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레이튼 커쇼 ⓒ게티이미지 코리아

[스포티비뉴스=이현우 칼럼니스트] '디펜딩 챔피언' LA 다저스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다저스는 지난해 43승 17패로 정규시즌 전체 승률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포스트시즌(PS)에서는 32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한편, 올 시즌을 앞두곤 지난해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수상자인 트레버 바우어를 영입하는 등 전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며 2000년대 들어 첫 월드시리즈 2연패가 유력한 팀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다저스에 대한 평가는 올 시즌 첫 15경기에서 13승 2패를 기록할 때까지만 해도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20경기에서 5승 15패에 그치면서 다저스는 11일(한국시간) 기준 18승 17패로 NL 서부지구 3위에 머물고 있다. 

▲ 다저스의 11일 기준 성적과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 ⓒ팬그래프닷컴

물론 정규시즌은 127경기가 남았다. 미국 야구통계사이트 <팬그래프>에 따르면 다저스의 PS 진출 확률은 여전히 93.9%로 3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다. 워낙 객관적인 전력이 탄탄한 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다저스의 부진 원인 중 하나는 '부상'이다. 2019년 NL MVP 코디 벨린저를 비롯해 부상자 명단에 올라있는 선수들이 복귀한다면 다시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최근 다저스의 부진을 대수롭지 않게 바라볼 수만은 없는 이유가 있다. 부상 이탈자를 제외한 현 전력만 놓고 보더라도 다저스는 다른 구단들을 압도한다. 하지만 그런 전력으로도 경기 후반이나 승부처만 되면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다저스는 9일 에인절스를 상대로 5회까지 13:0으로 앞서 있었지만, 이후 11점을 내주며 14:11로 경기를 마쳤다.

10일 경기에서는 9볼넷 4안타를 기록했지만, 득점권에서 11타수 1안타에 그치며 1점밖에 내지 못하면서 1:2로 패했다. 

▲ 트레버 바우어 ⓒ게티이미지 코리아

최근 두 경기는 현재 다저스가 왜 부진에 빠져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올 시즌 다저스의 불펜진은 7회 이후 득실점 차에서 -13점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최근 4경기 득점권 타율은 47타수 4안타(타율 0.085)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집중력의 부재야말로 다저스가 피타고리안 승률(21승 14패)에 비해 부진한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10일 6이닝 2실점 9탈삼진 호투에도 패전 투수가 된 바우어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화가 났다. 나는 지는 걸 싫어한다. 이기고 싶다. 그것이 내가 여기에 온 이유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도 다음날 이 부분을 지적했다. 

커쇼는 11일 'LA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162경기 긴 시즌이지만 지금 우리는 너무 낙관적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당장 깨달아야 한다. 5월이든 9월이든 모든 경기가 중요하다. 모든 승리가 같다"며 팀원들을 독려했다.

최근 5년간 월드시리즈 우승팀의 이듬해 성적
2016년 캔자스시티 81승 81패 (2015년 95승 67패)
2017년 시카고 컵스 92승 70패 (2016년 103승 58패)
2018년 휴스턴 103승 59패 (2017년 101승 61패)
2019년 보스턴 84승 78패 (2018년 108승 54패)
2020년 워싱턴 25승 34패 (2019년 93승 69패)

메이저리그에는 '월드시리즈 숙취(World Series hangover)'라는 표현이 있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팀은 이듬해 초 우승에 취해 성적 부진을 겪는다는 뜻이다. 역사적으론 반대 사례도 많지만, 최근 2년만 놓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2018년 우승팀 보스턴 레드삭스는 이듬해 AL 동부 3위로 추락했고, 2019년 우승팀 워싱턴 내셔널스도 지난해 NL 동부 꼴찌에 그쳤다.

올 시즌 다저스 역시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과연 다저스는 때아닌 월드시리즈 숙취에서 깨어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다저스 감독 데이브 로버츠는 "안주하고 있지 않다. 우리는 지금 성적보다 훨씬 나은 팀이고, 지는 것보다 더 많이 이기길 기대한다. 우리는 지구 1위가 될 것이다. 나는 이 생각을 의심해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이현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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