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리그 선발 데뷔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한 양현종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양현종(33·텍사스)의 메이저리그(MLB) 진출 꿈은 진심이었다. 좋은 대우를 받고 편안하게 친정팀 KIA에 남을 수도 있었지만 현재에 안주하지 않았다. MLB에서 성공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험난한 스플릿 계약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양현종은 노력의 결실을 하나둘씩 맺어가고 있다. 개막 로스터 탈락이라는 아픔을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은 양현종은 4월 27일(한국시간) LA 에인절스와 경기에서 MLB 데뷔전을 치르며 활짝 웃었다. 중간에서 나간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08의 호투를 펼친 양현종은 6일 미네소타전에서 첫 선발 등판의 영예도 안았다. 아마도 그간의 고생을 조금이나마 보상 받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날 현지 중계를 맡은 ‘밸리스포츠 사우스웨스트’ 중계진 또한 양현종의 특별한 등판을 조명했다. 중계진은 “양현종의 메이저리그 첫 선발 등판이다. 중간에서 두 번 나왔는데 경기내용이 굉장히 좋았다”고 양현종의 최근 상승세를 설명했다.

갈수록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1회 벅스턴, 도날드슨, 크루스라는 만만치 않은 상대들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자 현지 중계진은 “정말 쉽게 (상대 타자를) 상대하는 것 같다”고 감탄하면서 “평생을 기다렸던 메이저리그 첫 선발 등판에서 세 타자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시작했다”고 양현종을 축하했다.

2회 미치 가버에게 홈런을 맞았지만 실투가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중계진은 피홈런 장면을 분석하면서 “양현종이 스트라이크존 모서리로 공을 잘 제구하고 있다고 설명했었는데, 이번에도 가버의 몸쪽으로 치기 어려운 88마일(141.6㎞)짜리 공을 던졌다. 하지만 가버가 이를 노리고 기다렸던 것 같다”고 대형 홈런의 비결을 타자의 노림수와 능력으로 돌렸다.

이날 대단한 위력을 과시한 체인지업에 대해서도 호평 일색이었다. 중계진은 “체인지업이 아래로 뚝 떨어지면서 폴랑코의 배트가 따라가지 못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양현종이 두려움 없이 던진다고도 했다. 또 하나의 홈런 타자 사노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운 장면에서는 사노가 체인지업에 계속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고 분석하면서 “2S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존에 던졌다. 양현종이 누구도 두려워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크리스 우드워드 텍사스 감독도 4회 1사 만루 교체 상황에서 양현종에게 공을 건네받으면서 곧바로 악수를 청했다. 양현종은 예상치 못한 듯 당황하다 우드워드 감독의 요청을 받아들이고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우드워드 감독으로서는 ‘충분히 잘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을 것이다. 교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동료들 또한 주먹 인사로 양현종을 격려했다. 현지 중계진은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첫 등판에서 매우 잘했다(nice job)”며 이날 경기를 총평했다.

텍사스 구단 역사상 최고령 선발 등판의 주인공이 된 양현종은 이날 3⅓이닝 동안 8개의 삼진을 잡았다. 10개의 아웃카운트 중 8개가 삼진이었다. 텍사스 구단 역사에서 같은 조건(3⅓이닝 이하·8탈삼진 이상)을 기록한 건 1980년 8월 대니 다윈 이후 양현종이 처음이다. 한국인 선수로는 첫 선발 등판에서 가장 많은 탈삼진을 기록한 선수로도 이름을 남겼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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