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출 시련을 딛고 새로운 둥지에서 자신의 몫을 하고 있는 이용규(왼쪽)와 안영명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태우 기자] 2020년 겨울은 부익부 빈익빈이 가장 극심했던 시기로 기억될 전망이다. 일부 프리에이전트(FA) 선수들은 따뜻한 겨울을 보낸 반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 나머지 시장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10개 구단이 너나할 것 없이 선수단 축소에 들어갔다. 예년보다 더 많은 선수들이 정리됐고, 실적은 있지만 나이가 많은 베테랑 선수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10개 구단이 모두 어려웠으니 재취업이 쉽지 않은 것도 당연했다. 과거의 명성이나 성적은 더 이상 무기가 되지 못했다. 결국 극소수의 선수만 2021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상대 팀으로 만난 이용규(36·키움)와 안영명(37·kt)은 그래도 빨리 새로운 팀을 찾은 편이었다. 두 선수 모두 한화의 세대교체 흐름에서 보류선수 명단에 빠졌다. 그러나 이용규는 곧바로 연락을 취한 키움의 손을 잡았다. 안영명은 몇몇 팀의 관심을 받은 끝에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kt에 입단했다. 그러나 신분은 불안했다. 연봉(이용규 1억 원·안영명 7000만 원)은 크게 깎였고, 시즌이 끝나면 언제든지 정리될 수 있는 처지였다.

하지만 나름의 기량과 노하우로 무장한 두 선수는 당당히 개막 엔트리에 승선했다. 꾸준하게 출전하며 팀에 보탬이 되는 중이다. 개막 당시 팀도, 자신들도 느꼈을 불안감은 지웠다고 볼 수도 있다.

이용규는 팀의 리드오프 자리까지 맡으며 꾸준히 선발로 나가고 있다. 5일까지 27경기에서 타율은 0.279로 기대보다는 약간 떨어진다. 그러나 특유의 선구안과 끈질김은 살아있다. 12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14개의 4사구를 골랐다. 출루율은 0.376으로 일정 수준은 유지 중이다. 분명 공·수·주에서 전성기만한 기량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젊은 선수들 위주로 개편된 키움의 외야와 타선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공헌을 하고 있다.

안영명도 확실한 필승조까지는 아니지만 상황을 가리지 않고 등판 중이다. 10경기에 나가 11⅔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 3.09를 기록했다. 10경기 중 8경기가 무실점이었고, 피안타율(.186)과 이닝당출루허용수(0.86)보다 뛰어나다. 어떤 상황에서든 나갈 수 있는 투수로 벤치의 신임을 얻고 있다. 긴 이닝을 소화할 수도 있고, 베테랑 선수인 만큼 승부처에서도 나설 수 있다.

베테랑들의 재취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형국에서 두 선수의 분전은 나름 의미를 갖는다. 나이가 있어도 팀에서 쓰임새가 있다면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젊은 선수들이 성장할 때까지 그 시간을 책임지는 임무도 가능하다. 물론 이런 흐름이 시즌 끝까지 유지되어야 한다는 전제는 있다. 시즌 뒤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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