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서 승리를 챙긴 삼성 라이온즈 선수단 ⓒ 삼성 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박성윤 기자] 삼성 라이온즈 레전드 이승엽을 추억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약속의 8회'다. 올 시즌 삼성이 8회에 공격력을 집중시켜 경기를 흔들고 있다. 이승엽 DNA가 선수들에게 있는 듯하다.

삼성은 7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서 4-1로 이겼다. 삼성은 1-1로 팽팽하던 7회말 경기를 뒤집었고 8회 승리에 쐐기를 박는 결정적인 점수를 뽑아 롯데를 무너뜨렸다.

삼성은 이날 포수 김민수의 솔로 홈런으로 1-0 리드를 잡았다. 김민수 데뷔 첫 홈런이다. 그러나 5회 딕슨 마차도의 1타점 적시타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균형은 7회 깨졌다. 이원석 볼넷과 강한울 우전 안타로 1사 1, 3루 기회를 잡았고 이학주가 번트로 3루에 선 대주자 김지찬으로 부르며 2-1로 앞섰다. 힘겹게 잡은 리드다.

1점 차가 불안한 상황에서 삼성은 8회말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번트나 홈런이 아닌 안타를 몰아치며 만든 득점이다. 2사에 오재일이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날렸다. 박해민 자동 고의4구로 2사 1, 2루. 김호재가 1타점 우전 안타, 강한울이 1타점 중전 안타를 쳐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올 시즌 삼성은 8회에 빼어난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 올 시즌 팀 타율은 0.272, 팀 OPS는 0.770이다. 팀 타율은 리그 4위, OPS는 리그 3위다. 준수한 공격력을 앞세워 승수를 쌓고 있다. 준수한 공격력은 8회에 폭발한다. 올 시즌 삼성 8회 팀 타율은 0.352, 팀 출루율 0.439, 팀 장타율 0.475, OPS 0.914를 기록하고 있다. 8회 팀 타율과 OPS 모두 2위다. 이닝별 타율 가운데 8회 타율이 가장 높다. 삼성은 올 시즌 18승 가운데 6승을 역전승으로 거뒀는데 그 가운데 2승이 7회 이후 뒤집은 경기다.

마치 이승엽의 '약속의 8회'가 떠오르는 듯하다. 이승엽은 KBO 리그 통산 타율 0.302, 467홈런, 1498타점으로 통산 홈런과 타점 부문에서 1위다. 범접하기 어려운 기록이다.

국제대회에서 이승엽은 국가대표팀 '약속의 8회'의 중심에 있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3위 결정전. 0-0으로 팽팽히 맞선 8회 2사 2, 3루에 이승엽이 일본 선발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상대로 2타점 2루타를 때렸다. 이승엽의 적시타로 한국은 3-1 승리를 거두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3-2로 이긴 2006년 WBC 1라운드 경기는 4회까지 0-2로 끌려가다 5회 1점을 따라붙은 뒤, 8회 이승엽의 역전 2점 홈런으로 승리를 낚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예선 4차전에서는 일본과 연장 접전 끝에 5-3 역전승을 거뒀다. 그리고 준결승전에서 다시 일본을 만났다. 2-2로 맞선 8회 1사 1루에서 이승엽이 우중월 2점 홈런을 쏘아 올렸고 한국은 기세를 올려 2점을 더 뽑아 6-2로 이겼다. 8회 이승엽이 타석에 서면 무엇인가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 2017년을 끝으로 은퇴한 이승엽 ⓒ 스포티비뉴스 DB

리그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2012년 KBO 리그에 복귀했다. 복귀 시즌부터 2017년 은퇴까지 8회 통산 타율 0.323, 16홈런, 71타점, 출루율 0.386, 장타율 0.553, OPS 0.939로 빼어난 공격력을 보여줬다. 해당 6년 동안 8회에 이승엽보다 많은 타점을 올린 타자는 삼성과 KIA 타이거즈에서 뛴 최형우(75타점)뿐이다.

8회는 마무리투수가 마운드에 오르기 직전 이닝이다. 역전의 마지막 기회라고 볼 수 있는 이닝이다. 마무리투수가 자리를 잡은 구단도 있지만, 불안한 팀들도 있다. 마무리투수가 불안하다는 점은 셋업맨 역시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18승 11패로 정규 시즌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은 경기 막바지 찾아오는 한 번의 기회를 살려 흐름을 흔들고 있다. 뒤지고 있는 경기를 역전으로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8회 맹공을 퍼부으며 상대 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경기 막바지 그려진 상승 곡선은 다음 경기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올 시즌 삼성이 무서운 이유 가운데 하나다.

스포티비뉴스=박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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