갔을 때 다양한 의견이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취향 차이인 것 같은데, 저는 전혀 잔인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더 세게 나갔어도 됐다고 생각해요. 극악무도한 행동을 많이 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그렇게 처단당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악을 행한 캐릭터잖아요. 그 캐릭터에 맞게끔 처단했다고 생각해요. 굉장히 만족해요."

다크히어로인 빈센조가 빌런에 대항하는 방식은 지극히 비현실적이었다. 그래서 더욱더 통쾌했고 짜릿했다. 송중기는 '빈센조'가 사랑받은 이유로 '대리만족'을 꼽았다.

"사실 빈센조도 악인이에요. 이런 사람을 응원하는 현실이 슬펐어요. 대본을 처음 받고 나서도 겉으로 보기에는 코미디지만 슬픈 장르라고 생각했죠. 그런 마음으로 계속 임했어요. '빈센조'에 나오는 에피소드는 거의 사실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빈센조 캐릭터 하나만 판타지라고 생각해요. 정말 현실에 못된 사람들이 많잖아요. 악인들을 무찌르는 것에 있어서 열광해주신 것 같아요."

▲ tvN '빈센조'에 출연한 배우 송중기. 제공ㅣ하이스토리디앤씨

'빈센조'의 색채는 블랙코미디에 기반을 뒀다. 이에 빈센조, 바벨, 그리고 금가프라자 사람들의 이야기만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빈센조와 홍차영의 러브라인을 불필요한 요소로 생각하기도 했다.

송중기는 "로맨스 찬성파, 반대파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 현장에서도 그랬다. 저는 다양한 의견이 있는 걸 즐기는 편이다. '드라마가 많이 사랑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만족했다"며 "개인적으로 굉장히 적절했던 것 같다. 차영이와 빈센조가 재회했지만 묘하게 다시 헤어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다시 만나기는 쉽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홍차영을 향한 빈센조의 마음은 20회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빈센조는 홍차영이 납치되자 평소의 냉정한 면모를 잃고 말았다. 그 결과 장한서(곽동연)는 사망했고, 홍차영은 빈센조 대신 총을 맞았다. 이를 두고 '캐릭터 붕괴'라는 반응도 있었다.

"캐릭터 붕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클리셰라고 생각했어요. 이 클리셰를 어떻게 디테일하게 살릴지만 고민했어요. 빈센조가 별로 진 적도 없고 누군가를 항상 누르고 이기는 모습을 많이 보였었는데 처음 보는 모습을 보여서 그런 것 같아요. 저는 뻔하지 않고 신선하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빈센조는 지푸라기부터 금가프라자, 바벨, 우상까지, 관계의 중심축에 있는 인물이었다. 이에 송중기는 다양한 배우들과 호흡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송중기는 그 중 단연 전여빈과 연기 합을 "1등"으로 꼽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무조건 전여빈 씨와 호흡이 최고였어요. 다른 배우들이 토라져도 상관 없어요. 전여빈 씨와 홍차영 캐릭터가 너무 사랑스러웠어요. 홍차영은 개인적으로 진짜 매력 있다고 느낀 캐릭터였어요. 전여빈 씨, 홍차영 캐릭터 둘 다 연기하면서 정이 많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케미가 좋았다고 생각해요. 무조건 1등입니다."

송중기는 '빈센조'의 명장면을 꼽아달라는 요청에도 전여빈과 함께한 어머니 오경자(윤복인)의 장례식장 신을 언급했다. 송중기는 "오로지 전여빈 배우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 아무래도 빈센조의 감정이 제일 중요했다. 그래서 저한테 포커스를 두고 촬영이 진행됐다. 그런데 전여빈 씨가 카메라에 안 걸리고 제 바스트를 찍는 순간에도 계속 울고 있더라. 그때 전여빈 배우에게 너무 고마웠다. '참 성실하고 진심이 있는 사람이구나'라고 많이 느꼈다. 그때 전여빈 배우에게 많이 반했다. 마음이 예뻤다"고 말했다.

송중기는 대신 코믹 연기를 할 때 금가프라자 식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송중기는 "'희극 연기가 최고난도 연기구나. 희극을 잘하시는 분들이 연기를 정말 잘하시는구나'라고 느꼈던 작품이다. 저는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잘하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에너지를 받고 리액션만 해도 될 정도였다"고 얘기했다.

송중기는 인터뷰 내내 "연기에 만족하지 못했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송중기는 스스로 칭찬하고 싶은 점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빈센조'를 선택한 것"이라고 답했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많이 배웠고 새로운 걸 많이 느꼈어요. 인간 송중기에게 너무나 많은 걸 느끼게 해준 캐릭터예요. 제가 이 작품을 선택한 걸 칭찬해주고 싶어요. 과분하게 사랑을 느끼고 있어요. 촬영을 하면서도 스스로에게 '하길 잘 했다'라는 말을 많이 했죠. 작품 활동을 하면서 가장 신나게 연기를 했던 캐릭터였어요. 지금까지 했던 다른 작품의 출연진과 제작진에게는 미안하지만 최고로 신나게 연기했어요."

'빈센조'는 자체 최고 성적을 거두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에 시즌2를 향한 기대도 높다. 이에 송중기는 "나온 얘기는 전혀 없다. 시즌2 얘기가 나온다는 게 바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거라서 감사하다. 현실적으로 나온 얘기는 전혀 없다. 내부적으로 시즌2가 나올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송중기는 올해 영화 '승리호'부터 '빈센조'까지, 2연속 흥행에 성공했다. 성공에 취해 쉬어갈 만도 하지만, 송중기의 '열일'은 계속될 전망이다.

"2연속 흥행 성공은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평가해주신다면 감사하죠. 즐기면서 최선을 다한 작품들이에요. 차기작은 정해진 게 없어요. 대신 이번 달 말부터 코로나19로 제작이 중단됐던 영화 '보고타' 촬영을 한국에서 시작할 것 같아요. 어떻게든 잘 마무리하겠습니다."

▲ tvN '빈센조'에 출연한 배우 송중기. 제공ㅣ하이스토리디앤씨

스포티비뉴스=심언경 기자 notglasses@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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