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 우승과 파이널 MVP 트로피를 모두 가져간 자레드 설린저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안양, 맹봉주 기자] "내 강의는 끝났다."

안양 KGC인삼공사는 9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시즌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전주 KCC를 84-74로 이기고 시리즈 전적 4승 무패로 정상에 올랐다.

자레드 설린저가 접수한 시리즈였다. 외국선수 1명이 팀의 운명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잘 보여줬다. KGC는 정규 시즌 막판 설린저가 합류하고 전혀 다른 팀이 됐다.

설린저와 국내선수들의 손발이 맞아 들어가기 시작한 플레이오프에선 적수가 없었다. 정규 시즌에선 3위를 기록했지만, 프로농구 역사상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10전 전승 무패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KGC 김승기 감독이나 선수들이 "별다른 위기가 없었다"고 할 정도로 압도적인 경기력이었다.

설린저는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42득점 15리바운드 4어시스트 3스틸로 팀 우승에 앞장섰다. 6강부터 4강, 챔프전까지 활약이 꾸준했다. 파이널 MVP도 설린저에게 돌아갔다.

김승기 감독은 설린저의 우승 지분을 묻는 질문에 "50%는 되는 것 같다. 국내선수들이 성장했다고 하지만 조금씩 모자랐다. 그 모자란 점들을 설린저가 다 채웠다. 그거 하나로 평가가 되지 않나 싶다. 설린저 덕분에 국내선수들이 가진 기량을 다 발휘했다"고 답했다.

▲ '설교수' 설린저에게 적수는 없었다 ⓒ 곽혜미 기자
이제 팬들의 관심사는 설린저의 재계약 여부다. 설린저는 NBA에서 통산 269경기를 뛰었다. 평균 기록도 10.8득점 7.5리바운드로 나쁘지 않다. 허리부상으로 2년간 공백기를 가졌지만 한국무대서 부활에 성공했다. 이미 설린저에게 관심을 드러낸 해외 스카우터들이 적지 않다.

현실적으로 KGC가 설린저를 잡기란 어렵다. 김승기 감독은 "내가 계속 설득하고 있다(웃음). 설린저가 영구결번해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여기 남아서 한 시즌 더 우승시켜주면 100% 해주겠다고 했다"며 "설린저는 아직 결정을 못했다. 여기서 재기에 성공한 만큼 욕심이 있을 거라 본다. 내가 데리고 있는 것보다 빅리그로 가서 예전처럼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한국에 오면 나한테 온다고 했으니, 기회가 있다면 설린저와 다시 할 날이 올 거다"라고 말했다.

당사자인 설린저에게 물었다. 설린저는 "일단은 현재 우승한 기쁨을 최대한 누리고 싶다. 잔류 여부는 집에 돌아가서 아내와 아이들과 충분한 얘기를 통해 결정하겠다. 내 스스로 의지보다는 가족들 의견이 많이 반영될 것 같다. 내가 내릴 수 있는 최고의 결정을 하겠다"며 즉각적인 답을 피했다.

우승소감에 대해선 "내가 적응하도록 도와준 모든 KGC선수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 나를 믿어준 만큼 나도 동료들을 믿고 플레이한 게 도움이 됐다"며 "2년 공백기에도 날 믿어준 팀과 코칭스태프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 선수들은 내게 가족과 같은 존재다. 플레이오프 10연승 끝에 우승한 과정 하나하나가 내게 소중하고 감사하다. 이보다 더 좋은 걸 바랄 수는 없을 것 같다. 내 강의는 끝났다"며 웃어보였다.

스포티비뉴스=안양, 맹봉주 기자

제보> mbj@spotvnews.co.kr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