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날 최악의 투구를 보이며 고개를 숙인 윌리엄 쿠에바스 ⓒkt위즈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태우 기자] 아마도 kt의 어린이 팬들은, 적어도 어린이날에는 별로 좋은 기억이 없을 법하다. 어린이를 위한 이벤트가 쏟아지는 어린이날, 창단 이후 7전 7패에 마운드가 또 붕괴되며 되레 악몽을 남겼다.

kt는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경기에서 0-14로 참패했다.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가 2회까지만 9점을 주는 등 4⅔이닝 10실점으로 물러난 것이 뼈아팠다. 쿠에바스를 돕지 못한 세 차례의 실책 및 실책성 플레이 또한 아쉬웠다. 타선은 상대 마운드를 전혀 공략하지 못하고 이날 단 3안타에 머물렀다. 전체적으로 실망스러운 경기력이었다.

어린이날은 단일 행사로만 따지면 구단들이 가장 큰 신경을 쓰는 날 중 하나다. 가족 단위 팬들이 많은데다, 미래의 고객들의 마음도 잡아야 한다. 어린이날 경기를 홈에서 하느냐, 원정에서 하느냐가 구단 마케팅 팀들의 주된 관심사인 건 다 이유가 있다.

그런데 kt는 2015년 창단 이후 어린이날과 인연이 없다. 항상 졌다. 그것도 참패한 경우가 제법 있었다. 공교롭게도 꼭 어린이날만 되면 타선과 마운드가 모두 힘을 못 썼다. 그냥 진 게 아니라, 아이들의 눈으로 볼 때는 좀 짜증나게 졌다.

2015년 한화에 8-15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 NC에 2-15, 2017년 한화에 1-13, 2018년 넥센에 1-10으로 졌다. 시즌 승률 5할 이상을 달성한 2019년에도 한화에 4-6으로 졌고, 창단 최고 승률을 기록한 지난해에도 롯데에 2-7로 졌다. 예외가 없었다.

사실 올해는 기대를 걸어볼 만했다. 우선 이날 경기 전까지 팀이 15승10패로 리그 2위를 달리고 있었다. 여기에 4연승 행진이었다. 선발은 잘 던졌고, 타선은 응집력이 있었다. 막기 쉽지 않은 경기력이었다.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외치며 호기롭게 입장한 팬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2회가 지나기도 전에 깨졌다. 쿠에바스는 흔들렸고, 수비도 흔들렸고, 타자들은 기록지에 삼진만 새기고 있었다.

1회부터 어수선한 수비가 이어지더니 결국 김웅빈에게 투런포를 맞고 0-3으로 끌려갔다. 2회에는 심우준의 치명적인 실책, 그리고 박경수의 보이지 않는 실책이 나왔고 키움 타자들의 응집력을 당해내지 못하고 추가 6실점했다. 그렇다면 타선이 5회 이전에 이 점수차를 좁혀놔야 마지막 승부가 가능했는데 그러지도 못했다. kt는 선발 안우진에 묶여 전광판에 0만 그렸다.

수비도 더 집중을 했어야 했고, 외국인 투수라면 쿠에바스 또한 그 수비의 흠을 최대한 가릴 수 있도록 힘을 내야 했다. 그러나 이날 kt는 오히려 서로가 서로를 탓하는 듯한 악순환 속에서 경기를 마쳤다. 간혹 보이는 kt 유니폼을 입은 어린 팬들을 생각하면, 이런 경기를 해서는 안 되는 특별한 날이 분명 있기 마련이다. 내년을 기약하기에는 기다려야 할 시간이 너무 길다. 아이들의 시선이라면 더 그렇다.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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