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구위에도 불구하고 기복이 심한 모습으로 아쉬움을 사고 있는 윌리엄 쿠에바스 ⓒkt위즈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태우 기자] 이강철 kt 감독은 팀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31)에 대해 “매우 뛰어난 구위를 가진 선수”라고 이야기한다. 아주 강력한 파이어볼러는 아니지만, 다양한 구종을 던질 수 있고 여기에 모든 구종이 수준급 위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더 아쉬운 선수가 쿠에바스다. 쿠에바스는 2019년 13승10패 평균자책점 3.62를 기록하며 연착륙했다. 지난해에는 더 나은 시즌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27경기에서 10승8패를 기록했고 평균자책점(4.10)은 오히려 전년보다 높았다. 이 감독은 쿠에바스가 자신의 장점을 100% 살리지 못한다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더 잘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다.

쿠에바스는 잘 던질 때는 안정적으로 6~7이닝을 끌어갈 수 있는 선수다. 맞혀 잡으며 쉽게 피칭을 하다가도, 삼진이 필요할 때는 또 삼진을 잡아낼 수 있는 결정구도 있다. 그런데 피칭이 좋지 않은 날은 무너지는 경우가 잦다. 기복도 심하다. 이른바 ‘퐁당퐁당’이다. 한 경기 잘 던지면, 그 다음에서 이상하리만큼 기세를 못 이어 가는 경우도 잦다. 

쿠에바스의 ‘단점’은 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경기에서 또 한 번 드러났다. 등 부상으로 시범경기 도중 이탈, 다른 선수들보다 정상 컨디션을 만드는 속도가 늦었던 쿠에바스는 직전 등판인 4월 28일 인천 SSG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잘 버티며 조금씩 살아나는 듯했다. 2019년과 2020년에도 시즌 초반이 좋지 않은 ‘슬로스타터’ 모습을 보여준 만큼 이제는 정상 궤도를 찾아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기대는 그대로 무너졌다.

쿠에바스는 이날 4⅔이닝 동안 홈런 두 방을 포함해 10피안타 10실점하고 그대로 무너졌다. 물론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한 장면이 여러 차례 있기는 했다. 실책 및 실책성 플레이가 최소 세 차례 있었다. 그러나 쿠에바스 또한 할 말은 없는 경기였다. 결과는 그렇다치고, 고집스러운 패턴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결정적인 순간 패스트볼 승부를 하려고 했고, 결국 그 패스트볼 승부가 줄줄이 얻어터지며 실점이 불어났다.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다가도, 또 결정적인 순간 던진 패스트볼이 가운데 몰리며 키움의 방망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이날 전체 100구 중 67%가 패스트볼 계통의 공이었다. 그렇다고 한창 좋을 때의 패스트볼 구위 및 제구를 보여준 것도 아니었다. 김웅빈에게 맞은 홈런 두 방은 모두 패스트볼이 가운데 몰렸다. 또 실책이 자주 나와도 외국인 선수라면 연타를 최소화하며 동료들의 짐을 덜어주는 모습도 필요했지만, 쿠에바스는 오히려 평정심을 잃은 듯한 투구가 간혹 있었다. 볼은 크게 벗어났고, 스트라이크는 너무 정직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쿠에바스의 평균자책점은 8.00까지 올랐다. 물론 그간 보여준 실적이 있으니 당장 교체를 논할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종잡을 수 없는 투구 결과가 이어지며 코칭스태프와 팬들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kt는 이제 '5할 승률'이 목표는 아닌 팀이다. 쿠에바스로서는 5월이 승부처가 될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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