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선발이냐, 불펜이냐를 놓고 경쟁 중인 양현종 ⓒ조미예 특파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양현종(33·텍사스)은 시즌이 개막되기 전 메이저리그(MLB) 승격이 불투명한 선수였다.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은, 정식 메이저리거가 아니었다. 실제 양현종은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에 포함되지 못했다.

보통 스플릿 계약을 맺은 선수들은 시기마다 옵트아웃(잔여계약을 포기하고 FA를 선언) 조항을 넣기 마련이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비한 보험 성격이다. 양현종 정도 베테랑 선수라면 대개 개막 로스터에 합류하지 못할 경우 옵트아웃을 신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5월 말, 6월 말 등 다양한 시기에 옵트아웃 조건을 넣는 선수들도 있다. 실제 양현종도 개막 로스터 탈락 직후 팀을 떠날 권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현종은 텍사스에 남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역시 호의적인 경쟁 조건이 가장 큰 원인이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텍사스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하위권 마운드로 평가받았다. 특히 선발진은 물음표가 가득했다. 캠프에서 동료들의 공, 그리고 경쟁 구도를 지켜본 양현종으로서는 한 번 해볼 만한 경쟁일 것이라 판단했을 수 있다. 또 다른 팀에 가 새롭게 적응하는 것보다는, 조금은 익숙한 환경이라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다.

그런 양현종의 선택은 옳았다. 텍사스는 예상대로 시즌 초반 마운드에 구멍이 여러 곳 뚫렸다. 텍사스도 양현종을 원정 경기에 ‘택시 스쿼드’로 포함시키며 메이저리그 분위기를 익히게 했고, 결국 양현종은 4월 27일 LA 에인절스전에서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5월 6일 미네소타전에서는 선발로도 나갔다.

아직 확실한 선발 요원은 아니다. 현재 텍사스 투수 중 보직이 가장 애매한 선수다. 승격 이후 계속 메이저리그 무대에 있었는데 20일의 시간 중 출전은 단 4경기였다. 텍사스 코칭스태프의 고민을 읽을 수 있는 지점이다. 사실 투수는 적당히, 꾸준히 던지는 게 가장 좋다. 그러나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양현종은 평균자책점 3.38이라는 준수한 스타트를 끊었다.

이제 마이너리그 강등 걱정은 사라졌다. 의미가 큰 일이다. 텍사스 마운드에는 양현종보다 성적이 좋지 않은 투수가 많다. ‘경기 외적인’ 이유가 아니라면 양현종을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낼 이유가 없다. 50일 전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거냐, 마이너리거냐를 고민했던 선수다. 그러나 이제는 선발이냐, 불펜이냐로 고민의 대상이 바뀌었다. 양현종의 입지 상승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텍사스는 20일 뉴욕 양키스전 선발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양현종도 후보 중 하나다. 양키스는 힘을 갖춘 쟁쟁한 우타자가 많다. 양현종이 기회를 얻어 양키스를 상대로 경쟁력을 증명한다면, 붙박이 선발에도 조금 더 다가설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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