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클리블랜드(미 오하이오주), 조미예 특파원] “류현진의 투구는 아주 컸다.”, “류현진은 많은 인정을 받을 자격이 있다.”

1회 투구 수가 무려 32개. 볼넷을 두 개나 허용했고, 1사 만루 위기에서 2실점까지 했습니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34) 답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경기가 끝난 뒤, 류현진에게 되려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조금 과장을 하면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이 날아갈까 우려될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었고, 겨울을 연상케 하는 낮은 기온에 비까지 더해져 정말 최악의 날씨 속에서 진행된 경기였습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경기가 열린 29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의 날씨는 그야말로 최악이었습니다.

클리블랜드 선발 투수는 2.2이닝 6실점을 기록해 날씨가 투수에게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여줬습니다. 류현진은 이날 5이닝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는데, 1회에만 3피안타 2볼넷 2실점을 했습니다. 1회만 아니었다면 정말 훌륭한 피칭이었습니다. 

영리한 투수는 달랐습니다. 1회 고전한 이유를 파악하고 2회부터는 나아진 피칭으로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악천후로 인해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패스트볼의 구속이 낮게 나왔습니다. 류현진은 “1회 구속이 잘 나오지 않아 변화구를 많이 던졌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변화구 비중을 높인 게 5회까지 도움을 줬다”면서 말이죠.   
이날 악천후는 이미 예고된 상황이었습니다. 강풍보다는 비가 하루 종일 내릴 거란 예보가 있었는데,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비는 그쳤고, 대신 바람이 강하게 불었습니다. 
이미 기온은 떨어질 때로 떨어진 상황. 섭씨 10도, 강풍을 동반했기에 체감 온도는 이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워밍업을 하던 류현진은 손에 입김을 불기 시작했습니다.  
관중들은 두터운 패딩은 기본이고 담요까지 챙겨와 경기를 관람했습니다.  
담요를 덮어도 추위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가 확 느껴질 정도입니다. 
패딩을 입고 담요를 덮어도 추위가 느껴질 정도인데, 선수들은 유니폼 하나 만 입고 그라운드에 섰습니다. 류현진도 마운드에 올라 입김을 다시 한번 불고 본격적인 피칭을 시작했습니다.  
“날씨에 지장을 받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류현진도 인정한 최악의 날씨였습니다.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고작 손에 입김을 부는 정도였습니다.  
투구 한 번 하고 나면 손에 입김을 불어 야만 했습니다.
1회 제구가 흔들리고, 구속이 평소보다 나오지 않았습니다. 가장 싫어하는 볼넷 출루도 두 번이나 허용했습니다. 
1회 1사 1, 2루에서 타석에 오른 라미레즈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2사 1, 2루에서 또 볼넷을 허용했습니다. 두 번째 볼넷의 주인공은 로사리오였습니다.  

고전하는 류현진을 위해 대니 잰슨이 마운드에 올랐는데, 여전히 류현진은 손에 입김을 불어넣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건 바람이 멈추고 기온이 조금만 상승하는 것

날씨가 추우니 수비에서도 실수를 했습니다. 

“내가 실수했다. 내가 잘못한 상황이었다. 늦게 스타트를 하는 바람에 1루 커버에 실패했다. 내 잘못이다.”

3회 라미레즈 타구를 땅볼로 유도하고, 주루 커버가 늦어 세이프로 판명된 상황입니다. 평소에는 빠른 움직임으로 센스 있는 수비를 펼치는 류현진인데, 이날은 스타트가 조금 늦었습니다.  
1회 힘들게 경기를 시작했지만, 변화구 비중을 늘리면서 클리블랜드 타선을 공략한 류현진은 5이닝까지 91개의 공을 던지며 임무를 마쳤습니다. 
마지막 타자였던 라미레즈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류현진은 역시나 손에 입김을 불어 넣으며 마운드를 내려왔습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임무를 완수하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류현진을 가장 먼저 맞이한 건 몬토요 감독이었습니다.  
그리고 피트 워커 투수 코치. 
투수의 마음은 투수 코치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고생했다. 잘했다” 정도로 끝내지 않았습니다.  

이런 날씨 속에서 이런 투구를 한 류현진에게 애정 담긴 안마를 하며 격려했습니다. 악천후에서 펼치는 투구가 얼마나 힘든지, 어려운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어깨를 주무르며 류현진을 격려했습니다. 

동료 조 패닉도 류현진의 투구를 칭찬했습니다. “류현진의 호투가 아주 컸다”라고 말한 패닉은 “송구할 때도 공이 미끄러웠다. 어떤 투수에게든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조건에 상관없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가 류현진이고, 왜 우리 팀의 에이스인지를 말해준다”

7번 2루수 선발 출전, 4타수 4안타 3타점 기록한 패닉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의 피칭이 이날 경기 승리에 아주 큰 영향을 미쳤음을 알렸습니다. 

스포티비뉴스=클리블랜드(미 오하이오주), 조미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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