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곽혜미 기자
▲ 3점슛을 넣은 뒤 똑같은 세리모니를 펼치고 있는 자레드 설린저(위)와 카멜로 앤서니(아래).
[스포티비뉴스=안양, 맹봉주 기자] 어린 시절 카멜로 앤서니(37, 203cm)를 동경하던 아이가 커 미국에서 손꼽히는 유망주로 성장했다. NBA를 거쳐 한국에까지 진출한 그는 한 시즌도 안 돼 KBL 최고 외국선수가 됐다.

자레드 설린저(29, 206cm)가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파이널 MVP도 그의 몫이었다.

안양 KGC인삼공사는 9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시즌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전주 KCC를 84-74로 이기고 시리즈 전적 4승 무패로 우승했다.

설린저 공이 컸다. 정규 시즌 막판 교체 외국선수로 KGC에 합류한 설린저는 평균 26.3득점 11.7리바운드 야투 성공률 49.7% 3점슛 성공률 45.5%로 맹활약했다.

플레이오프에서 파괴력은 더 대단했다. 6강에서 평균 28득점, 4강에선 33.7득점으로 상대 수비를 박살냈다.

챔피언결정전에선 득점이 줄었다. 하지만 철저한 박스아웃에 이은 리바운드, 동료들을 살피는 어시스트로 득점 이상의 존재감을 보였다. KGC 국내선수들이 너나할 것 없이 공격에서 두각을 나타낸 배경엔 설린저의 넓은 코트 비전이 큰 몫을 했다.

KGC 김승기 감독은 "설린저가 오고 국내선수들이 농구하기 너무 편하다고 한다. 나뿐 아니라 선수들이 상대에게 진다는 생각을 전혀 안 한다“며 설린저 효과를 설명했다.

우승이 확정된 4차전에서도 설린저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내외곽을 오가며 다양한 득점 루트를 보였고 공격이 막히면 패스로 팀을 살렸다. 리바운드 단속, 스틸 등 궂은일과 수비에서 활약도 빛났다. 팔방미인 그 자체였다.

42득점 15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파이널 MVP도 거머쥐었다. 기자단 투표에서 총 86표 중 55표를 획득했다.

이런 설린저가 어린 시절부터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NBA 통산 득점 역대 10위에 빛나는 카멜로 앤서니. 3점슛을 넣고 머리를 치며 세 손가락을 펼쳐 보이는 특유의 제스처도 앤서니의 세리모니를 따라한 것이다. 설린저는 "어렸을 때 제일 좋아하는 선수가 앤서니였다. 앤서니의 세리모니를 한국에 유행시키고 싶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영향력만 놓고 보면 KBL 역대 어느 외국선수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다만 이번 시즌이 끝나면 설린저는 KBL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2년 휴식기가 있었지만 국내무대서 실력이 죽지 않았다는 걸 보여줬다. 이번 여름 NBA를 비롯해 유럽, 중국 등 다양한 리그의 팀들로부터 러브콜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스포티비뉴스=안양, 맹봉주 기자

제보> mbj@spotvnews.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