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적인 재기 스토리로 팬들을 감동시키고 있는 드루 로빈슨. 2020년 2월 샌프란시스코 입단 당시 촬영한 사진.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드루 로빈슨(29·샌프란시스코)은 한때 잘 나가던 유망주였다. 고교 시절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았고, 텍사스의 4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마이너리그 생활도 비교적 순탄했고 2017년 텍사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그러나 재능을 만개하지는 못했다. 여러 포지션에서 뛸 수 있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어느 하나가 확실하지 못했다. 2019년 세인트루이스로 팀을 옮겼으나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우울증에 시달리던 로빈슨은 2020년 4월 17일, 권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하지만 신은 그의 목숨을 가져가지 않았다. 그는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대신 혹독한 시련을 마주해야 했다.

당시 총격이 남긴 후유증은 어마어마했다. 우선 그는 오른쪽 눈을 잃었고, 후각과 미각도 상실했다. 말 그대로 살아남은 것이 기적이었다. 역설적으로 그런 시련은 로빈슨을 강하게 했다. 약물 치료와 운동으로 심신을 단련한 로빈슨은 다시 야구에 매달렸다. 체중을 증량했고, 남들보다 불편한 몸에도 배트와 글러브를 놓지 않았다. 이를 눈여겨보던 샌프란시스코는 그와 다시 계약했다. 샌프란시스코는 그가 충분히 야구 선수로 뛸 수 있다고 믿었다.

로빈슨은 마이너리그 시즌 시작과 더불어 구단 산하 트리플A팀인 새크라멘토로 갔다. 첫 두 경기에서는 안타를 치지 못했다. 7일 첫 경기에서는 4타수 무안타 4삼진, 8일 두 번째 경기에서는 4타수 무안타 3삼진에 머물렀다. 그러나 생사의 고비에서 돌아온 로빈슨에게 이는 큰 좌절이 아니었다. 9일 세 번째 경기에서 드디어 안타를 쳤고, 다이빙캐치까지 선보이며 팬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로빈슨은 3회 1사 1,2루 상황에서 좌전안타를 기록했다. 3루수 옆으로 빠져 나가는 공이었다. 새크라멘토 구단은 “로빈슨의 2019년 6월 25일 이후 첫 프로 무대 안타였다. 돌아온 걸 환영한다”고 감격했다. 이어 6회에는 피터 코즈마의 좌익수 직선타성 타구 때 빠르게 뛰어 나와 다이빙 캐치를 해 아웃카운트를 만들었다. 한쪽 눈이 없다고 생각하기에는 믿기 어려운 타격과 수비였다. 사연을 아는 팬들은 다른 선수들보다 더 큰 박수를 보냈다.

그가 메이저리그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아마도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하는 게 더 현실적인 답변일 것이다. 로빈슨도 이를 안다. 그러나 그가 그라운드에 서 있는 것 자체로 의미가 크다. 이는 재기를 위해 불굴의 노력을 기울인 선수와 그를 헌신적으로 치료한 의료진, 그리고 그를 따뜻하게 껴안은 지역 사회의 합작품이기 때문이다. 로빈슨은 이제 혼자의 몸이 아니고,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방송국 ‘KLAS’는 “그가 모든 것을 끝내려고 했던 13개월 후, 이제 우리는 로빈슨의 용감한 새 출발에 영감을 받고 있다”면서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는 야구 격언은, 야구가 아닌 로빈슨의 인생에서도 재조명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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