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1대 박영길 감독(왼쪽 위), 2대 강병철 감독(왼쪽 아래), 19대 허문회 감독(오른쪽 위), 20대 래리 서튼 감독(오른쪽 아래).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11일 허문회(49) 감독을 경질하고 외국인 래리 서튼(51) 감독을 선임했다. 2021시즌 30경기를 소화한 시점이었다. 이로써 롯데는 1982년 출범 후 KBO리그 최초로 20번째 감독을 선임하는 구단이 됐다.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다시 말해 KBO리그 역대 구단 중 가장 많이 감독을 바꿨다는 의미다. KBO리그 감독사와 롯데의 감독 교체의 역사를 되돌아본다.

◆롯데, 20번째 감독 계약의 역사

“치아라(치워라)!”, “바까라(바꿔라)!”

롯데는 야구를 잘한 시즌보다 잘하지 못한 시즌이 더 많았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1984년과 1992년 2차례뿐이다. 열성적인 롯데 팬들은 예나 지금이나 ‘롯데 야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부산 사투리로 “감독 바까라”고 외치며 성화다.

그런데 실제로 롯데는 이런 쪽에서는 ‘팬 프렌들리(Fan-friendly)’한 구단 운영을 해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팬들의 뜻에 부합해 가장 많이 감독을 교체했으니 말이다.

롯데는 1982년 출범한 KBO리그의 원년 멤버다. 초대 사령탑 박영길 감독부터 이번 서튼 감독까지 무려 20차례나 감독 계약(감독대행 제외)을 하게 됐다. KBO 최초의 일이다. 인물로만 따지면 17명이다. 강병철 감독이 3차례, 양상문 감독이 2차례 지휘봉을 잡았기 때문이다. 감독대행은 제외하고, 정식 감독만 집계했을 때 이 같은 수치가 나온다.

■롯데 자이언츠 역대 감독 리스트

① 박영길 감독 (82.1.30~83.7.5)

   강병철 감독대행 (83.7.6~834.1.9)

② 강병철 감독 (84~1.10~86.11.30)

   도위창 감독대행 (86.12.1~87.1.9)

③ 성기영 감독 (87.1.10~87.10.28)

④ 어우홍 감독 (87.10.29~89.11.2)

⑤ 김진영 감독 (89.11.3~90.8.28)

   도위창 감독대행 (90.8.31~90.10.31)

⑥ 강병철 감독 (90.11.1~93.10.30)

⑦ 김용희 감독 (93.11.20~98.6.16)

   김명성 감독대행 (98.6.17~98.10.12)

⑧ 김명성 감독 (98.10.13~01.7.23)

   우용득 감독대행 (01.7.24~01.10.3)

⑨ 우용득 감독 (01.10.4~02.6.20)

   김용희 감독대행 (02.6.21~02.6.24)

⑩ 백인천 감독 (02.6.25~03.8.5)

   김용철 감독대행 (03.8.6~03.10.2)

⑪ 양상문 감독 (03.10.3~05.10.6)

⑫ 강병철 감독 (05.10.7~07.11.25)

⑬ 제리 로이스터 감독 (07.11.26~10.10.13)

⑭ 양승호 감독 (10.10.22~12.10.30)

   권두조 감독대행 (12.10.31~12.11.4)

⑮ 김시진 감독 (12.11.5~14.10.17)

⑯ 이종운 감독 (14.10.18~15.10.7)

⑰ 조원우 감독 (15.10.8~18.10.18)

⑱ 양상문 감독 (18.10.19~19.7.19)

   공필성 감독대행 (19.7.20~19.10.27)

⑲ 허문회 감독 (19.11.1~21.5.10)

⑳ 래리 서튼 감독 (21.5.11~ )

▲ 사직구장을 가득 메운 롯데팬 ⓒ곽혜미 기자
◆ 롯데의 감독 교체 잔혹사

롯데 초대 사령탑 박영길 감독은 첫해 6개 구단 중 전기리그와 후기리그에서 각각 5위(6위는 삼미 슈퍼스타즈), 1983년 전기리그에서 4위에 그치자 경질됐다.

1983년 후반기 감독대행을 맡은 강병철 감독은 시즌 후 제2대 감독으로 정식 계약을 했다. 1984년 최동원의 한국시리즈 4승 역투에 힘입어 롯데는 첫 우승을 차지했고, 강병철 감독은 1986년까지 3년간 재임하게 됐다.

롯데에서 3년이라면 천수를 누린 감독에 속한다. 실제로 3년을 연이어 지휘한 감독은 40년 구단 역사에서 4명(강병철, 김용희, 로이스터, 조원우)밖에 없다. 그 중 가장 장수한 감독은 김용희 감독으로 1994시즌부터 1998시즌 중반까지 4시즌 반 정도 지휘봉을 잡았다.

강병철 감독은 1991시즌을 앞두고 부임해 1992년 우승으로 1993년까지 다시 한 번 3년의 기간을 채우는 역사를 썼다. 2006~2007시즌 또 롯데 감독을 맡았다. 한 팀에서 3차례나 감독을 역임한 것은 KBO리그에서 강병철 감독이 유일하다. 강 감독은 롯데에서 한국시리즈 우승(1984, 1992년)을 맛 본 유일한 감독이기도 하다.

김명성 감독은 1999년 롯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 감독이다. 그러나 2001시즌 도중 낚시를 하고 돌아오다 호흡 곤란 증세를 느끼며 갑자기 생을 마감해 2시즌 반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계약 후 2시즌을 채운 감독은 어우홍(1988~89시즌), 양상문(2004~2005시즌), 강병철(2006~2007시즌), 양승호(2011~12시즌), 김시진(2013~14시즌) 5명이다.

초대 박영길 감독을 비롯해 허문회 감독(2020~2021시즌 중도하차)은 2시즌을 채우지 못했고, 백인천 감독은 2002년 6월 25일에 롯데 감독으로 부임해 1년 남짓 지난 2003년 8월 5일에 암흑기의 역사를 쓰고 경질됐다.

성기영 감독(1987년)과 이종운 감독(2015년)은 한 시즌 만에 물러났고, 김진영(1990년 중도하차), 우용득(2002년 중도하자), 양상문(2019년 중도하차) 감독은 감독 계약 후 한 시즌도 안 돼 낙마했다.

▲ 롯데 1980년대 감독들. 1대 박영길 감독, 2대 강병철 감독, 4대 어우홍 감독, 5대 김진영 감독. ⓒKBO
◆ 감독 바꾸기 롯데 1위, LG 2위…NC는 단 2명 선임

롯데가 17명과 20차례나 감독 계약서를 쓴 것은 최초이자 최다 기록이다.

2위는 LG(MBC 청룡 포함)로 16명과 19차례 감독 계약을 한 것이다. 백인천 감독이 MBC 초대 감독에 오른 뒤 1990년 LG 초대 감독을 맡았고, 1980년대에는 김동엽 감독이 MBC 감독을 2차례 지냈다. 이광환 감독은 1990년대와 2000년대 LG 감독을 2차례 역임했다.

3번째로 감독 계약을 많이 한 구단은 삼성(14회)이며, 한화(12회)가 뒤를 잇고 있다. 두산(OB 포함)은 롯데의 절반인 10명의 감독으로 40년을 운영하고 있다. 한 번 감독으로 쓰면 평균 4년이니 롯데의 역대 최장수 감독의 재임기간과 맞먹는다.

KIA는 김응용 감독이 해태 감독으로 18년간(1983~2000년) 장기집권한 결과 9명의 감독을 모셨다. 일명 ‘삼청태현’으로 불리는 현대, SSG(전신 SK)가 8명씩이다. 히어로즈는 6명, 쌍방울은 4명(1999시즌 후 김준환 감독이 계약을 했지만 팀 해체 후 SK가 창단되면서 실제로는 감독이 되지 못함)을 영입했다. 2013년 창단한 kt는 이강철 감독이 3번째 감독이다. 2011년 창단한 NC는 초대 김경문 감독에 이어 2대 이동욱 감독까지 단 2명의 사령탑으로 신흥강호의 반열에 올랐다.

■KBO 역대 구단별 감독계약 횟수 및 감독수

① 롯데=20회(17명)

② LG(MBC)=19회(16명)

③ 삼성=14회(14명)

④ 한화(빙그레)=12회(12명)

⑤ 두산(OB)=10회(10명)

⑥ KIA(해태)=9회(9명)

⑥ 현대(삼미~청보~태평양)=9회(9명)

⑧ SSG(SK)=8회(8명)

⑨ 히어로즈=6회(6명)

⑩ 쌍방울=4회(4명)

⑪ kt=3회(3명)

⑫ NC=2회(2명)

▲ 롯데 허문회 감독이 이대호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불신물용(不信勿用) 용인필신(用人必信)

원년 6개 구단 감독부터 이번에 롯데 새 사령탑을 맡게 된 래리 서튼까지 한 번이라도 KBO리그 소속 구단의 정식 감독을 맡은 인물(감독대행 제외)은 총 68명이다. 17명의 감독을 모신 롯데가 25%를 차지하는 셈이다.

롯데는 시즌 도중 감독 교체 후 감독대행을 내세운 것도 7차례(1986년 도위창 감독대행은 비시즌 감독대행)나 된다. 롯데 감독의 평균 수명은 2시즌이 채 안 되는 셈이다. 따라서 한 시즌 남짓 지휘한 허문회 감독은 역대 롯데 감독의 평균치 수명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한편으로 롯데는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야구인에게 감독 자리를 마련해준 구단인 동시에 그들을 최단명 감독으로 만든 구단이기도 하다.

불신물용(不信勿用) 용인필신(用人必信). ‘믿지 못하면 쓰지 말고, 쓴 사람은 반드시 믿어라’는 뜻이다.

감독 하나 바꾼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구단은 철마다 분갈이하듯 감독을 바꾸고, 그룹은 그보다 더 잦은 횟수로 사장을 바꾸는 일이 반복된다면 근본적인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래리 서튼 감독은 믿고 썼을까. 또 마음에 안 들면 "치아라, 바까라"라 할 건가.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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