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현종 ⓒ게티이미지 코리아

[스포티비뉴스=이현우 칼럼니스트]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이 한국인 메이저리거 선발 데뷔전 역대 최다인 탈삼진 8개를 기록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양현종은 6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필드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3.1이닝 동안 4피안타 1실점 1볼넷 8탈삼진을 기록했다. 1-1로 맞선 4회 말 1사 만루 위기에서 교체되면서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진 못했지만, 아웃 카운트 10개 가운데 8개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위력투를 선보였다.

▲ 양현종의 5/6 MIN전 투구정보(자료=베이스볼서번트)

▲ 양현종의 5/6 MIN전 구종별 투구위치(자료=베이스볼서번트)

이날 양현종의 구종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공은 단연 체인지업이었다. 양현종의 체인지업을 상대로 미네소타 타선은 15번 배트를 내서 7번밖에 맞히지 못했고, 그마저도 4번은 파울이었다. 헛스윙 비율은 53%(스윙 15번 중 헛스윙 8번). 이는 현역 최고의 투수 제이콥 디그롬의 슬라이더(시즌 헛스윙 50.6%)를 일시적으로 앞서는 수치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이날 경기에서 돋보인 체인지업이 지난해에는 양현종의 부진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양현종 KBO리그 2019→2020년 구종별 성적 변화
패 [피안타율] .263→.277 [헛스윙] 13.2→15.7%
슬 [피안타율] .214→.207 [헛스윙] 34.5→25.3%
커 [피안타율] .375→.147 [헛스윙] 12.5→28.3%
체 [피안타율] .208→.327 [헛스윙] 34.4→32.8%


지난해 양현종은 KBO리그 KIA 타이거즈에서 11승 10패 172.1이닝 평균자책점 4.70으로 전년도 대비 큰 폭으로 성적이 하락했다(2019년 16승 8패 184.2이닝 평균자책점 2.29). 하지만 구속 저하 및 제구 난조 등 노쇠화를 겪는 투수들이 흔히 보이는 현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유일하게 달라진 점은 이전까지 주무기로 구사하던 체인지업의 피안타율이었다.

2020년 양현종의 체인지업 피안타율은 0.327로 2019년 0.208 대비 큰 폭으로 높아졌고, 이는 2013년 이후 최악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부진은 양현종의 MLB 진출에 커다란 악재로 작용했다. 그렇다면 지난해 양현종의 체인지업이 망가졌던 이유는 무엇일까?

▲ [그림] 양현종의 2020시즌 구종별 투구위치 및 코스별 피안타율(자료=스탯티즈)

필자는 지난겨울 한 칼럼에서 그 원인을 "체인지업의 구위가 하락했다가 보단 코로나19로 인한 시즌 개막 연기 등으로 투구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패스트볼을 던질 때와 체인지업을 던질 때의 투구폼(릴리스포인트)에 차이가 생겼고, 그로 인해 타자에게 구종이 노출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한 바 있다(관련 기사: [이현우의 MLB+] 양현종은 MLB에서 통할까?)

따라서 올해 정상적으로 시즌이 진행되면서 투구 밸런스를 되찾는다면 양현종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도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그리고 텍사스와 스플릿 계약을 맺고 미국에 진출한 양현종은 스프링캠프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27일 극적으로 빅리그에 콜업되어 현재까지 3경기 12.0이닝 동안 10피안타 3실점 2볼넷 13탈삼진 평균자책점 2.25로 활약 중이다.

이제 <베이스볼서번트>에서 제공하는 양현종의 올 시즌 구종별 평균 릴리스포인트(공을 놓는 지점)를 살펴보자. 

▲ 2021시즌 투수 시점에서 본 양현종의 구종별 평균 릴리스포인트 및 궤적(자료=베이스볼서번트)

포심 패스트볼(빨간색), 체인지업(초록색), 슬라이더(노란색), 커브(파란색)의 릴리스포인트가 거의 한 지점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양현종이 지난해 잠시 잃어버렸던 투구 밸런스를 되찾았다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네 가지 구종이 모두 비슷한 위치에서 뿌려지면 타자로선 구종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양현종 2020(KBO)→2021(MLB) 구종별 성적 변화
패 [피안타율] .277→.278 [헛스윙] 15.7→21.7%
슬 [피안타율] .207→.214 [헛스윙] 25.3→15.4%
체 [피안타율] .327→.143 [헛스윙] 32.8→50.0%
커 [피안타율] .147→X [헛스윙] 28.3%→X

이런 효과는 '패스트볼과 비슷한 투구폼으로 던지지만 구속에 차이를 둬서 타이밍을 빼앗는 구종'인 체인지업에서 극대화된다. 실제로 양현종의 체인지업(51구)은 현재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피안타율 0.143(14타수 2안타) 기대타율(xBA: 타구속도 및 발사각도로 구해진다) 0.098 헛스윙율 50%로 지난해와는 180도 다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과연 양현종은 '부활한 체인지업'을 앞세워 선발 로테이션에 안착할 수 있을까? 2021시즌 양현종의 체인지업을 주목해보자.

이현우 기자 hwl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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