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을 거친 선수들의 성공 사례가 조금씩 늘어나면, KBO리그의 외국인 선수 수급 지점도 조금씩은 다변화될 수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한동안 KBO리그 스카우트들은 일본프로야구 무대에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는 어디까지나 미국에 집중되어 있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다. 우선 풀이 달랐다. 미국은 수많은 선수가 있는 반면, 일본의 경우는 풀이 제한적이었다. 여기에 성공한 선수들은 이미 일본 구단으로부터 거액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 한국에 올 이유가 없었다. 실패한 선수들은 또 나름 “어떤 이유로 실패했다”는 낙인이 찍혔다. 상대적으로 일본 사정에 밝지 않은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미국으로는 1년에도 몇 번씩 스카우트를 보내지만, 일본에 그렇게 스카우트를 보내는 구단은 없었다.

실제 일본에서 한국으로 온 몇몇 외국인 선수들은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성공 사례가 하나둘씩 생기면서 시선이 변할지도 관심이다. 올 시즌 외국인 타자 중 현 시점까지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호세 피렐라(32·삼성)가 대표적인 선수다. 피렐라는 메이저리그에서 뛰다 2020년 히로시마와 계약하고 일본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했고,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데이비드 뷰캐넌을 통해 일본을 겪은 외국인 선수에 어느 정도 눈을 뜬 삼성이었다. 피렐라가 일본에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가진 장점이 팀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과감하게 승부를 걸었다. 현 시점까지는 성공적이다. 피렐라는 4일까지 26경기에 나가 타율 0.356, 9홈런, OPS(출루율+장타율) 1.077을 기록 중이다. 성실하고, 팀에도 빠르게 녹아들었다.

피렐라만큼은 아니지만 조일로 알몬테(32·kt) 또한 연착륙에 성공하는 모양새다. 피렐라보다 일본에서 더 오래 뛴 알몬테는 25경기에서 타율 0.317, 4홈런, 17타점, OPS 0.859를 기록 중이다. 시즌 초반 장타 가뭄에 우려를 모으기도 했으나 최근 10경기에서는 타율 0.386, 3홈런, 10타점을 기록하며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이강철 kt 감독은 피렐라나 알몬테나 일본에서 뛴 경험이 적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메이저리그보다 야구 수준이 낮기는 하지만, 나름의 장점으로 무장한 리그다. 여기에 아무래도 동양 야구는 스타일과 문화가 다르다.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는 외국인 선수라면 적응이 필요하다. 다만 일본을 겪은 선수들은 비슷한 문화에서, 조금 더 편하게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뷰캐넌이나 피렐라나 팀 융화는 뛰어난 편이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압박감은 일본이 더 크고, ‘용병’으로서 그것을 경험한 선수들의 마음가짐도 조금은 일찍 깨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 팀이 자신에게 어떤 것을 바라고 있는지 명확하게 아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물론 선수의 장·단점을 면밀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점에서 데이터가 부족한 일본은 여전히 어려운 스카우트의 지역이다. 그러나 성공 사례가 늘어나면서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된다면, 이적료가 없는 몇몇 선수들은 타깃이 될 법하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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