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UFC 역사에서 가장 놀랄 만한 이변으로 꼽히는 경기가 끝난 지 정확히 70일째.

지난해 11월 16일(이하 한국 시간) UFC 193에서 론다 로우지(28, 미국)를 하이킥으로 눕히고 UFC 여성 밴텀급 챔피언에 오른 홀리 홈(34, 미국)은 삶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어딜 가나 사람들이 알아본다. 공식 석상에서 귀빈 대접을 받는다. 그는 '로우지에게 첫 번째 패배를 안긴' 유명인이 됐다.

지난해 10월, 타이틀전에 앞서 로우지는 홈에게 "챔피언보다 도전자의 삶이 낫다"는 메시지를 띄웠다.

"챔피언의 생활이 모두에게 맞는 건 아니다. 선수들은 타이틀 도전자가 되고 예상하지 못한 심리적 압박을 느끼기 전까지 (챔피언의 부담감을) 절대 알지 못한다"며 "아마 홈은 챔피언이나 타이틀 도전자가 겪어야 하는 주변 일들을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홈이 경기에서 지고 적당한 파이트머니를 받아 그가 원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챔피언이 되면, 쏟아지는 관심과 그에 따른 심리적 압박을 견뎌야 한다는 경고였다.

그러나 로우지의 예상과 달리, 홈은 새 삶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지난 22일 미국 종합격투기 뉴스 사이트 'MMA 정키'와 가진 인터뷰에서 "얼마 전 미국 미식축구리그(NFL) 경기를 VIP석에서 봤다"며 시골 소녀처럼 웃었다.

"경기 후 유명 배우와 가수, 운동선수들을 만났다. 짜릿한 경험이었다"는 홈은 "아직 결혼해 달라는 프로포즈는 받지 못했다. 난 유부녀다"라고 소박한(?) 농담을 던지면서 "어쨌거나 재미있다. 이 흐름을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해 보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덴버 브롱코스(프로 미식축구 팀)의 경기를 보러 갔고, 필드에 내려갔다. VIP석에서 경기를 즐겼다. 색다른 경험이었다(아래 사진)"고 미소를 지었다.

홈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유는 경기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지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주목받게 될 것이다. 난 좋다. 물론 여전히 체육관에서 훈련하는 것이 좋다. (훈련하는 것과 관심을 즐기는 일을) 균형감 있게 유지하도록 집중하면,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홈은 오는 3월 6일 UFC 197에서 랭킹 2위 미샤 테이트(28, 미국)를 상대로 첫 번째 타이틀 방어전을 갖는다. "긴 휴식 없이 계속 활동하고 싶다"는 홈의 요청으로 잡힌 경기다. 로우지의 걱정은 기우에 그칠지 모른다.

로우지에게 패배의 상처는 깊었다. 지난 9일 ESPN 매거진 독점 인터뷰에서 "(입술이 찢어지고 이가 흔들려) 사과를 먹으려면 3~6개월이 걸릴 것 같다", "너무 슬플 뿐이다", "전화기를 꺼 놨다. 쳐다보지도 않았다. 애완견 '모치'와만 긴 대화를 나눴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곧 밝은 미소로 돌아왔다. 최근 미국 유명 스포츠 잡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와 보디 페인팅만 한 채 나체 화보를 찍었다. 조만간 스파이 액션 스릴러 영화 '마일 22' 촬영에 들어간다.

그리고 지난 24일, 로우지는 여성 운동선수 최초로 미국 NBC의 대표적인 코미디 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 Saturday Night Live)'에 호스트로 출연했다.

로우지는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온 것처럼 보였다. 인사말에서 실신 KO됐지만 이제 자신의 머리는 괜찮다고 말했다. 챔피언이 된 홈을 축하하기도 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눈이 50cm 넘게 쌓였지만, 이곳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폭설로 브로드웨이 공연장들이 문을 닫았고, 모든 술집도 문을 닫았습니다. 말 그대로 SNL이 이 동네의 유일한 쇼죠. 펀치를 얼굴에 안 맞으면서 TV 생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처음이라 정말 기대됩니다. 또 지난해 11월 홀리 홈에게 진 후 처음으로 팬 여러분과 마주하는 자리입니다. 어쨌든, 홀리는 승리를 가질 만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홀리에게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머리의 충격이 남은 것 아니냐며 SNL 출연이 걱정된다고 하신 모든 분들. 전 괜찮습니다. 큐 카드만 있으면 돼요. 정말 전 좋고, 이 쇼에서 제대로 부딪쳐 볼 준비가 돼 있습니다."

두 파이터의 이야기는 올해 하반기 이어질 전망이다. 홈이 테이트에게 타이틀을 방어하고, 로우지가 영화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면 재대결이 성사된다.

로우지는 영화 '마일 22' 촬영 후, 1980년대 인기 방영작인 '로드 하우스' 리메이크판 영화 촬영에 들어간다. 원래 7월 UFC 200 출전이 추진됐으나, 영화 촬영 스케줄이 빡빡해 가을께 복귀할 전망이다.

로우지는 지난 18일 미국 연예 전문 뉴스 사이트 TMZ와 인터뷰에서 '연예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종합격투기를 떠나는 것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 "올해 하반기 복귀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홈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물론이다. 그게 바로 내가 원하는 바"라고 미소를 띠며 답했다.

홈은 지난 22일 UFC 197 기자회견에서 "열정 없이 옥타곤에 오르는 파이터와 만나고 싶지 않다"며 "난 계속 싸워 나갈 것이다. 로우지가 열정을 가지고 복귀한다면 싸우겠다. 계속 영화계에 남고 싶다면, 그것도 좋다"고 말했다.

[사진] 론다 로우지와 홀리 홈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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