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지난 14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휴스턴 조지 R.브라운 컨벤션 센터.

UFC 262 사전 기자회견이 열린 이곳에서 토니 퍼거슨(37, 미국)은 인상적인 말을 했다.

"헤이 챈들러. 입 좀 다물어라. 데이나 화이트 특혜나 받은 놈이."

옥타곤 12연승을 하고도 통합 타이틀전 기회를 받지 못한 퍼거슨 눈에 UFC 데뷔 두 경기만에 타이틀전에 직행한 마이클 챈들러(35, 미국)는 '초특급 낙하산'이었다. 특혜(privilege)를 입에 올릴 만했다.

챈들러는 씩 웃었다. 보통내기가 아녔다. "오오 토니"를 슥 뱉더니 연단 중앙에 선 화이트 대표에게 "꽂아 줘서 고마워요"라며 맞받아쳤다. 셋 모두 실소를 터뜨렸다.

그런데 세 사람 사이에 같이 웃는 한 남자가 있었다.

퍼거슨만큼이나 특혜와는 거리가 먼 사람. 2010년 옥타곤 입성 뒤 계체 실패 4회 등 숱한 커리어 위기를 극복하고 '존버'에 성공한 남자. 챔피언 감은 아니라는 세평을 제 힘으로 뚫고 기어이 정상을 등정한 파이터. 

찰스 올리베이라(31, 브라질)였다.

▲ UFC 262 사전 기자회견 ⓒ UFC 유튜브 화면 갈무리
올리베이라는 16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도요타센터에서 열린 UFC 262 메인이벤트에서 챈들러를 2라운드 19초 펀치 TKO로 꺾고 새 라이트급 챔피언에 올랐다. 옥타곤 28번째, 프로 데뷔 40번째 경기에서 챔피언벨트를 허리에 감는 대기만성 서사를 완성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12승 무패 전적으로 2010년 8월 UFC에 입성한 올리베이라는 주목받지 못하는 파이터였다.

장점은 확실했다. 주짓수를 바탕으로 한 서브미션 캐치가 일품이었다. 상대 탭으로 받은 승리만 14번이다. 2위 호이스 그레이시(10승)를 멀찍이 따돌린 UFC 최다 서브미션 승리 보유자다.

하지만 고비마다 번번이 무너졌다. 연승을 쌓고 기세를 탈라 하면 '패했다'. 7부 능선은커녕 산중턱만 디디면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페더급 시절 2연승 후 컵 스완슨, 프랭키 에드가에게 잇따라 졌다. 4연승을 쌓고 맞은 맥스 할로웨이 전에선 경기 시작 1분 39초 만에 TKO 패했다.

이 과정에서 계체 실패만 4번이었다. '기본이 안 된 파이터' '만년 유망주' '타이틀과는 거리가 먼 그저 그런 선수' 비아냥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반복되는 계체 실패를 보다 못한 UFC가 라이트급 전향을 명령했다. 원래 올리베이라 프로 데뷔 체급은 웰터급. 이후 라이트급으로 쭉 뛰다가 UFC에서 경쟁력을 높이고자 페더급으로 전향했는데 타의에 의해 다시 옛 전장으로 복귀하게 됐다.

▲ 대기만성 서사의 시작. 찰스 올리베이라(왼쪽)는 2017년 12월 클레이 구이다 전부터 패배를 잊었다.
그런데 이게 신의 한 수가 될 줄이야. 복귀 첫 두 경기에서 1승 1패를 기록하더니 이후 8연승으로 꿈에 그리던 타이틀전 티켓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2021년 5월 16일.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은퇴로 공석이 된 라이트급 왕좌에 새 주인으로 등극했다.

초창기 시행착오가 밑거름이 된 모양새다. 아직 삼십대 초반 나이로 준수한 신체 능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7~8년간 이리 구르고 저리 차인 '경험'이 어우러져 기량이 만개했다. 

올리베이라는 그렇게 오래 살아남은 강자에서, 마지막 고비까지 끝내 돌파해 낸 최강자로 우뚝 섰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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