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남은 상대가 별로 없다. "이쯤 되면 남자와 붙여야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챔피언 아만다 누네스(32, 브라질)는 UFC 여자 밴텀급·페더급을 오가며 두 타이틀을 방어하는 중이다.
페더급 타이틀은 2차 방어까지 성공했다. 오는 8월 8일(이하 한국 시간) UFC 265에서 줄리아나 페냐(31, 미국)를 이기면 밴텀급 타이틀 6차 방어를 마친다.
2015년 3월부터 12연승을 달리고 있다. '언터처블'이다.
가장 위협적인 라이벌은 플라이급 챔피언 발렌티나 셰브첸코(33, 키르기스스탄)다. 상대 전적에서 누네스가 2전 2승으로 앞서고 있지만, 2차전에서 채점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시큰둥하다. 신선하지 않아 흥행성이 없다고 판단해서다. "각자 체급에서 업적을 쌓아야 한다"고 선을 긋고 있다.
화이트 대표는 플라이급 최강자 셰브첸코보다는 페냐를 시작으로 애스펜 래드, 이레네 알다나, 케틀렌 비에이라 등 밴텀급 새 얼굴들이 누네스를 위협해 주길 바란다.
문제는 여자 페더급이다. 존립 자체가 위태롭다. 로스터에 등록된 선수도 별로 없는 데다가, 누네스가 워낙 강해 경쟁이 안 된다.
누네스도 현상태를 잘 알고 있다. 지난 1일 브라질 매체 콤바테와 인터뷰에서 "화이트 대표는 이 체급을 없애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내가 챔피언인 동안은 체급을 유지해 달라고 그에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옥타곤 밖 외부 영입으로 눈을 돌리면, 벨라토르에 크리스 사이보그(35, 브라질)가 있다. 그러나 사이보그는 UFC와 악감정을 품고 관계를 끝냈기 때문에 2차전 성사 가능성은 희박하다.
사이보그는 지난해 1월 줄리아 버드를 TKO로 이기고 벨라토르 여자 페더급 챔피언이 됐고, 아를레네 블렌코웨를 리어네이키드초크로 이겨 타이틀을 방어했다.
오는 22일 벨라토르 259에서 레슬리 스미스를 도전자로 맞아 2차 방어전에 나선다. 벨라토르에서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고 있다.
가비 가르시아(25, 브라질)는 체급이 안 맞다. 키 188cm 몸무게 105kg에 달하는 거구라, 철저하게 체급제로 돌아가는 북미에선 매치업이 성사될 수 없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외부의 적은 케일라 해리슨(30, 미국)이다. 2019년 PFL 여자 라이트급 월드 그랑프리 우승자로 전적 9승 무패를 쌓고 있다.
올해도 PFL 우승 후보 영순위다. 지난 7일 마리아나 모라이스를 1라운드 TKO로 이기고 승점 6점을 얻었다. 포스트시즌 토너먼트 진출이 확정적이다.
해리슨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증명된 신체 능력 때문이다. 2018년 데뷔해 종합격투기 경험은 많지 않지만, 유도에선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이다.
2012년과 2016년 올림픽 유도 여자 78kg급 금메달리스트고, 2010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했다. 팬암게임, 팬암선수권대회에서도 정상에 서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
해리슨은 누네스와 마찬가지로 아메리칸탑팀(ATT) 소속이다. 관계도 좋은 편. 그러나 누네스가 자신의 목표라는 사실은 숨기지 않는다.
"내 목표는 역사상 최고의 파이터가 되는 것이다. 누네스는 현재 추앙받는 역사상 최고의 파이터다. 내가 누네스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는 '언젠가 그와 붙고 싶다'는 말이다. 누네스는 우리 여성 파이터들이 목표로 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화이트 대표도 해리슨을 주시한다. 다만 내색하지 않는다. 원체 섣불리 타 단체 파이터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성격. 아직까지는 더 지켜본다는 생각이다.
"해리슨이 UFC에서 싸울 준비가 됐는지 모르겠다. 난 늘 UFC에서 경쟁할 수 있는 최고의 선수들을 물색 중이다. 해리슨의 주변 사람들이 해리슨이 UFC에서 싸울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여기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니까"라고 말했다.
재밌는 건, 사이보그가 절대 강자로 군림해 남자와 붙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을 때 조심스럽게 라이벌로 거론되는 파이터가 누네스였다. 그 누네스가 사이보그 시대의 종말을 알렸다.
누네스 시대의 끝을 고할 파이터가 있을까? 아니면 누네스가 모든 적수를 정리하고 정상에서 유유히 떠나 전설이 될까?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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