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세계 축구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20대 콤비에 철저히 짓눌렸다.

창단 12년 만에 첫 우승 타이틀을 노렸던 RB 라이프치히가 엘링 홀란드(20) 제이든 산초(21, 이상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게 나란히 멀티골을 헌납하며 고개를 떨궜다. 분데스리가에 이어 포칼에서도 2인자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라이프치히는 14일 새벽 3시 45분(한국 시간)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열린 2020-21시즌 DFB(독일축구협회) 포칼 결승전에서 도르트문트에 1-4로 대패했다. 올해 포칼에서 맹활약한 황희찬(25)은 전반 45분간 피치를 누볐지만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됐다.

2009년 창단 뒤 첫 우승 타이틀을 노렸던 라이프치히는 도르트문트 벽을 넘지 못했다. 분데스리가에서 바이에른 뮌헨에 밀려 2위를 확정한 데 이어 포칼에서도 준우승에 그쳤다.

독일 무대 마수걸이 트로피를 꾀했던 황희찬 역시 쓴맛을 봤다. 이번 시즌 포칼에서 3골 2도움을 쓸어담으며 자타공인 '포칼 사나이'로 부상했지만 결승에선 웃지 못했다.

최근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챙긴 황희찬은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3-4-2-1 포메이션에서 최전방 원 톱을 맡았다. 알렉산더 쇠를로트, 다니 올모가 2선에 배치됐고 아마두 아이다라, 마르셀 자비처, 노르디 무키엘레, 케빈 캄플이 중원에서 공수를 조율했다. 스리백은 마르셀 할스텐베르크, 다요 우파메카노, 루카스 클로스터만이 구성했고 골문은 페테르 굴라시가 지켰다.

도르트문트는 4-2-3-1 전술로 맞섰다. 직전 리그 경기에서 부상으로 결장한 엘링 홀란드가 최전방으로 복귀해 상대 골문을 조준했다. 산초, 마흐무드 다후드, 마르코 로이스가 2선에서 뒤를 받쳤고 엠레 잔, 주드 벨링엄이 3선에서 '허리'를 책임졌다. 라파엘 게헤이루, 마츠 훔멜스, 마누엘 아칸지, 우카시 피슈첵이 포백으로, 로만 뷔르키가 선발 골키퍼로 뒷문을 수호했다.

경기 초반부터 도르트문트 페이스였다. 20대 초반 젊은 피 듀오가 압도적인 기량을 뽐냈다. 전반 5분 만에 산초가 선제골을 꽂았다. 박스 안에서 환상적인 감아차기 슈팅으로 라이프치히 왼쪽 구석을 정확히 찔렀다.

역습을 수비하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산초에게 상당한 넓이의 슈팅 공간을 내준 것이 뼈아픈 실점으로 이어졌다.

홀란드가 달아나는 골을 책임졌다. 전반 28분 로이스가 라이프치히 패스 줄기를 차단한 뒤 빠르게 홀란드에게 공을 뿌렸다. 홀란드는 지체없이 페널티 박스로 진입하고 오른 방향으로 공을 툭툭 몰았다.

홀란드는 슈팅과 드리블 선택지를 쉬이 정하지 않으면서 틈을 노렸다. 그리고 기어이 우파메카노 타이밍을 뺏어 냈다. 우파메카노가 중심을 잃고 미끄러진 틈을 타 깔끔한 왼발 슈팅으로 라이프치히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추가시간에는 산초가 멀티 골을 완성하며 점수 차를 3골로 벌렸다. 홀란드와 환상적인 호흡으로 다시 한 번 역습의 정석을 보여 줬다.

황희찬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크리스토퍼 은쿤쿠와 교체됐다. 은쿤쿠는 투입 1분도 안 돼 날카로운 논스톱 슈팅으로 골대를 맞혀 도르트문트 간담을 서늘케 했다.

전반 26분 올모가 추격골을 뽑았다.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강력한 왼발 중거리포로 70여분간 잠잠하던 도르트문트 골망을 세차게 흔들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라이프치히는 올모, 은쿤쿠, 쇠를로트를 중심으로 쉼 없이 도르트문트를 두들겼지만 결정력에서 한 뼘이 모자랐다. 후반에만 골대를 2번 맞히는 불운도 발목을 잡았다.  

후반 42분 홀란드에게 결국 쐐기골을 얻어맞았다. 골문 중앙에서 시도한 슈팅이 자기 오른발을 맞고 굴절돼 굴라시를 따돌렸다. 사실상 이때 승세가 도르트문트 쪽으로 기울었다. 도르트문트의 통산 5번째 포칼 우승이 확정된 순간이었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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